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들썩…베일에 싸인 삼성 보고서
    2010년 10월 29일 02: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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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기간 중에 치러지는 외부행사 가운데에는 특정 업종에 대한 광고홍보 및 제품 수주와 관련된 행사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대목이 있는데 바로 전자주민증 관련 사업이다. 한화증권이 26일 발표한 “G20, 새로운 모멘텀”이라는 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행안부가 2013년부터 전자주민증 발급사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한 이후, 전자카드와 관련된 업체들, 즉 IC칩 혹은 RFID 생산업체나 관련 소프트웨어기업, 리더기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들썩거린다.

이건 전자주민증의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관련 시장의 수익증대가 워낙 확연한 사업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정부가 나서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아무리 이 정부의 존립목적이라고 할지라도 이건 지나치게 눈에 띄게 기업친화적 행정이 아닌가?

   
  

지난 25일 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개최된 행안부 주최 전자주민증 공청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전자주민증 사업이 국민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일 뿐 어떤 다른 목적도 없다고 자신 있게 주장했다.

그러나 행안부는 여전히 전자주민증 개발사업 타당성 조사를 위해 삼성에 발주했던 용역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도대체 거기에 어떤 내용이 있기에 정보공개를 하지 않고 있는 걸까? 행안부 관계자의 단언처럼 어떤 다른 목적이 없다면 왜 이렇게 감추는 것이 많은 것일까?

삼성의 용역보고서엔 어떤 내용이?

당장 카드, 내장칩, 주변기기와 관련된 사업만이 전자주민증 발급을 통해 이익을 보는 것이 아니다. 정작 그 안에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등록번호라는 한국 사회에 특유한 개인식별번호를 이용하여 개인정보의 유통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데에 진짜 문제가 있다. 장기적으로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개인정보처리를 하는 사업 분야가 전자주민증 사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 문제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자면 우리가 평생 기억해야 하는 것으로 당연스럽게 인식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의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주민등록법은 1961년, 당시 쿠데타 정권이 “주민의 동태를 명확히 파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주민등록법 제1조 목적조항에 들어 있는 이 구절은 내년으로 제정 반세기를 맞이하는 현행 주민등록법에도 여전히 그 위용을 자랑하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주민의 동태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이 차원에서 정밀하게 고려된 것이 바로 주민등록번호였다. 제정당시엔 법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던 주민등록번호는 일련번호체계를 통한 개인식별의 효용성이라는 측면에서 계속 검토되었으나 당장 시행될 수는 없었다. 쿠데타 정권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렇게 번호를 부여하는 것은 정권안보를 위한 국민통제라는 비판을 면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정적 기회가 생기는데, 바로 1968년에 벌어진 일단의 사건들이다. 1·21 청와대 습격사건과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으로 인하여 남북관계는 휴전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이러한 일촉즉발의 위기상태는 쿠데타 정권에게 국내통제를 위한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는데, 바로 이러한 정황을 이유로 ‘반공방첩’태세 강화를 빌미삼아 그해 연말에 예비군법 개악 등의 악법들과 함께 주민등록번호도입, 주민증 의무발급 및 소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이 함께 이루어진다.

최초 주민등록번호는 번호 자체만으로는 개인식별이 가능하지 않은 12자리의 일련번호 체계로 되어 있었다(단, 남녀의 구분을 위해 현행 주민등록번호와 마찬가지로 뒷자리의 첫 번째 번호는 남자가 1, 여자가 2였다). 그러던 것이 보다 효과적인 개인식별을 위하여 생년월일 6자리와 성별구분, 출생지역(당시는 원적지)번호, 등재번호, 진위확인번호 등 오늘날의 13자리 주민등로번호체계가 1970년대 중반에 확립된다.

문제는 이 주민등록번호의 조합체계와 활용범위이다. 행안부는 각종 자료를 통해 외국에서도 이런 식의 개인식별번호가 많이 쓰이고 있고 따라서 한국만이 이런 번호체계를 가진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물론 외국에서도 개인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그 체계와 사용범위는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국민통제를 위해 도입된 주민등록번호 제도

우선 국가차원의 국민식별번호를 아예 두지 않고 있는 국가도 많다. 예컨대 독일이나 폴란드는 “국민은 번호로 관리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국민식별번호를 두지 않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전국민 배번호제가 도입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민에게 번호를 부여한다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으며, 도입된 현재에도 그 관리운용은 한국과 완전히 다르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SSN)나 캐나다의 사회보험번호(SIN)과 같은 경우는 우리의 주민번호체계와 완전히 다르다. 우선 이 번호들은 한국의 주민번호처럼 태어나자마자 국가에 의해 의무적으로 부여되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 필요에 의해 국가에 요청할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이 번호들은 주(州) 간 주소지 변경이나 기타 사정에 의하여 추후에 갱신할 수 있다. 한국의 주민번호는 죽을 때까지 바꿀 수가 없다. 다만 행정기관의 실수 등으로 인한 오기 등의 경우에 법원의 결정에 따라 극히 한정적으로 바꿀 수 있을 뿐이다.

