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 2년에게 수백만원짜리 '영어' 장사
    By mywank
        2010년 11월 05일 04:5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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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일부 고등학교와 대학교들이 고액의 비용이 들어가고, 학교 영어교육 과정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숙형 겨울방학 영어캠프를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공교육 기관이 고액의 사교육과 선행 학습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이 프로그램이 고교 입시에 악용되고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스펙 관리’ 열풍을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450만원짜리 고등학교 영어캠프

    특히 자율형사립고인 한국외국어대 부속 용인외국어고등학교와 민족사관고등학교, 국제고인 청심국제고등학교를 비롯해, 연세대학교, 서강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겨울방학 영어캠프를 추진하고 있으며, 사교육 업체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비용을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수강료가 450만원인 용인외고 겨울방학 영어캠프 모집 홈페이지 캡쳐 화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의 조사 결과, 해당 고교와 대학들의 겨울방학 영어캠프 수강 비용은 적게는 280만원(서강대, 초3~중2, 3주)에서, 많게는 450만원(용인외고, 초5~중2, 4주)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밖에 민족사관고(초5~중2, 4주)는 390만원, 청심국제고(초6~중2, 3주)는 330만원, 연세대(초2~초6, 3주)는 310만원, 한국외대(초5~중2, 3주)는 294만원이며, 학생들은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결한다.

    해당 고교와 대학들은 자기소개서, 공인영어인증시험 성적표 등을 제출받고, 자체적인 지필고사, 영어면접 등 거쳐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수업 내용에는 듣기와 읽기를 비롯해, 영어토론과 작문, 공인영어인증시험 및 SAT(미국대학능력시험) 대비 수업, 수학·과학 영어몰입교육까지 포함돼있다.

    SAT 대비 수업에 영어몰입교육까지

    이와 관련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 캠프는 사교육 업체가 주관하는 캠프 수준 또는 그 이상의 고액 비용을 요구하고 있으며, 학교 영어교육과정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입학 조건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는 사교육비를 줄이는 데 기여해야 할 공교육 기관으로서의 책임을 저버리는 행태이며, 사교육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학교 교육을 중심으로 성장한 학생을 선발하려는 고교 입시제도 개선 및 대학 입학사장관제의 방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특히 고교가 진행하는 캠프는 고교 입시에서 악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해당 고교들이 캠프 참가 학생들에 대한 자료를 관리하고 있다가 선발 과정에서 특혜를 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대학이 진행하는 캠프 역시 마찬가지이다. 입학사정관제가 확대되는 추세 속에서, 학부모들은 초·중학교 때부터 ‘스펙 관리’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들 "명백한 사교육"

    교육계 관계자들도 이 프로그램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박효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장은 “일부 고교와 대학들의 영어캠프는 ‘영어 만능’의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한 명백한 사교육”이라며 “대학교들이 등록금 문제 등으로 영리에 눈이 밝아진 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고등학교들까지 영리 목적으로 돈을 벌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환웅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수석부위원장은 “학생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 프로그램으로 인해 다른 기회비용을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방학기간 동안 학생들은 자신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경험을 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의지 혹은 부모님의 강요로 이 프로그램에 참가해 단지 영어 실력이 조금 늘지는 몰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학생 개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 같다”고 밝혔다.

    장시기 동국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는 “기업화되고 있는 대학이 등록금 문제 등으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벌이더니, 이제는 그것도 모자라 초·중학생까지 사업의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 같다”며 “최고 교육기관인 대학에 필요한 ‘공공성’을 망각한 암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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