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에 민주노조 만들자"
    By 나난
        2010년 11월 04일 1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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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노조 경영’ 삼성의 방침을 깨기 위한, 작지만 큰 파장을 일으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7월 삼성SDS의 최 아무개 차장이 300여 명의 직원에게 “선진노조를 만들겠다”며 동참을 호소한 데 이어, 지난 3일 삼성전자 박종태 대리가 “법에 보장된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린 것이다.

    박 씨는 해당 글을 3일 오후 1시경 사내 게시판에 올렸으나 15분 만에 삭제됐다. 박 씨는 글에서 “지난 23년간 삼성전자에 일하는 것을 커다란 자부심(으로 여겨왔고), 앞으로도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불이익을 감수하며 침묵하며 산다는 것은 나와 동료들, 삼성전자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 “노동조합을 건설하는 것이 삼성전자 사원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노조 결성을 제안했다.

    "침묵하며 사는 것 삼성전자 발전에 도움 안 돼"

    이어 “협의회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더욱 더 현장사원들이 겪는 여러 어려움을 알게 되었다”며 “현장에서 일하다 다쳐도, 해외출장 가서 사망해도, 기혼여사원이 장시간 노동강도에 유산을 해도, 회사의 책임은 없고 본인의 과실만 강요하는 기업문화는 정상적인 삼성전자의 경영방침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씨는 지난 1987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으며, 지난 2008년 1월부터 노사협의체인 한가족협의회 사원 측 위원으로 활동해 왔다. 당시 그는 임산부 출산 후 하위고과에 따른 퇴사권유와 압박 등을 일부 해결하며 사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이 문제가 됐다.

    그의 이 같은 활동이 노동조합 설립의 밑작업으로 해석된 것이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박 씨에게 "복수노조 시행 이후 노조를 설립할 것이냐"는 등의 유도심문을 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2008년 7월 ‘한가족협의회 글로벌 한가족스쿨’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협의회로부터 자격 2개월 정지 징계를 받았으며, 결국 2009년 2년 면직 조치됐다.

    박 씨의 징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목 디스크, 신경부 물혹, 부정맥 등 건강상의 이유로 2차례에 걸쳐 해외 출장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직무정지를 당하며, 사내 메일이 차단됐다. 결국 지난 8월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정신병동에 입원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후 그는 기존 해외생산법인 지원 업무에서 제조그룹 포장 업무로 발령 난 상태다.

    해외 지원업무서 포장업으로

    박 씨는 해당 글에서 “2009년 협의회에서는 면직을 당하고, 해외출장을 보류해달라는 요청에도 회사로부터는 징계를 당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최근 왕따근무에 정신병동 입원 그리고 인사의 강제발령으로 인하여 현재 정신과 및 신경과, 디스크 물리치료 약물치료 중에도 불구하고 제조그룹 메인에서 포장 작업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더 이상 불이익을 감수하고, 침묵하며 산다는 것은 나와 주위 동료들과 삼성전자의 발전에 도움이 안 된다”며“사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며 동조를 호소했다.

    앞서 지난 7월 삼성SDS 최 아무개 차장 역시 이메일을 통해 “지난 2008년 노조를 만들려고 이름 있는 단체에 연락했는데, 회사 인사팀 개입으로 그르치고 말았다”며 “그렇지만 사내 직원 중에는 노조설립에 진취적인 사원이 많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노조 설립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이메일은 박 씨 때와 마찬가지로 발송 40분 만에 삭제됐다. 당시 그는 인사팀으로부터 ‘회사의 자산인 사내 메일시스템으로 업무 외적인 내용을 사용할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지난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노조 설립 제안 글이 회사 측에 의해 삭제된 것과 관련해 “삼성재벌의 무노조 경영은 신화가 아니라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과 폭력적인 탄압으로 유지되는 사회적 범죄행위”라며 “노동자 탄압으로 유지되는 것이 (삼성)신화라고 표현된다면 이 나라 정권은 범죄 집단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무노조는 신화 아니라 범죄"

    삼성그룹 측은 여전히 ‘무노조 경영’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2011년 복수노조 허용에 대비해 ‘무노조 경영’ 방침을 더욱 확고히 다지고 있는 분위기로, 지난해 11월부터 올 봄까지 임원 간부 및 대리 사원에 대한 특별교육을 실시하며 ‘무노조 경영’ 철학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내년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무노조’ 삼성에 노조를 설립하고자 하는 움직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 씨는 향후 노조 설립을 제안하는 행동을 계속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노동계 역시 ‘삼성 노조 만들기’ 논의에 들어갔다. 금속노조는 지난 8월경부터 ‘삼성 조직화’를 위한 전국적인 네트워크 구성을 위한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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