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 길 돌아온 합의, 많은 분들께 죄송"
        2010년 11월 01일 03:5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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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주) 노사가 1일 오후 2시 30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합의문 조인식을 열고 1,895일 간의 대립과 갈등에 마침표를 찍었다. 양 측은 이날 조인식에서 “과거의 어려움은 있었으나 양측이 대승적으로 최종 합의한 만큼 상생의 정신으로 함께 한 발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되자”고 말했다.

    이날 조인식에 참석한 기륭전자 분회 조합원들은 조인식 진행 내내 웃다 울다를 반복하며 6년 간의 싸움이 끝나는 것에 대해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최동열 기륭전자 회장은 조인식 이후 조합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그동안 고생 많았다”고 말했고, 조합원들도 “최동열 회장이 상생을 약속한 만큼 합의를 지켜주길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기륭전자 합의문 조인식(사진=정상근 기자) 

    이날 조인식에서 최동열 회장은 “지난 6년 동안 서로가 큰 고통을 겪었고, 서로 너무 많은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그러나 오늘 사회통합과 노사상생을 위해 양측이 합의한 만큼, 기륭전자도 탄탄대로에 서게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진과 직원, 기륭전자 분회원 모두 힘을 합해 그 역량을 준비된 사업에 집중해, 당장 내년부터 1,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흑자로 전환되길 바라고 있다”며 “그동안 노력한 분들을 일일이 다 말하지는 못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며 특히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의 용단과 김소연 분회장의 양보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최동열 회장 "박유기 위원장, 김소연 분회장에 감사"

    정영춘 부사장도 “기륭전자가 그동안 너무 먼 길을 돌아왔다”며 “이제 과거를 훌훌 털고, 누가 잘했는지 잘못했는지, 누가 이겼는지 졌는지는 과거로 흘려보내자”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우리가 앞으로 힘을 합쳐, 상생의 정신을 발휘해 회사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여기까지 오는 길에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어 오늘 조인식이 시원섭섭하면서도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다”며 “이제 합의문을 통해 10명의 조합원들이 복직하게 되었는데 그동안 함께 했던 많은 조합원들과 함께 복직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김 분회장은 이어 “이제 앞으로 미래를 봤으면 좋겠다”며 “우리도 회사로 돌아가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노사 간 파트너십으로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고 신명나게 일하면서 존중받으며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이 사회에서는 비정규직의 고통이 확산되지 않길 바라며 우리도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륭전자 갈등이 시작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것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며 “우리 사회의 노사 갈등, 특히 비정규직 문제의 상징처럼 되어왔던 기륭 문제는 여기 조합원들과 김소연 분회장이 6년의 시간동안 인간이 인내할 수 있는 한계를 넘나들며 지치지 않고 여기까지 온 결과로 오늘 합의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어 “노사 간 합의를 맺으면 홀가분하면서도 서운한 마음도 있다”며 “그러나 지금시점을 계기로 합의를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어 희망을 갖고 조합원들이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가 개선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법파견 개선되는 계기 되길"

    우위영 민주노동당은 합의 이후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아쉬움은 있으나 6년간에 걸친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긴 투쟁이 마무리된 점, 참으로 다행스럽다”며 “90일이 넘는 단식투쟁에 나섰던 김소연 분회장을 비롯, 기륭 노동자들의 자본과 권력에 맞선 눈물겨운 투쟁이 없었더라면 이번 타결은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이번 협상 타결이 향후 불법파견 노동자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민주노동당은 기륭전자 노동자들의 값진 투쟁을 잊지 않을 것이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더 이상 차별받지 않고 고통받지 않고 노동이 가장 크게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당의 명운을 걸고 몸을 사리지 않고 묵묵히 임무를 다해가겠다”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6년간 기륭전자 조합원이 거리에 흘린 땀과 피, 그리고 눈물을 기억하며 진심으로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전한다”며 “지난 2008년 장기투쟁 과정에서 암이 발병해 운명한 고 권명희 조합원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동렬 회장은 그동안 문자 해고, 직장 폐쇄, 노조파괴 공작 등 악덕자본가가 보여줄 수 있는 끝을 보여줬다”며 “뒤늦었지만 최 회장은 오늘 약속한 합의 내용이라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싸움에서 기륭전자 조합원들의 희생은 너무 컸다”며 “고통의 책임 8할은 국회에 있으며 비정규노동자를 구할 방법은 엄격한 사용사유 제한, 파견제 폐지 등 근본적 처방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회는 이제라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그것만이 현재 거리에서 투쟁하는 노동자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불안정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수백만 비정규노동자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며 “동희오토, 재능교육 등 지금도 장기투쟁하고 있는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에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한편 양 측의 합의는 10명의 금속노조 산하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을 직접고용하고 상호 제기된 고소, 고발 등을 취하라며 상호간의 비방을 중단키로 한 것을 골자로 한다.

    기륭전자 노사간 합의서

    전국민주노총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이하 ‘조합’이라 한다)과 기륭전자(주)(이하 ‘회사’라 한다)는 아래와 같이 상호간 원만히 합의하고, 신의 성실의 원칙으로 합의사항을 이행한다.

    1. 회사와 조합은 사회적 통합과 노사 상생을 위해 갈등을 종식하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상호 협력, 노력한다.

    2. 회사는 조합의 산하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이하 ‘고용대상자’)을 고용한다. 단 고용대상자 명단과 고용보장 조건 등은 부속합의서에 따른다.

    3. 회사와 조합 및 조합원, 지원․연대인(개인과 단체를 포함한다)은 상호 제기된 고소, 고발, 압류, 손해배상 등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상호 취하하고, 합의 즉시 상호 취하서, 처벌불원탄원서 등을 제출하며, 상호간의 민․형사상 모든 권리를 포기하고 향후 더 이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합의서 체결시 모든사건 소취하서는 동시에 서명한다)

    4. 회사와 조합, 기륭전자분회는 본 합의서 체결 즉시 농성, 집회, 시위, 비방, 관련된 일체의 인터넷 활동(기륭전자분회 홈페이지 등)을 중단, 종료, 차단하고, 향후 매체(언론, 인터넷, 유인물 등)를 통해 상호 비방하지 않는다.

    노사는 신의 성실에 입각하여 위와 같이 합의하면서 각 1부씩 보관하면서 성실히 이행할 것을 확약한다.

    2010.11.1

    회사 기륭전자(주) 대표이사 최동열
    노조 전국금속노종조합 위원장 박유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강화숙, 김소연, 박행란, 오석순, 유흥희, 윤종희, 이미영, 이인섭, 이현주, 최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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