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민주당, 다 똑같은 사람들”
    By mywank
        2010년 10월 29일 02:4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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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 등 기업형 슈퍼마켓(Super SuperMarket·이하 SSM) 규제 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는 사이, 대기업 유통업체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 인해 골목상권을 빼앗긴 지역 중소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나라당이 통상마찰 등을 주장하며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의 ‘동시처리’에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당초 약속을 깨고 한나라당과 두 법안의 ‘분리처리’에 합의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파문이 일자 뒤늦게 민주당은 상생법에 부정적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발언을 이유로 들며, 두 법안의 ‘동시처리’로 입장을 다시 바꾸는 등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야, SSM 규제 법안 정치공방 중

    결국 SSM 규제 법안 처리를 둘러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정치공방으로 인해, 재래시장 반경 500m 이내에 SSM 입점을 금지하는 유통법 개정안과 가맹점 형태의 SSM을 사업조정제도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상생법 개정안은 사실상 10월 국회에서 처리가 어렵게 된 상황이다.

       
      ▲정릉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에, 지역 상인들이 ‘나라 팔아 먹는 매국노, 중소상인 다 죽이는 홈플러스는 물러가라’는 글씨를 써놓고 항의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정치권의 SSM 규제 법안 ‘분리처리’ 합의와 관련해, 지난 25일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중소상인단체들은 성명을 내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서민 입법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것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맹비난한 바 있으며, 이들 단체는 29일 오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사업자 등록증을 찢는 항의행동도 벌이는 등 중소상인들의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레디앙>은 지난 28일~29일 현장 방문과 전화 통화를 통해, SSM 규제 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공방을 벌이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서울시 주요 SSM 피해지역 중소상인들의 목소리와 현장 상황 등을 취재해봤다. 중소상인들은 한 목소리로 한나라당과 민주당 측 모두에게 적지 않은 불만을 나타냈으며,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의 조속한 ‘동시처리’를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시 성북구 정릉동 풍림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정릉풍림상가에서는 최근 (주)삼성테스코의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이하 홈플러스)가 입점을 시도하고 있어, 지역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특히 3층 규모의 상가에는 중소규모의 마트 2곳(2층과 3층)과 편의점 1곳(1층)이 영업을 하고 있어, 홈플러스가 입점하게 될 경우 상가 상인들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지역상인들 "한나라당-민주당 모두 불만"

    지역 상인들은 지난 9월 3일 ‘홈플러스’가 입점을 시도한다는 소식을 알게 된 뒤, 상가 상인들을 중심으로 천막 농성과 집회 등을 벌이며 입점저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상인들이 지난 9월 4일 곧바로 사업조정 신청을 내자, 당초 직영점 형태로 입점을 추진했던 홈플러스 측은 곧바로 사업조정제도 대상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매장을 전환해 논란이 되고 있다.

    상가 1 층 횟집과 호프집이 있던 자리에 들어서는 홈플러스는 현재 내부 철거 공사를 마치고, 인테리어 공사를 앞두고 있는 등 입점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상가에서 3년 가까이 ‘풍림할인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우창 사장(39)은 그는 지난 14일 이곳을 방문해 사태 해결을 약속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 이야기를 꺼내며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릉동 ‘풍림할인마트’ 사장인 이우창 씨가 매장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우창 씨는 “손학규 대표가 오기 전까지 정치인에게 막연한 기대를 했다. 이분들이 현장에 오는 것만으로도 상인들한테는 힘이 될 것 같았다”며 “하지만 손 대표가 방문한 다음날 아침부터 홈플러스에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다. 물론 손 대표 방문 전에도 간간히 공사는 진행됐지만, 이번에는 30여명 정도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됐다. 사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더욱 악화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철거공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제 민주당 대표가 왔다간 걸 모르냐’라고 항의했더니, 그 사람은 ‘그게 다 정치 쇼지. 그 사람 온다고 달라지는 게 뭐가 있겠느냐’며 콧방귀를 꼈다”며 “민주당도 한나라당처럼 SSM 문제 해결에는 별다른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 차라리 (입점저지 투쟁에 동참하고 있는) 민주노동당이 상인들의 입장을 잘 대변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 방문 뒤, 대규모 공사 시작"

    지난 2008년 경기도 평택에서 롯데마트 입점으로 인해 슈퍼마켓 영업을 접은 뒤, 이 상가에서 올해 초부터 ‘뉴LG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김 아무개 사장(42)은 민주당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이번에 말 바꾼 정당 아니냐”며 반감을 나타냈다. 그는 “한나라당이나 민주당 다 똑같은 사람들인 것 같다. 둘 다 지금 서민들을 위해 하는 게 뭐가 있느냐. 손학규 대표가 이곳을 방문하고 신경 써 주는 것은 고마운데, 하는 것을 지켜보면 별 볼일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원구 상계6·7동 하라프라자 1층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입점 예정지 (사진=손기영 기자)

