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부산, 전자투표 왜 불참했나?
    30일 넘기면 '식물정당' 가능성도
    [폭력사태 이후] 방석수, 비대위 집행위원장?…출구 없는 위기
        2012년 05월 15일 12:2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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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12일 2시경 개회된 통합진보당의 중앙위가 사상 유례 없는 폭력사태로 파행으로 끝이 났다. 중앙위 개회 직전 이정희 대표는 대표직 사퇴를 중앙위원 앞에서 선언하였다. 이는 파행의 예고탄이었다. 결국 회의 방해, 피켓 시위, 단상 점거, 의장단 폭행 등으로 점철된 중앙위는 밤 11시 30분 심상정 의장이 무기한 정회를 선포하면서 마무리되었다.

    이중 권력 상태 가능성도

    회의 내내 경기도당 소속의 안동섭, 김근래 중앙위원이 당권파 중앙위원들의 항의를 앞장 서서 지휘하였다. 하지만 이정희 대표는 회의장에 없었고, 당의 실무총책임자인 장원섭 사무총장도 회의장 안에 보이지 않았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회의실 주변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총장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온라인에서 속개된 5월 13일 중앙위는 온라인 토론을 거쳐, 안건에 대한 의결을 전자투표 방식으로 저녁 8시부터 5월 14일 오전 10시까지 진행하였다. 5월 14일 오전 11시 대표단은 중앙위 전자투표 결과를 발표하며. 회부된 안건 3개가 모두 98%를 넘는 찬성으로 통과되었음을 밝혔다. 또한 대표단 회의에서는 장원섭 사무총장에 대한 해임 결정을 하였고, 거의 같은 시기에 장원섭 총장은 당게시판 공지란을 통해 사무총장 퇴임의 변을 남겼다. ‘3일의 대란’이 1막을 넘기고 혁신비대위의 2막으로 넘어간 것이다.

    당권파의 폭력적 회의 진행 방해로 무산된 통합진보당 중앙위 모습.

    이 과정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5월 13일~14일의 중앙위 전자투표에 비당권파 연합을 함께 형성하였던 ‘울산/부산연합’ 그룹이 조직적으로 불참했다는 점이다.

    혁신비대위에 대해서 당권파가 어떤 태도를 가질 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12일 중앙위에서 당권파들이 중앙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시위를 벌였고, 또 장원섭 총장도 온라인 중앙위를 당헌당규 위반이라고 규정하였다. 그리고 5월 14일 경기도당 광주시당 경북도당 충북도당 위원장 4인의 공동입장으로 중앙위의 전자투표는 무효라고 선언하였다. 이를 보면 중앙위의 결의에 근거하여 출범한 강기갑 비대위를 원천적으로 부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에는 강기갑 비대위와 별개의 당 대표체제, 예를 들면 5월 15일 예정되어 있는 당선자 회의에서 당권파들이 자신들 편의 인물을 원내대표로 선출하고 이 원내대표를 비대위 위원장으로 하여 강기갑 비대위와 별개로 양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중권력 상태다. 현재의 당선자 분포로 보면 당권파 성향이 다수이며 이들은 김선동 당선자를 원내대표로 내세울 계획이다.

    정면 충돌이냐, 타협 모색이냐

    이 경우가 아니더라도 중앙위 결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법원에 요청하는 사법적 해결을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5월 15일 당선자 회의가 예정대로 진행될지 관심이다.

    현재 통합진보당 당선자 13명의 성향은 이상규, 김미희, 김선동, 오병윤, 이석기, 김재연, 김제남의 7명을 당권파로 나머지 6명을 비당권파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 중 김제남 당선자는 녹색연합의 시민사회 출신이기에 당권파 성향이 약하고 중간적인 성향으로 분류를 하는 시각도 있다.

    이러한 초강경책과는 달리, 타협과 봉합을 모색하는 흐름도 존재한다. 중앙위 전자표결에 불참한 울산/부산연합 그룹이 그런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비당권파 관계자에 의하면 당권파는 강기갑 비대위의 집행위원장으로 울산/부산연합 그룹이 선임되는 것을 바란다고 한다. 구체적 인물로는 방석수 울산시당 비대위원장이나 민병렬 부산시당 위원장 등이 거론되는 있다. 비당권파 연합에서는 국민참여당 권태홍 전 사무총장이 거론되고 있지만 강기갑 비대위원장의 의중은 방석수 울산시당 비대위원장으로 기울어져 있다고 이 관계자는 밝혔다.

