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소수자-진보정당, ‘동맹’ 필요하다”
        2010년 11월 02일 10:4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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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은 격변의 시대인가? 각자가 진단하는 원인과 현상은 다를 수 있지만 지방선거를 전후로 나타나고 있는 다양한 요동들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진보정당을 둘러싸고 ‘대통합’의 논의는 하나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정당 내에서 소수자 운동을 하고 있는 부문 중 하나인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와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는 이러한 흐름에 대해 개입하고 발언하기 위해 지난 달 26일, 토론회를 마련하였다. 진보의 재구성, 진보의 비전을 논의해가는 데 있어서 우리들은 ‘포함’되어 있나?

       
     

    민주노동당 강석주 위원장과 진보신당 성소수자위원회 토리 위원장의 지정 발제와 문화예술 분야 활발하게 활동하며 게이인권운동가로도 맹활약 중인 김조광수 영화감독, 박경석 전국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권문영 사회당 정책위원 등이 토론자로 초청되어 다양한 의견과 풍부한 견해를 더했다. 이 외에도 각 정당의 활동가들과 인권단체 활동가 등 이에 관심 있는 다양한 참석자들이 모여 심도 깊은 뜨거운 열기로 토론을 이어갔다.

    격변하는 진보정당, 성소수자 운동 진영은 무엇을 할 것인가?

    먼저 강석주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위원장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돌아보며 그는 “민주노동당이 부르주아 자유주의 정당인 민주당과 선거연합을 하였다는 사실이 부끄럽기 짝이 없다”며, “진보정당의 역할이 ‘선거 연합’이라는 그늘에 가려져 부르주아 자유정당의 꽁무니만 쫒아 다니는 것이라면, 당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없다”며 지난 선거에서 소위 진보정당들에게 쏟아진 ‘연합’이라는 외부의 ‘반강제 압력’을 비판했다.

    그러한 와중에서도 “성소수자 인권단체들이 만든 ‘성소수자차별반대공동행동’은 2010지방선거에서 다양한 성소수자 유권운동을 시도하였고, 마포지역에 사는 성소수자들은 최초로 ‘마포레인보우유권자연대’를 만들어 성소수자정치와 지역운동의 지평을 넓혔다는 사실에서 큰 희망과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중의 삶과 애환 속에서도 가장 환영받지 못하는 분야가 바로 동성애, 에이즈, 이주노동자 문제며, 우리사회에 만연한 동성애 혐오를 함께 싸워주고 있는 진보정당과 함께 ‘동맹’하여 그 안에서 함께 나아가야 한다”면서 성소수자들의 정당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MB 이후, 더욱 거세지는 보수 진영의 성소수자 죽이기

    MB정권 집권 이후, 지난 6.2지방선거에서의 강력한 반MB정서가 우리에게 명확하게 보여주었던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근현대사를 관통하며 혹독하게 치러낸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와 분배의 원칙이, 그것도 많은 피와 눈물과 희생을 치러가며 거두었던 소위 ‘진보적’이라고 하는 가치들이 아주 빠른 속도로 후퇴하고 말았다는 사실이다.

    강석주 위원장은 “최근의 동성애혐오 신문광고, 보수기독교의 차별금지법 성적지향 조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모습, 성소수자를 옹호하는 정치인에 대한 직접적인 여론몰이 등, 보수세력의 폭력적이고 대대적인 동성에 죽이기를 우려스럽게 바라보며 이명박 정부에 맞선 진보진영의 공동투쟁 연합이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진보정당 내의 성소수자들의 운신의 폭이 상당히 적고, 같은 당내에서도 성소수자 정치에 관심을 가진 이가 많지 않아 많은 벽에 부딪치고 있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하지만 “멀고 험한 진보정당 집권의 길 속에서도, 한 걸음씩 정도를 걸어가자며, 정당 내 성소수자 운동은 입법운동 뿐만이 아니라, 성소수자 운동 속에의 실천이며, 당의 진보성을 견인해 내는” 능동적인 활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진보정당의 패러다임을 위하여 – 소집단들의 정치세력화

    이어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토리 위원장은 최근 우리사회의 ‘진보대연합’, 혹은 ‘진보재탄생’ 등 진보에 대한 담론에 있어 보다 근원적인 문제의식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진보정당의 운동이 민주화운동의 연장이라고 보는 과거의 시각이 있는데, 지금은 전통적인 운동의 주력부대가 해체된 상황”이라며 현 시점을 날카롭게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비정규직, 장애인, 성소수자 등이라는 소그룹들이 등장했고 그들이 진보정당의 주체가 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토리 위원장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소집단들, 그것이 바로 헤게모니의 약화를 보여주는 것 아니겠냐”며 “이제는 ‘학생’, ‘노동자’ 등의 호명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과 가능성이 제시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보의 확장 가능성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현재의 위기를 넘어서게 하는 것이다”라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성소수자가 어떤 정당을 지지할 수 있을까. 물론 진보정당이 인정받는 편이지만 성소수자 개개인에게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 하지만, 오히려 “현 상황을 기회라고 본다”는 그녀는 영국을 예로 들었다.