    서울시 노원구 상계6·7동 하라프라자에서도 지난해 말 SSM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이하 홈플러스)가 입점을 시도하면 지역 상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지난 2월 상인들이 사업조정 신청을 내자, 홈플러스 측은 매장을 가맹점 형태로 전환해 입점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 측이 매장에 물건 입고를 시도하자, 지역 상인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번 달부터 당번을 정해 불침번을 서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만 했던 매장 앞 집회도 매일 진행하고 있다. 또 물건 입고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충돌도 발생되고 있다.

    상계6·7동에서 8년째 ‘월드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성노 사장(44)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애초에 상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더라면, 이곳 상인들이 이렇게 불침번을 서고 홈플러스 측 사람들과 몸싸움도 벌일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한나라당이건 민주당이건 서민들을 볼모로 잡아, 자기들끼리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여야, 서민 볼모로 힘겨루기하고 있어"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에는 (주)롯데쇼핑의 SSM인 ‘롯데마이슈퍼’(직영점)가 피자 가게로 위장한 뒤, 지난 11일 기습적으로 개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동성고등학교 인근에 들어선 롯데마이슈퍼는 유명 피자업체의 매장이었던 곳으로, 지난 9월부터 피자 가게를 리모델링하고 있다는 거짓 내용의 현수막을 붙이고 개점 준비를 해왔다고 주변 상인들은 전하고 있다.

    이곳 상인들은 사전에 롯데마이슈퍼의 입점 사실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별다른 저항도 해보지 못한 채 피해를 당하고 있다. 롯데슈퍼 바로 옆 건물에 있는 중소규모 마트인 ‘럭키할인마트’ 외에도 ‘홈베이스마트’ 등 주변에 3~4개 정도의 중소규모 마트가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곳 상인들은 다음 주 정도에 롯데슈퍼에 대한 사업조정 신청을 낼 예정이다.

       
      ▲피자 가게로 위장한 뒤 개점한 대학로 ‘롯데마이슈퍼’ (사진=손기영 기자) 
       
      ▲’롯데마이슈퍼’ 옆 건물에 중소규모 마트인 ‘럭키할인마트’가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또 롯데마이슈퍼는 매장에 어묵, 핫도그, 닭꼬치 등 분식도 판매하고 있어 인근 노점상의 피해도 예상되고 있다. 한편 현재 (주)롯데쇼핑은 ‘롯데슈퍼’와 이 보다 매장 크기가 작은 ‘롯데마이슈퍼’ 등 2가지 종류의 SSM를 비롯해, 유사 SSM인 ‘마켓999’도 운영하고 있다.

    정치권의 SSM 규제 법안 공방과 관련해, 이곳에서 8년째 ‘럭키할인마트’를 운영하고 있는 이진철 사장(43)은 “롯데마이슈퍼가 입점했기 때문에, 이미 엎질러진 물이 아니냐. 앞으로 다른 분들이라도 피해를 입지 않게 유통법과 상생법이 빨리 처리돼야 한다”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모두 서민정치를 표방하고 있는데, 체감적으로 잘 느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SM 개점하자, 매출 30% 정도 줄어들어"

    그는 또 “롯데마이슈퍼 개점 이후, 벌써 매출이 30% 정도 줄어들었다.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사자가 되고 보니 당황스럽다”며 “물론 민주당이 나름대로 고생하는 것은 알고 있지만, 명분과 대의가 세워지면 이를 지켜야 하는데 입장을 바꾸는 점에 대해서는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럭키할인마트’ 직원인 정은주 씨도 “전국적으로 SSM들이 자리를 잡은 상황인데, 이제 와서 여당과 야당이 SSM 규제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니 마니 싸워봤자 뭐하겠느냐”며 “일단 SSM이 들어서면 폐점시킬 수 없기에, ‘위장 개점’ 등 편법을 써서라고 오픈하려는 SSM이 생기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SSM이 생기는 것만 알았었어도, 이렇게 당하고만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용산구 문배동에서도 지난 21일 롯데슈퍼(직영점)가 스시 뷔페로 위장한 뒤 지난 21일 개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인 ‘용산연대’의 배훈 활동가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지역 상인들과 함께 사업조정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주 초 정도에 사업조정 신청과 대책위원회 구성 문제 등과 관련해, 지역 상인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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