    즉 비대위에 대한 당권파의 태도는 비대위 집행위원장으로 중간파 태도를 취하고 있는 울산/부산연합이 맡을 경우에는 비대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집행위원장이 참여계의 강경파 인물이 맡을 경우에는 중앙위나 비대위의 법적인 정통성 등을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김선동 당선자 등을 내세워 또다른 당의 대표체제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두가지 방식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대치와 대결 상황의 핵심은 당권파가 중앙위원회 등 의결기구에서 소수파이고, 의결기구의 다수파는 비당권파라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소수파가 비당권파였다면, 그리고 소수파와 비당권파의 혁신 의지가 당권파와 다수파에게 패권적으로 거부되고 억압되었다면 이들은 조직적 결별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재는 다수파가 비당권파다. 그리고 소수파가 당권을 쥐었고, 이들은 당권의 힘을 배경으로 상당수의 국회의원 당선자, 특히 비례대표 당선자를 배출하였다. 즉 소수파이지만 당의 기득권과 상당한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들이 스스로 당과 분리하고 결별할 이유가 없다. 또한 비당권파는 의결기구의 다수파라는 것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이들 다수파가 조직을 박차고 나갈 필요가 없다는 점에 딜레마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갈등과 대결의 양상은 첨예하고 상당히 적대적이지만 누구도 먼저 당을 깨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자진사퇴, 징계 모두 쉽지 않아

    먼저 혁신비대위의 집행위원장과 비대위원 구성이 어떻게 될지를 보면 이후 비대위의 행보를 예상할 수 있다. 비대위의 역할은 후속 조치를 위한 특위 구성과 당직선거 준비를 위한 투표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 등이 있다. 그리고 이번 중앙위 폭력사태에 대한 조사와 처리도 중요 현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은 비례대표 경쟁부문 당선자와 후보의 총사퇴라는 혁신방안을 집행하는 것이다. 비대위가 이것을 집행할 수 있는 방안은 이석기 당선자 등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한 자진 사퇴, 당원총투표에 의한 결정, 출당 등의 징계절차에 의한 방안 외에는 가능하지 않다. 이전에 일각에서 제기되었던 ‘이석기 당선자의 사퇴와 김재연 당선자의 승인’이라는 절충안은 국민과 당원들에게 정치적 야합과 봉합으로 보일 수 밖에 없어서 선택가능한 방법은 아니다. 그리고 강기갑 비대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당원총투표는 이미 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남은 방법은 본인과의 협의를 통한 자진사퇴와 징계를 통한 해결 방법 밖에 남지 않는다. 하지만 자진사퇴는 당권파의 태도를 볼 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다. 또 징계 절차를 통한 해법은 상당한 무리수와 조직적 파열음을 낳을 수 밖에 없으며, 현실적으로 가능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당기위가 재구성되어야 한다는 결정적 문제점이 있다. 현재로서는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많이 있는 것도 아니다. 5월 30일 이전에 비례대표 당선자를 출당 등의 조치로 징계하면 당선자 신분을 잃지만 5월 30일 이후에는 당에서 출당 등을 징계를 하더라도 무소속 국회의원 신분은 유지한다.

    그래서 5월 30일 19대 국회가 개원하기 이전에 이 문제를 풀지 못하면, 사실상 중앙위의 혁신 방안은 폐기된 것이라는 점에 혁신비대위의 고민이 있다. 그렇게 혁신방안이 현실되지 못하고 5월 30일을 넘기게 되면 국면은 예상을 하기 힘든 또 다른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혁신방안이 폐기된 상태에서 당 대표 등의 당직 선거 국면으로 넘어갈지, 아니면 파행 국면이 장기 지속되는 사실상의 식물 정당 상태로 전락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박영재 당원의 분신 사건이 터져 버렸다.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극한 대립 속에서 가장 극단적인 사건이 터진 것이다. 당장 혁신비대위는 이 분신 사건을 수습하고 박영재 당원의 치료 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이 사건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는 미지수이지만 혁신비대위의 활동을 일정하게 제약하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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