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치구들, ‘민간보험' 배불리기 야합?
    By mywank
        2010년 11월 04일 10: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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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당은 신생아 보험료 지원을 하자고 나서고, 민주당과 진보신당은 이를 반대했다? 최근 구로구 의회에서는 한나라당 구의원이 발의한 ‘신생아 민간 건강보험 지원 조례안’이 야당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신생아 의료비 지원을 구청 예산으로 하자는 것에 야당이 반대하는 것은 여당 안이 ‘민간 보험’을 통한 지원이기 때문이다.

    일부 구청의 이 같은 조례 제정과 시행을 두고 공적 영역의 지원을 강화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민간 보험회사 배불리기’에 나선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명박 정권 들어서 전액 지원됐던 6세 어린이 입원비가 본인 부담금으로 바뀌면서, 이 공백을 민간보험회사가 치고들어오면서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야합’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시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 이미 자체 예산으로 신생아(생후 28일 이내 영아)에게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해주고, 보험료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번 구로구 의회의 관련 조례 ‘부결 사태’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구청들, 민간보험 가입 유행

    구로구에서 조례안을 발의한 박용순 한나라당 의원 측이 조사한 ‘지자체별 (신생아) 건강보험 시행 현황’(2010년 9월 말 기준)에 따르면, 현재 해당 지역에서 태어난 신생아를 대상으로 민간 건강보험료를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는 종로구,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등 6곳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민간보험 등을 이용해 신생아 의료비 지원을 하는 곳은 전국적으로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한 자치구에서는 민간회사인 금호생명과 신생아 건강보험 지원협약을 맺기도 했다. 

    서울의 경우 올해 관련 조례안이 구의회를 통과한 광진구는 오는 12월부터, 강북구도 올해 안으로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동작구, 관악구, 서초구, 광진구 등 이 제도를 추진하는 상당수의 기초자치단체에서 한나라당 측의 주도로 관련 조례안이 발의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8개 기초자치단체(광진구, 강북구 포함)는 신생아 민간 건강보험료 지원 대상을 셋째 아이로 정했고, 강남구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가정에 대해서는 첫째 아이부터 지원하고 있다.

    시행 기초자치단체 중 올해 지원 금액은 강남구가 1가구당 월 2만 3천원(5년간 지원, 10년간 보장)으로 가장 많으며, 송파구가 월 1만 3천원(5년간 지원, 10년간 보장)으로 가장 적다. 올해 전체 지원 예산은 송파구가 2억 1천만원으로 가장 많으며, 관악구가 1천 4백만원으로 가장 적다.

       
      ▲한 민간 보험사의 신생아 건강보험 광고 캡쳐 화면

    하지만 최근 구로구에서 박용순 한나라당 구의원이 발의한 ‘신생아 민간 건강보험 지원 조례안’이 민주당, 진보신당 등 야당 소속 구의원의 반대로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되고,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도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국민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이 제주의대 교수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해 주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낮춰야 할 지방정부가 공적 보험을 위축시키는 민간 보험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는 기초자치단체들이 민간 보험사와 ‘야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결국 국민건강보험 등 공적 보험 기능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차라리 구민들을 위해, 민간 건강보험에 지원하는 예산으로 보건소의 건강증진 사업을 강화하는 데 쓰는 게 낫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 "공적보험 위축시키는 행위"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우리나라에서 민간 보험이 제대로 된 보험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생아 민간 건강보험료 지원 제도는) 세금의 낭비”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건강보험에서 만 6세 이하 어린이의 입원비가 전액 지원됐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본인 부담금으로 바꿨다. 이런 지원 공백을 지방정부가 민간 보험으로 메우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지방 정부가 앞장서서 공적 보험을 침해하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오건호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국민건강보험 중심으로 바꿔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마당에, 지방정부가 공적 재원으로 민간 보험에 가입하는 행위는 스스로의 역할과 배치되는 것”이라며 “이는 세금으로 민간 보험의 판촉활동을 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논란을 빚은 곳은 구로구이다. 박용순 의원(도시건설위원회)이 발의한 ‘서울시 구로구 신생아 건강보험 지원조례안’을 보면, 구에서 태어난 신생아(출생 28일 이내 영유아, 첫째아이부터 지원)에게 월 1만 5천원 이내의 민간 건강보험료(10년간 보장)를 5년간 지원하는 게 핵심 내용이며, 이 조례가 시행되려면 연간 1억여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박용순 의원은 발의안에서 “신생아들에게 보험료를 지원해 줌으로서 국가정책에 이바지하고, 신생아가 많이 출산할 수 있도록 해 보다 많은 수혜를 받도록 함에 있다”며 제정 이유를 밝혔다.

    구로구의회, 관련 조례안 부결시켜

    하지만 이 조례안은 예산 문제 등을 지적한 지난달 28일 구로구의회 내무행정위원회에서 부결(찬성 3명, 반대 5명)됐으며, 박 의원은 일부 내용을 수정해 조례안을 재발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구로구의회 내무행정위원회는 민주당 4명, 한나라당 3명, 진보신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출범식 모습 (사진=시민회의)  

    관련 조례안 부결과 관련해, 윤수찬 구로구의회 내무행정위원회 위원장(민주당)은 “구 예산이 부족하고, 출산장려금 제도와 중복되는 문제 등이 있어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며 “이 조례안에는 첫째 아이부터 민간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구 예산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 부담이 우려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밝혔다.

    홍준호 진보신당 구로구의원(내무행정위원회)은 “민간 건강보험은 보험사의 이윤을 어느 정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보장성도 약 70% 수준 밖에 안 된다. 결국 같은 금액 기준으로 구민에게 돌아오는 지원 혜택이 상대적으로 적고, 구의 재정 부담도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차라리 그 돈으로 ‘무상예방 접종’이나 ‘영유아 치료비’ 등에 대한 구청 차원의 지원을 늘리는 게 맞다. 그래야 구민들에게 돌아오는 혜택도 크다”며 “성인 민간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어, 영유아 민간 보험시장은 보험사들에게 ‘틈새시장’과 다름 없다. 구의회가 자체 예산까지 쓰면서 민간 보험을 지원하는 것은 스스로의 역할을 방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생아 민간 건강보험료 지원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다른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일부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권오식 한나라당 관악구의원(보건복지위원장)은 “이 제도를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민간 보험이라는 게 중도 해약을 하면 보험금을 일부 밖에 받지 못하고, 만기가 돼도 보험금을 100% 다 받지 못하지 않느냐. 신생아 건강보험도 이런 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보편복지 일환, 나쁘지 않다" 주장도

    그는 또 “도시지역 주민들은 시골지역 주민들과 달리 이사를 많이 하는데, 관악구 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면 중도 해약이 돼, 보험금을 일부만 회수받게 된다”며 “하지만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자치구에서 관련 지원이 이뤄지는데, 이를 안 할 수 있겠느냐. 금전적으로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더라도, 자치구 차원에서 노력하는 모습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제도를 시행할 예정인 강북구의 최선 진보신당 구의원(운영위원회)은 “요즘 자치구에서 신생아들에게 민간 건강보험료를 지원해주는 게 유행이 된 것 같다”며 “신생아 건강보험 지원은 민간 보험사에서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이자, 의료민영화의 전조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신생아 민간 건강보험 지원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황일근 국민참여당 서초구의원(행정복지위원회)은 “민간 보험에 기초자치단체의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자녀를 가진 가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 것은 분명하다. 보편적 복지 차원에서 지역에서 태어난 신생아 전체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것이기에, 나쁘지 않는 제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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