• 병원 식당 외주화를 넘어 재하청까지
    By 나난
        2010년 11월 08일 04:2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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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환자식당에 대한 외주화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나 최근에는 외주화된 환자식당에서 인력파견업체를 통한 재하청까지 이뤄지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의 진료만큼이나 중요한 환자식이 외주화됨에 따라 식사의 질은 물론 식당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역시 후퇴되고 있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최근 대구 동산의료원 식당 노동자들의 “외주철회- 직고용 쟁취” 투쟁으로 병원 환자식당 외주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일었다. 동산의료원의 경우 3년 전 환자식당 외주화를 시작한 이후 식당 노동자들은 병원에 직접고용된 노동자에서 외주업체 직원으로 ‘등급’이 떨어졌다.

       
      ▲ (자료=공공노조)

    당시에도 외주화 반대를 외쳤었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난 6월 1일 기존 한화리조트의 계약기간이 만료되고 들어온 풀무원 EMCD가 새롭게 환자식당을 인수했고, 풀무원 EMCD는 인력부문에 대한 재하청을 결정했다.

    인력파견업체 유니토스는 기존 식당 노동자에게 최저시급을 전제로 고용승계를 제안했다.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계약하지 말라’는 뜻도 밝혔다. 이에 지난 6월 1일 식당 노동자 40여 명이 계약에 거부해 해고됐다. 노동자들은 병원 앞 농성 등을 펼치며 고용보장은 물론 식당 외주화에 대해서도 “1~2년의 여유를 두고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동산의료원과 풀무원 등은 이들에 대한 고용책임을 회피했다. “우리 직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3년 전 동산의료원에 직고용됐던 노동자들이 외주화로 인해 하루아침에 진짜 사장이 바뀌고, 처음 본 ‘사장’에게 고용보장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환자식당에 대한 외주화와 인력부분에 대한 재하청은 노동조건과 환자 식단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산병원 식당 노동자들은 2007년 한화 리조트에 의해 운영될 때까지만 해도 107만 원의 임금을 받았다. 하지만 다단계식 하청을 통계 유니토스로부터 제안을 받은 금액은 85만 원.

    환자 식단 역시 애초 5,800원 하던 한 끼 식대가 외주화를 하며 5,100원으로 내렸고, 이후 또 다시 3,500원으로 내려갔다. 하청에 재하청을 거듭하며 환자식의 제조단가가 내려간 것이다. 식단의 질 역시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동산의료원의 재하청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름에 따라 병원 식당 외주화에 대한 문제점 역시 지적되고 있다. 공공노조에 따르면 경북대 칠곡 노인전문 병원과 건국대병원, 인제대 부속 백병원, 가톨릭대 성모병원 등에서도 환자식당이 위탁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대병원은 장례식장에 대한 외주화 이후 인력부문 재하청 문제로 논란을 겪었다가 현재 재하청은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경실련이 지난 5월에서 7월까지 2달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6개 의료기관 중 70%가 직영에 의한 급식을 담당하고 있었으며, 30%는 위탁을 주고 있었다. 위탁의 경우 한 끼 당 식단 원가는 평균 3,494원이며, 직영의 경우 3,441원으로 예상외로 위탁이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경실련은 이에 대해 “위탁가격은 위탁업체의 이윤이 포함된 가격이므로 실제 급식 원가는 이보다 낮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동산의료원 식당 노동자들이 환자식당 외주화에 이은 인력부문 재하청에 해고돼 "외주철회"등을 요구하며 5개월간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자료=공공노조)

    김용철 동산병원대책위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결과와 관련해 “점차 병원이 영리화되며 환자식당을 외주화주는 것이 대세화되고 있다”며 “외주화가 될 경우 하청 업체는 이익금을 가져가기 위해 단가를 나출 수밖에 없고, 식단의 질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인건비를 절감해 정규직 노동자를 비정규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로 만들어 기업의 자기 이윤을 확보하게 되는 것”며 “동산병원 역시 3년 전 직접고용일 때와 비교할 때 임금이 월 약 20만 원씩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병원이 영리를 위해 환자식당에 대한 외주화를 추진하는 것과 반대로, 환자 보호자는 "서비스 질의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6월 공공노조가 7개 병원 환자 보호자 578명을 상대로 의료민영화 문제 관련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병원 시설과 식당 등 병원 외주화와 관련해 89.6%가 “무분별한 외주화는 의료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76.3%가 “돈벌이가 목적이므로 서비스 질이 하락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공공노조 관계자는 “사립대 병원이나 군소병원에서 특히 식당 외주화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며 “병원과 하청업체의 이윤을 확보하기 위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환자와 노동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의 도덕성에도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동산의료원 식당 노동자들은 풀무원 측과의 실무교섭을 진행하고, 현재 농성을 벌이고 있는 10명에 대한 고용보장 입장을 조정하고 있다. 공공노조 관계자는 “오늘 내일 중으로 순차적 복직에 대한 잠정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동산의료원 사태를 계기로 병원 식당 외주화와 다단계 하청에 대한 문제점이 제대로 지적되고, 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직영으로 운영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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