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단-한국노총의 비정규노조 죽이기
        2010년 11월 07일 06:57 오전

    Print Friendly

    처절한 투쟁을 전개해 온 비정규직 투쟁이 끝났다는 반가운 소식이 많이 들린다. <프레시안>은 “기륭전자 농성이 끝나면서 서울의 유일한 장기 농성장이 된 재능교육이다”라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그와 비슷한 2007년도에 투쟁을 시작한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지부는 지난 11월 4일 올림픽 공원에 있는 공단 앞에서 거리 농성에 돌입했다. 이 노동조합의 기나긴 투쟁을 들여다보면 현재 한국사회 비정규직 노동운동이 처한 추악한 진실이 고스란히 들어난다.

       
      ▲농성 현장(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지부) 

    공단과 한국노총의 비정규직 노조 죽이기

    지난 2007년 말 한국노총 연합노련 국민체육진흥공단 일반노동조합에 소속되어 있던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 538명이 총회를 통해 노조 탈퇴를 결정한다. 이들은 국민체육진흥공단 산하 경륜본부와 경정본부에 고용돼 광명경륜장, 올림픽경륜장을 포함해 전국 20개의 장외지점에서 발매원과 매점원으로 일하고 있는 일용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다.

    그러자 공단은 비정규직 노조 간부 6명의 계약을 해지하고 조합원 250여명을 원거리로 인사 발령했다. 해고된 조합원들은 250여일 동안 1인 시위, 집회 등을 하며 해고의 부당함을 알려냈다. 그리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2008년 9월 ‘부당전직 및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전원 복직되었다.

    그러나 공단은 기뻐할 틈도 주지 않았다. 불과 4개월 만에 또 다시 이들을 포함한 1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해고판정을 내렸다. 공단은 계약 만료일 하루 전인 2008년 12월 27일과 28일 양일에 계약종료와 인사등급 D등급, 견책 등을 이유로 17명을 해고했다. 해고된 17명 중 9명이 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지부 조합원이었다. 공단은 이들을 해고한 직후 보란 듯이 66명의 행정인턴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노총 국민체육진흥공단 일반노조는 이들의 해고를 사전에 동의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일반노조와 공단이 2008년 12월 19일 작성한 이 동의서에 따르면 노조는 “공공부문 인력감축 등 현안에 따라 공단의 발매원 및 매점판매원(총 894명)에 대한 계약종료 기준을 합리적으로 명확히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동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즉 “2007년도 상반기, 2007년도 하반기, 2008년도 상반기 평가에서 연속으로 D등급을 받은 경우와 2007년 하반기, 2008년도 상반기, 2008년도 하반기 평가에서 연속으로 3회 이상 D등급을 받은 직원을 계약해지 대상으로 한다”는 해고기준까지 노사가 합의했다. 공단은 이 ‘동의서’를 근거로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지부가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놓고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평가를 근거로 한 해고는 이번이 첫 사례이고 등급판정은 객관적 기준없이 관리자의 자의적 판단 따라 결정된다. 이는 어용노조를 동원해 노동자 해고하고 노조를 탄압하는 작태"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도박공화국을 만드는 국민체육진흥공단

    서울 올림픽이 끝난 직후인 1989년 4월 설립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스포츠 복지 구현과 복지 구현”을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사행성 경기인 경륜과 경정을 운영, 여기서 나오는 수익금으로 국민의 건강한 삶을 도모하는 공공사업을 벌이는 셈이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 최문순 의원이 “공단이 무인발권기 도입으로 사행성을 조장한다”고 국정감사에서 문제를 제기했듯이 수익성을 앞세운 나머지 지나치게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비난에 직면해 있다. 경기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거는 베팅은 1인당 1경주에 10만원인 상한가 규정이 있다.