SSN과 SIN은 번호 자체를 통해 개인의 정보를 확인하거나 유추할 수 없다. 생년월일, 성별 같은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번호만으로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SSN과 SIN은 원칙적으로 민간영역에서의 사용에 상당한 제한을 받게 되어 있다. 물론 SSN의 경우 현재 민간영역에서 과도하게 활용된다는 비판을 받고는 있으나 어쨌든 원래는 공공목적을 위해서만 이용되도록 되어 있다. 반면 한국의 주민등록번호는 민간영역에서의 사용에 대해 전혀 제한이 없다.

우리의 주민등록번호와 매우 유사한 체계를 가진 국민식별번호를 운영하는 나라도 있는데 대표적인 예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의 식별번호 역시 의무부여되며 생년월일, 성별 등을 번호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과 같은 북구유럽의 경우 국민식별번호는 공공기관의 민원처리와 복지수급이라는 용도 이외에 민간영역에서는 아예 사용할 수도 없게 되어 있다. 식별번호라는 것 자체가 개인정보를 매개하는 열쇠(matching key)의 역할을 하는 것이므로 개인정보보호와 프라이버시보호를 위해 이 번호가 과다사용되는 것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각국이 가지고 있는 번호체계가 이처럼 다른 것은 물론, 한국을 제외한 각국의 국민식별번호 보호의 방식은 매우 엄격하다. 반면 한국은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하지 않는 사회영역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다못해 온라인에서 회원가입을 하려 해도 거의 대부분의 포털사이트들과 회원제 사이트들은 회원가입의 요건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가지고 있는 일신전속성, 종신불변성 등의 특수성은 곧바로 번호 자체가 개인을 확인시켜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매우 높다. 즉 이 번호 하나만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든지 신원위장이 가능하게 된다.

이런 가치 덕분에 우리의 주민등록번호는 이미 한국 내에서 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가치 있는 개인정보로 유통되고 있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한국인의 실명과 주민등록번호가 대량 매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의 배경에는 이미 통계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모든 주민등록번호가 최소 1회 이상 외부에 유출되었다는 현실이 있다. 다시 말해 이미 내 주민등록번호는 나만의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안부는 주민등록번호를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전자주민증을 도입함으로써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개인식별을 더욱 활성화하려고 하고 있다. 행안부는 현재의 플라스틱 주민등록증 표면에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어 있어 개인정보유출의 위험이 높으므로, 전자주민증을 만들어 증 겉면에서는 주민등록번호를 없앰으로써 주민번호를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를 통한 개인정보유통의 마법봉, 주민등록번호

그러나 지금까지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경로를 살펴보면 주민등록증 때문에 유출되고 문제가 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오히려 대량으로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사건들은 모두 온라인 등 네트워크와 관련된 분야에서 발생한 일들이고 또는 CD등 전자기록매체를 통해 벌어진 것들이다. 도대체 행안부는 뭘 이야기하고자 하는 걸까?

사실 전자주민증 그 자체는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근본적으로 이처럼 위험한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 위험성을 배가시키는 것에 대해 개념이 없다는 데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민간영역에서 주민등록번호가 활용되는 것을 제어할 능력을 상실했다. 전자주민증은 그 사실을 자신들의 입으로 실토하는 것에 불과하다.

통제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구성원 각자를 일렬로 줄 세우는 것이다. 즉 번호를 부여하는 것이다. 군 복무를 마친지 수십년이 지나도 자신의 군번을 외우는 사람들을 보라. 구치소와 형무소 등 행형기관에서 왜 수인들에게 번호를 붙이는가?

더구나 이 번호를 도입한 취지 자체가 국민들을 감시하고 통제하고자 하는 군사정권의 정권안보에 있었음은 부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흉물과 같은 제도를 도입한 장본인이 사망한지 벌써 30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유산이 남아 국민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 이 땅에 과거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보이는 것일 따름이다.

주민등록번호라는 제도가 가지고 있는 일단의 장점을 완전히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장점만을 부각시키면서 그 단점에 대해선 나몰라라하는 정부의 태도는 국민의 종복으로 가져야할 자세가 아니다.

행안부는 당장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하면 나라 전체에 일대 사단이 일어날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런 일은 없다. 행안부가 두려워할 정도로 혼란이 벌어지기에는 이미 한국의 기술수준과 시민의식이 대단히 높은 수준에까지 올라와 있다.

급한 건 전자주민증이 아니다

게다가 국민의 인권을 담보로 그동안 정부가 얻은 이익이 얼마며, 이러한 번호를 이용해 손쉽게 이익을 본 민간영역의 수익은 또 얼만가? 거기에 비하면 주민등록번호를 폐지하였을 때 발생하는 손실분이라는 것은 기껏해야 조족지혈의 수준에 불과하다. 더불어 주민등록번호 폐지를 통해 보호될 수 있는 국민의 인권의 측면에서 보자면 이건 반드시 남는 장사지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다.

전자주민증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그 기세의 백만분의 일만이라도 주민번호폐지를 위한 노력에 기울여주기를 행안부에 바란다. 지금 급한 것은 전자주민등록증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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