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화『태일이』를 읽고 나서, 태일이에게
    By 나난
        2010년 11월 08일 11:4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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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일, 40년 전 자신의 버스비를 털어 시다 여공들의 고픈 배를 채웠던 청년.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거침없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인 그다. 그리고 그의 이름 뒤에는 자연스레 ‘열사’란 말이 따라 붙었다.

    40년이 흐른 지금, 우리 사회엔 여전히 청년, 비정규직, 여성, 고령이란 이름으로 무수한 현대판 시다들이 존재하고 있다. 노동계는 “열사정신 계승”을 외치며 그가 몸소 실천한 ‘기득권을 버린 연대’를 담고자 한다. 하지만 그 ‘열사’라는 이름만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

    이에 <레디앙>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는 공동으로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2010년을 살아가는 각 세대와 현대판 시다들을 통해 ‘전태일’과 그의 ‘정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10대에서부터 50대까지 각 세대가 바라보는 [세대공감, 나와 전태일], 기륭전자, 동희오토 등으로 상징되는 비정규직 [현대판 시다와 전태일], 다양한 세대를 통해 들어보는 ‘오늘 왜 전태일 정신이 필요한가’에 대한 시선 [전태일, 그리고] 등 3가지 각기 다른 소재로 2010년 전태일을 만나보자. <편집자주>

    안녕 태일아?
    나는 네가 쓴 글을 재미있게 읽었어. 너가 참 어려운 환경에서 밝게 살고 있는 모습을 봤어. 그리고 동생들을 잘 챙기고. 그리고 (남대문국민학교 편입시험) 합격한 거 축하해~! 그런데 네가 가출했을 땐 정말 잡힐 것 같았어. 그런데도 잘 숨어 다니더라? 아무튼 안 걸려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 그래도 작은아버지를 잘 찾아갔더라.

       
      ▲ 이윤주 학생.

    네 몸에 두드러기 났을 때는 정말… 좀 추해 보였어. 두드러기 때문에 고생했겠지? 너는 참 죽을 고비도 많이 넘겼어. 무 하나 때문에 죽을 뻔 했잖아?! 배가 고파서 무보고 강물로 뛰어들고. 난 그때 죽는 게 아닌가 싶었어. 다행히도 어부 아저씨들이 구해주었지. 대구로 갔을 땐 가족과 뜻밖의 만남을 하였고.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네가 달리기를 할 때 보니까 1등보다 꼴찌가 더 재미있더라. 일 때문에 학교를 못 간다 생각하니까, 네 아버지가 미워지더라. 교과서도 태워버리시고… 엄마는 집을 나가시고, 정말 그때가 제일 힘든 시기 같았어. 너무 안쓰러웠어.

    네 몸에 두드러기 났을 때는 정말…

    우는 순덕이 때문에 순덕이 데리고 같이 집을 나갔지. 솔직히 엄마를 찾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았는데… 잘 찾고 순덕이도 아프지 않고 다행이었어. 기적같이 너를 찾아온 태삼이도 만나고 아빠와 순옥이도 이제 잘 사는 것 같았어. 그리고 시다 일자리도 구해서 다행이야. 그런데 정말 재단보조는 얄밉더라.

    열심히 일해도 돈은 적지만 그래도 네가 실력이 있어서 그 덕에 미싱 보조가 되었잖아. 시다 챙겨주다가 버스 못 타서 경찰에게 걸려서 늦게 들어오고. 그런데도 재단사가 되어서 추카추카해!

    하지만 너무 시다들을 챙겨서 쫓겨나고 더 이상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서 참 안됐더라. 바보회를 만들어서 한건 좋았는데 (주위) 반응이 너무 쌀쌀하더라. 네가 너무 힘들어 보였어. 삽질이나 하고 있을 때는 솔직히 네 재능이 너무 안타까웠어.ㅜㅜ

    네가 시위를 할 때 오 형사 알지? 그 형사는 나쁜 사람인데, 나는 책을 보고 있으니까 (그 사람에 대한 내용을 미리) 알고 정말 답답했어. 당장이라도 말해주고 싶더라. 또 화형식을 할 때는 가운데서 근로기준법만 태우는 줄 알았는데 네 몸에 불을 붙이니까 너무 놀랐어.

    너는 좋은 일을 한 건데 그렇게 죽어버리고

    그 순간에도 너는 끝까지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하며 쓰러졌어. 그 순간 경찰과 모든 사람들의 눈이 너에게로 쏠렸지. 그러고는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죽었지. 너무 안됐고 슬펐어. 너는 좋은 일을 한 건데 그렇게 죽어버리고.  

       
      ▲ 전태일 캐리커쳐.(자료=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 행사위원회)

    하지만 네가 그래서인지 요즘은 공장을 많이 볼 수 없어. 그리고 월급은… 아직 내가 어려서 잘 모르겠어. 하지만 네가 살던 세상보단 나아져 있을 거야. 이 말이 너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 이렇게 된 것은 네 덕분이라고 생각하니까.

    너는 요즘 네가 얼마나 유명한지 모르지? 그리고 네 어머니를 만나 뵌 적도 있어. 건강하셔^^. 너는 아무리 바보회가 중요하더라도 돈도 없는 어머니한테 너무 떼를 쓰더라. 하긴 나도 엄마 말을 안 듣고 떼를 쓸 때도 있었지만 말이야.

    태일이 너는 참 훌륭한 일을 한 것 같아. 요새는 내 친구들도 태일이를 조금은 알고 있더라. 아! 그리고 내가 복지관을 다닐 때 서희라는 아이가 있었는데, 내가 태일이 만화책을 보여주었더니 그때부터 빠져서 1권보면 2권, 2권보면 3권, 3권보면 4권, 5권 이렇게 다 보았는데 막 나한테 태일이를 칭찬하더라. 나는 그 책을 보여 주어서 뿌듯했어.

    요즘에는 시다, 보조 , 재단사, 이런 게 별로 없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시다랑 보조 이런 게 뭔지 몰랐어. 이제 재단사는 알아. 책을 보면 네 사진도 가끔 나오거든. 그걸 보고 태일이 네 실제얼굴을 알았어. 솔직히 책이 더 미남으로 나왔어. 너를 그려주신 분은 최호철 선생님이야 만화가인데 책도 많이 냈어.

    너는 공부를 하고 싶어 했고 책도 읽고 싶어도 못 읽었지? 요새는 너처럼 그런 모범생은 보기 드물더라. 나는 학교를 다니는데 학교가 너무 싫어. 아마 너처럼 안다녀 보면 막 다니고 싶어지겠지?ㅎㅎ.

    참, 네 캐릭터가 나왔는데 너무 예쁘더라. 네가 살아있다면 지금 세상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며 살았겠지? 아! 1권에 합격했다는 게 중학교 들어갔단 말 맞지? 난 그렇게 알아들었는데..

    나 지금 이 편지 땜에 계속 계속 태일이를 1,2,3,4,5,권 다시 다보고 있다고. 뭐 그래도 여러 번 봐도 재미있더라ㅎㅎ. 나도 뭐 학교를 다녀도 공부를 못 하거든? 그래도 네 몫까지 열심히 해 줄게. 저번에 나 100점 맞았는데 이 영광을 너와 부모님 모두에게 바치겠어. 그럼 이만 마칠게. 쓸데없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다 네 이야기야. 알고 있지?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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