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도 디자인으로 변화시켜야
By 나난
    2010년 10월 30일 12: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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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더 이상 현대인의 삶과 디자인을 분리시켜 생각할 수 없다. 이제 디자인이 새로운 인문학의 소재로까지 떠오르는 상황에서 신간 『비밀 많은 디자인씨』(김은산, 양철북, 12,000원)는 우리 삶과 밀접한 디자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개선에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디자인을 소재로 한 인문서로 디자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초점을 맞춘다. 이 책은 ‘디자인 과잉시대’에서 개개인의 일상은 오히려 ‘디자인 결핍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디자인에 대한 행위를 ‘구매’에만 한정짓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디자인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의 모습을 분석, 비판하는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자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디자인이 나쁘다거나 불필요하다고 이야기가 아니며 오히려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변화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더욱 더 깊이 생각해야 할 주제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개인의 일상이 ‘디자인 결핍현상’을 보이는 것은 디자인의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며 디자인에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개입시키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로서, 정부에서 만든 공공시설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로서만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그리고 그 예로 오스트리아 빈 시와 우리나라의 서울시의 공공디자인을 예로 든다. 빈 시는 공공정책에서 성별의 차이를 고려한 정책을 펼치며 치마 차림으로 출구를 향해 달려가는 여성을 그린 비상구, 기저귀를 가는 남성, 아기를 무릎에 앉힌 남성, 부츠 차림에 치마를 입은 여성을 그린 공사중 표시판 등이 생겼다.

그런데 여기에 더 급진적인 비판을 하는 이들이 생겼다. 동성애 단체들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성에 근거해 이성애자만을 위한 표지판을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그 결과 콧수염이 난 여성이 그려진 표시판이 생겼다. 그러자 동물보호단체들이 들고 일어나 캠페인이 인간만을 위하고 있다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같은 해 서울시는 청계천 복원 1주년을 기념해 청계광장에 스웨덴 출신 미술가 클래스 올덴버그의 조형물 <스프링>을 세웠다. 그러나 공공디자인에 대한 접근 태도는 근본적으로 달랐다. 청계광장에 들어선 조형물로 올덴버그의 작품이 선정되기까지 정작 시민들의 참여 기회는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 의견을 밝힐 수도, 토론할 기회도, 선택할 권리도 주어지지 않았다.

저자가 오스트리아 빈 시와 서울시의 사례를 통해 주목하고자 한 것은 ‘공공디자인의 주체가 누구인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이제 구경꾼에서 벗어나 사용자로서 주권을 찾자고 주장한다. 소비를 부추기는 디자인에 휩쓸려 디자인을 돈과 교환되는 가치로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생활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자고 말한다.

이 책은 청소년들과 사회초년생들에게 디자인을 인문학적 관점으로 접근할 수 있게 돕기 위해 씌어졌다. 한국에서 2010년부터 서울시와 시교육청에서 개발한 초등학생용 디자인교과서가 일부 학교에서 재량활동시간에 활용되고 있지만 그 영향은 미미한 편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무엇보다 청소년들과 사회초년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 비평서가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은 우리는 디자인의 역사, 그 속에서 벌어진 논쟁들, 디자인이 담고 있는 삶의 모습, 디자이너들의 고민, 디자인을 능동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열정과 마주한다. 저자의 시선은 <모던 타임즈>에 등장하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티보 칼맨의 ‘숫자 5만 쓰인 시계’까지, 스티브 잡스의 애플에서 박활민의 촛불소녀까지, 아파트에서 공공 디자인에까지 이른다.

1부에서는 디자인의 역사를 돌아보며 디자인이 만들어낸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준다. 2부에서는 디자인의 현실을 둘러싼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디자인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 경제적, 문화적인 조건에 대해 말하고 있다. 3부에서는 디자인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삶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화할 수 있는지 창조와 가능성으로서 디자인의 진정한 비밀을 이야기한다.

이 책은 <모던 타임즈>에 등장하는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산업사회 이후의 디자인의 역할을, 오스트리아 빈 시의 공공 사인 정책을 통해 디자인의 눈으로 바라본 사회 모습을, 디자이너의 선언문을 통해 디자이너의 역할을 논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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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은산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출판과 언론계에서 일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가져온 미학과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을 이론적으로 접근하고 싶어 대학원에 들어가 이미지 비평과 문화연구를 전공했다. 대학원에서 얻은 가장 값진 공부라면 머리만이 아니라 몸을 쓰는 일을 하고 싶다는 욕구를 확인하고, 다른 방식의 삶을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학교와 선생님에 대해 안 좋은 기억뿐인데도 무턱대고 대안학교 교사로 지원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덕분에 하자작업장학교에서 길잡이 교사로 기 센 십대들을 만나 어른이 되는 법을 함께 배웠다. 어른으로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로 십대들을 위한 책을 써보기로 했고 그 첫 번째 시도가 이 책이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정의하고, 의지와 열정을 갖고 삶을 변화시키려는 사람이 진정한 디자이너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디자인 책을 쓰는 시간은 “우리가 살아온 방식, 우리가 존재하는 방법”에 대해 긴 반성문을 쓰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을 통과하면서 자신의 삶을 다시 디자인하게 되었다. 지금은 숲과 생태학을 공부하고 있다. 《사진의 고고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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