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압구조의 기원, 해방 3년사
        2010년 11월 06일 01:0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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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보수패권체제가 60년 가까이 이어져온 한국. 왜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권이 바뀌었어도 진보적 대안 없는 보수정치체제로 이어져오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 『한국의 48년 체제』(박찬표, 후마니타스, 15,000원)가 호출되었다.

    보수독점 정치체제, 왜?

    이 책은 민주주의적 현대 해석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는 “사회경제적 민주화라는 민주주의의 심화 문제가 지금 우리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가 현대사를 바라보는 관점은 결국 현재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관점을 바탕으로 저자는 한국 민주주의는 냉전-반공 체제가 남긴 역사적ㆍ구조적 조건에 의해 한계 지워진 것으로 보고 있다. 87년 이후 진보의 독자 세력화 또는 ‘보수-진보’로의 정치 대표 체제 개편이 한국 민주주의의 최대 과제로 제기되어 왔지만, 그 목표가 아직 요원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최근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거의 모든 후보들이 ‘진보’를 내세운 것도, 보수 헤게모니하의 한국 민주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는 세력의 부재를 역설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한국의 민주주의는 48년 체제의 한계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중심 테제이다.

    한국 민주주의의 이런 한계는 민주화 운동 세력의 주체적 역량, 노동 세력의 정치세력화 실패에 그 원인이 있지만 저자는 여기에 “시민사회에 대해 압도적 규정력을 가진 국가권력이 부과하는 억압 구조”를 덧붙인다. 그리고 이 책은 현재의 한계를 파악하기 위해, 그러한 억압구조의 기원, 한국 민주주의의 초기 조건을 부과한 해방3년사에 대한 연구에서 출발한다.

    또한 이 책에서는 뉴라이트 역사관에 대한 비판과 함께 민족주의적 역사 해석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하고 있어 주목된다. 민족주의적 역사 해석은 그동안 한국 현대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주된 시각이었지만, 한국 사회의 모순을 민족주의적 역사 해석으로는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의 양면성

    특히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민족주의의 양면성이다. 민족주의처럼 민족 내부의 단결을 강조하는 논리는 외부 집단에 대한 배타적 태도를 낳기 쉬운데, 이러한 배제의 논리는 민족 내부의 적대적 집단을 외세와 연계시켜 제거하는 논리로 쉽게 전환될 수 있다.

    이 책은 또한 기존의 연구에 비해 좌우파에 비해 중간파를 높게 평가한다. 기존의 중간파는 민족주의에 기반하여 민족협동노선과 자본주의와 공산주의/사회주의 간의 대립을 지양하는 제3의 노선을 추구했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저자는 민주주의 관점에 기초해 이들을 평가한다.

    당시 좌우파는 그들이 추구하는 정치적 이상이나 가치에서 극과 극의 대립을 펼쳤지만, 자신의 이념이 한 사회를 전일적으로 지배하는 체제를 꿈꾸면서 상대방과의 공존을 부정하고 상대방의 절멸을 추구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었기 때문에 저자는 이러한 좌우파의 태도가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라 규정한다.

    이 책은 48년 수립된 남한 체제를 ‘정치적 대안이 봉쇄된 보수 패권의 정치 대표 체제’로 규정하면서, 정치적 대표 체제의 민주적 확장이나 노동 있는 민주주의를 중요한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이 지향하는 것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 이념이 아니라 민주적인 정치체제다.

    저자는 다만 현재의 진보 정당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 전망보다는 막막함을 안겨 준다. 진보정당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이라는 보수 양당 또는 보수 리버럴 양당에 맞서는 대안적 정당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전망은 어두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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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박찬표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목포대학교 정치언론홍보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의회정치와 민주주의』(2002), 『한국의 국가 형성과 민주주의』(2007), 『어떤 민주주의인가』(공저, 2007)가 있으며, 역서로는 데이비드 헬드의 『민주주의의 모델들』이 있다.

    필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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