    그러나 최근 무인발권기가 도입되면서 이에 대한 관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11대의 기계를 단 2명이 관리해야 하는 사정에서 이런 규정이 지켜질 리 없고,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으면 않을수록 공단의 수익금은 올라간다. 사람이 하면 연속 발매를 규제할 수 있으나 기계는 그렇지 않다.

    현재 정부가 운영하는 합법적인 사행성 사업 6개 중 3개인 토토복권, 경륜과 경정 3가지를 공단이 운영하고 있다. 사행성 사업을 통해 체육진흥기금의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사람을 줄여 무인발권기를 도입하여 합법적으로 매출을 증대시키는 한편 공단에 근무하는 2급 이상 명예퇴직자들로 구성된 ‘그린비즈’라는 외주 자회사 업체를 만들어 정규직을 줄임으로서 이중으로 수익을 늘여나가겠다는 것이 공단의 생각이다.

    실제로 공단은 지난 2008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 대책에 따른 ‘무기계약 근로자 전환 계획서’에 경륜, 경정에 종사하는 2년 이상 비정규직 1,582명 중 단 한 명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지 않겠다고 했으며, 이후 경주 종사 업무 전체를 외주화할 계획을 밝히고 있었다.

    이에 따라 2006년 1,250명에 달하던 발매원은 현재 700여명으로 축소되었다. 인원을 충원하지 않고, 노동강도를 높여 결국 무인발권기를 통한 수익증대를 목적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발매원 개인의 발매 건수와 판매액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며 고객들의 사행심을 부추기고 있다. 공공기관인 공단이 국민에게 도박을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투쟁하고 있는 조합원의 대부분은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5년까지 공단에 직접고용 되어 1년 단위로 재계약하는 방식으로 경륜 및 경정장에서 발매원, 관리원, 매점원 등으로 일하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대부분은 40~50대 여성 노동자들이며, 100만 원 안팎의 임금을 받아왔었다.

    공단은 비정규직보호법이 생긴 이후로 발매원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온갖 핑계로 발매원들을 해고했고, 잘리지 않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더니 탄압이 가중되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농성장 안 모습. 왼쪽이 이근원 공공운수노조(준) 조직팀장(사진=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지부) 

    국민을 조롱하는 공단

    그동안 비정규직 지부는 사측과 단체교섭을 요청했지만 사측은 비정규직지부가 ‘복수노조’라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한 소송의 길에 접어들 수 밖에 없었고, 지난 2009년 1월 7일에야 대법원에서 ‘지부와 성실하게 단체교섭에 응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2010년 11월 4일 진행된 24차 교섭에 사측 교섭위원 2명이 안나오는 등 교섭은 형식적으로 진행될 뿐이다. 결국 법을 교묘하게 피해가면서 노조의 진을 빼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노조의 파업에는 불법임을 알면서 태연히 대체근로를 투입하기도 했다.

    지난 10월 18일 새로운 공단 이사장으로 육사 23기 하나회 출신이자 MB친형 이상득 의원 계열로 알려지고 있는 뉴라이트 안보연합 상임대표인 정정택 이사장이 임명되어 낙하산 인사 논란이 생기기도 했다.

    당시 국회 문광위 소속 장병완 민주당 의원은 정 이사장이 지원서에 뉴라이트안보연합을 창립한 것을 사회봉사 활동 및 사회공익 기여업적으로 소개하면서 “2대에 걸친 반미 친북좌파 정권의 굴욕적인 대북퍼주기, 좌파정권 축출과 국민안보의식 고양을 목적으로 현재까지 적극 활동 전개”라고 적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공단의 방침이 바꾸지 않는 한 투쟁은 지속될 것이다. 노조 때문에 3년에 걸친 투쟁을 하는 노동자들이 “노동탄압국 1등국이 G20 개최가 자랑이냐?”고 외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공부문이 가장 악질적인 노조탄압에 나서는데 맞서 노조는 오는 11월 8일(월) 오후 2시 농성장에서 해고자 원직복직과 성실교섭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