    영국에서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있었을 때 노동당이 합심해서 대처 정부에 대한 저항의 지점으로 만들었듯이. 지금 ‘낙태불법화’나 ‘동성애혐오’가 있는데, 성적자기결정권과 성적실천들을 매우 억압하려고 하는 단세포적인 마인드들로서, 성소수자들이 보기에도, 반MB를 외치는 국민들이 보기에도, 매우 웃기는 일로 보일 것”이라며 실소했다.

    차별금지법 투쟁, 성소수자들만의 문제 아니다
    대대적인 대중 캠페인으로 돌파구를 찾아라!

    그러면서 그는 “2007년 차별금지법’ 싸움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쟁점이 되었던 사안에서 안타깝게도 현 정권에서는 아직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황이 되고 말았다”며, “차별금지법이 비단 성소수자만의 싸움이 아니고, 다양한 차별 집단을 둘러싼 차별을 다루는 핵심쟁점이 될 수 있다”며, 현재의 이 법안에 대한 대응은 특별히 동력을 못 찾고 있지만 광범위한 온/오프라인 캠페인성 대중운동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양 진보정당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영화감독 김조광수씨는 몇 가지 함께 얘기해보고 싶은 게 있다며 “진보정당의 대통합이 중앙차원에서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 위원회가 주도적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와 “차별금지법투쟁을 통해서 진보화되어 있지 않은 성소수자들을 진보화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기 위해서 두 당이, 그리고 사회당이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그리고 내후년에 다시 모든 사람들이 선거에서 이긴다는 과제 때문에 소수정당들이 차별받는 상황이 있는데 선거 국면을 어떻게 미리 준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얘기해봤으면 한다”며 머리를 맞대고 신중하게 논의해할 것들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결국에는 깡다구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쟁취하다

    이에 대해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는 “결론부터 얘기하면 깡다구다!”라며 좌중을 웃기기도 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장애인 의원이 가장 많다. 진보적 장애운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 생물학적 당사자주의를 넘어서. 장애인 정체성과 계급의식이 결합된 것이 진보적 장애운동이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과연 만들어질까, 실효성 강제력 있는 차별금지법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으로 따로 만들겠다고 했다.

    결국은 ‘장차법’만 만들어졌다. 지금 차별금지법을 다시 논의하고 있는데 성소수자만 살짝 빼자고 할 것 같다. 그래서 ‘성소수자차별금지법’이라는 의제를 확실하게 만들어놓는 것이 차별금지법 만들 때 필요하다”고 전략과 전술을 강조했다. 결국 “장애인들 몸이 반자본주의기 때문에, 결국 복지예산 몇 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본주의 가치를 뛰어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바람이 거셀수록, 연대의 꽃은 피어나리

    권문영 사회당 정책위원은 “사회당에는 죄송스럽게도 여성위, 성소수자위가 없다며 진보정치 한다는 사람도 사회적 소수자에 대해서 함부로 얘기하지 않지만 체화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지방선거때 야합이 있었는데, 통합의 과정에서도 어떤 가치와 이념을 가지고 통합할 거냐에 따라, 들러리가 될 수도 있고 호기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강석주 민주노동당 성소수자 위원회위원장은 “당내에서 성소수자가 진보성을 가늠하는 문제라는 것을 계속 설득해야 한고 치열하게 내부 투쟁이 필요하다”며 안팎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강력하게 밀어부쳐야만 하는 절박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조광수 씨는 “통합과 관련해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분열이 아니라, 오늘 이 자리를 통해서 당내 투쟁의 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하며 당과 당파를 떠나 성소수자들끼리의 연대를 강조했고, 이경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운영위원 또한 “분당 때 가슴 아픈 기억이 있다며, 다만 재창당이 논의가 된다면 그때 우리가 존재감을 입증해야 하고, 그때를 위해서 협력해서 차별금지법, 동성결혼 다 얻어 내야 한다”고 밝혔다.

    황두영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운영위원은 “민주노동당이 처음 창당될 때의 꿈을 다시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보고, 하나냐 둘이냐가 아니라 다른 길을 찾기 위한 여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7시부터 시작된 토론이 10시가 다 되어 가는 늦은 시각이었음에도, 참석자들의 입에서는 쉴 새 없이 평가와 전망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여러 개의 진보정당 시대에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 어찌 보면 아무런 문제가 될 것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다른 시각에서 보면 끊임없는 진보정당의 성장과 세력화를 위해 좀 더 분명한 공동의 목표 설정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분명히 확인된 것은 앞으로 성소수자운동, 성정치 운동이 그리는 진보에 대한 비전을 내어놓고, 그것이 한국사회가 지향해야 하는 새로운 사회의 모습과 맞추어나가는 것이 지금 격변의 시기를 살아가는 지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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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드걸

    급진적인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아티스트. 연기를 무기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혁명가이자 몽상가. ‘투쟁 없이는 아무것도 쟁취하지 못한다’가 신조인 팔색조의 천상배우. 언제나 “예술의 정치화”를 화두로 연기 및 극작, 퍼포먼스, 연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 페미니스트 창작집단 <붉은 여신들>대표 http://cafe.naver.com/redgoddess
    현, 진보신당 성정치위원회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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