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대-무시의 인생 끝내겠다"
    By 나난
        2010년 10월 31일 12: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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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이상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지 않기 위해, 우리 아이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지 않게 하기 위해 우리는 싸울 것이다.”

    언젠가부터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된 사람들. 임금에서부터 시작된 차별은 노동조건은 물론 노동자라면 마땅히 누리려야 할 기본권으로까지 확대됐다. 벌써 십 수 년 간 “동일노동 동일임금”, “차별철폐”, “노동기본권 쟁취”를 외치고 있지만 아직도 세상은 비정규직을 한 단계 낮은 계급으로 취급하고 있다.

    "민주노총 반성부터 하겠다"

       
      ▲ 손피켓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를 든 비정규직 노동자들.(사진=이은영 기자)

    30일, 전국 각지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서울로 상경했다. “비정규직 철폐하라”라는 그들의 요구는 외면당하고 있다. 정부는 노동유연화를 이유로 파견법 및 비정규직 확대를 시도하고 있으며, 법원의 불법 판정에도 자본은 이를 뭉개고 있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청 광장에서 열린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반성부터 해야 할 것 같다”며 “우리사회에 이토록 비정규직이 넘쳐나는데 민주노총이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하고, 다시 결의를 다진다”고 말했다.

    그는 “부자세금을 아껴주며 비정규직에게는 최저임금 4,110원을 주는 게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는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전태일 열사가 풀빵을 사준 여공들이 바로 오늘의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날 서울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사전대회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현대차 사내하청 3지회(울산․아산․전주)와 기아차․동희오토 등 1,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상경해 “천대받고 무시 받는 인생을 끝내겠다”며 “불법파견 정규직화 쟁취”를 외쳤다.

    이상언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화성지회 사내하청분회장은 이날 무대에 올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했다. 그는 “현대기아차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며 “때문에 우리는 정규직과 차별 없는 동일한 처우를 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고 말했다.

    파업해야 요구를 받아주는 회사

    그는 이어 “올해 기아차 사내하청 임단협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과 같이 자녀 학자금 등을 요구했지만 정몽구는 우리의 요구를 무시했다”며 “이번 임단협을 진행하며 느낀 것은 파업을 하지 않으면 회사는 비정규직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5년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상황을 설명하며 “과연 파업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지만, 실제 파업에 들어가고 라인을 잡으니 기아차가 교섭에 나왔다”며 “현대차 동지들도 반드시 그렇게 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 30일,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는 1,500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대법원의 불법파견-정규직 지위" 판결 이행을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이백윤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장은 "차가운 오렌지주스 한 잔 놓고 회사와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현대기아차그룹과의 직접교섭에 대한 열망을 토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지난 7월 22일 대법원의 “불법파견, 근무기간 2년 이상 정규직 지위 확인” 판결 이후에도 현대차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사내하청 3지회의 직접교섭 역시 3차례 모두 거부했으며, 노골적인 노조탄압을 계속하고 있다.

    대법판결 이후 ‘눈가리고 아웅’하는 현대기아차

    특히 그간 현대차의 이름으로 내려오던 작업지시서를 하청업체 명의로 변경하며 사용자성을 부정하고 있다. 기아차의 경우 공장의 라인별 칸막이를 설치하고 각 라인에 하청업체 이름표를 붙이기도 했다.

    현대기아차가 외면하고 있는 것은 사내하청 노동자뿐만이 아니다. ‘도급’이란 이름 하에 100% 기아차의 설계와 기술력으로 조립만 담당하고 있는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현대기아차의 관심 밖 요소다.

    현재 110일 넘는 기간 동안 현대기아차그룹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백윤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장은 “차가운 오렌지주스 한 잔 놓고 회사와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하지만 그 대가는 차가운 물대포와 배기가스, 모래가루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기아차는 ‘법적으로 동희오토 하청노동자와 상관이 없다고 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피를 빨아 천문학적인 이익을 가져가고 이제와 우리를 외면하는 것은 물론, 천대하고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날 “현대기아차그룹은 대법원 판결을 이행을 통한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불법파견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하청노동자의 인생을 끝장내고, 인간답게 살아보자”며 스스로에게 약속한 것이다. 송성훈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장과 이상수 울산사내하청지회장은 이날 삭발식을 전개하고, 계속된 현대차의 교섭거부에 대한 쟁의 의사를 밝혔다.

       
      ▲ 현대-기아-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에 항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용역업체직원과 경찰에 막혀 좌절됐다.(사진=이은영 기자)
       

      ▲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비정규직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우리사회에 이토록 비정규직이 넘쳐나는데, 민주노총이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고 말했다.(사진=이은영 기자) 

    한편, 이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우리의 직접 사용자인 정몽구 회장과 직접 이야기 하자”며 항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정문을 가로 막은 대형 버스와 용역업체 직원, 경찰에 의해 항의서 전달조차 좌절됐다.

    경찰은 자본이 아니라 노동자를 보호하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경찰에 “범죄자는 현대기아차 안에 있다”며 “대법원 판결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보호할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자를 보호해야 한다”며 항의했지만, 결국 회사 안에 들어설 순 없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과 용역업체 직원 간 마찰이 빚기도 했지만, 큰 부상은 없었다. 아울러 한때 현대차 측은 항의서를 받기 위해 건물 밖으로 나오겠다는 뜻을 전달하기도 했지만, 이는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날 현대기아차그룹 본사 앞에서 진행된 금속노조 사전대회와 서울시청 광장에서 진행된 ‘비정규직 철폐 전국노동자대회’에는 모두 6,0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 참석자들은 △간접고용철폐, 파견법 폐기, 불법파견 정규직화 △직업안정법 개악 저지, 간접고용노동자 원청사용자 책임 인정 △비정규직법 폐기 및 사용사유제한 도입 △특수고용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 산재전면 적용 △이주노동자 노동허가제(노동비자) 도입, 강제단속 반대 △최저임금 개악저지 및 최저임금 현실화 등 6가지 요구를 내세웠다.

    한편 이날 대회에서는 ‘이용석 노동열사상’ 시상식도 열렸으며, 중소영세비정규사업장을 중점 조직화한 민주노총 경북본부 경북일반노조가 수상했다. 한켠에서는 기륭․GM대우, 재능교육, 동희오토 등 비정규직 장기투쟁 사업장 기금마련을 위한 음반이 판매됐으며, 구속노동자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후원모금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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