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좌향좌?
    2010년 10월 29일 02:0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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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좌경화(?)의 길로 들어서나? 최근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두 거대 보수정당이 앞다퉈 복지국가 담론을 내세우며 왼쪽으로 이동,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동안 ‘보편적 복지국가’를 앞세워왔던 진보정당의 대응 마련이 요구된다.

복지국가론이 한국 정치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그 이전이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무상급식으로 보편적 복지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후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들이 대거 당선되면서 복지국가에 대한 국민적 수요를 확인하게 되었으며, 한나라당에서도 박근혜 전 대표가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라며 ‘복지국가’ 건설을 역설하기도 했다.

민주당 역시 일각에서 제기되던 보편적 복지에 대한 목소리가 지난 10월3일 당대회를 통해 ‘복지국가 건설’ 강령으로 채택되면서 전면에 내걸렸다. 게다가 25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가 ‘70% 복지’를 말하며 ‘중도개혁’으로의 정체성을 언급했고, 26일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서 복지국가 등 진보적 담론이 한국정치 주류로 부상하게 되었다.

복지 담론이 정치 주류 이슈로 부상

특히 한나라당이 ‘중도개혁’을 언급한 데 이어 ‘부자감세 철회’카드까지 만지작거렸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비록 강만수 청와대 경제특보의 전화 한 통화로 ‘없던 일’이 되었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진보적 담론에 대한 수요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정두언 최고위원은 29일 <CBS>라디오 ‘변상욱의 뉴스쇼’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어느 정당이든 집권을 위해 중간(중도)으로 모아지고 있다”며 “안상수 대표가 공개적으로 중도보수노선, 중도우파노선을 참여한 것은 너무나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강만수 특보의 전화 한 통화로 ‘부자감세 철폐’의 목소리가 급격하게 잦아진 것은 한나라당의 한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강만수 특보는 기자들에게 공개적으로 “한나라당에 전화해 부자감세 철회론을 막았다”고 말했고 한나라당은 27일 부자감세 철회를 처음 언급한 이후 계속해서 진화에만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장파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강만수 특보의)정책 때문에 많은 국민들이 한나라당과 현 정부가 ‘부자정권’이라는 오해를 많이 빚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29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도 강 특보에 대해 “‘감세귀신’이 들려 있는 사람”이라고 직격탄을 날리며 “의총에서 의원들의 동의로 (감세 철회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출신인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도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이 ‘부자감세’ 문제를 둘러싸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책임 있는 집권여당의 모습이 아니”라며 “부자감세는 그 혜택이 부유층에 집중되는 것으로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럴 줄 알았다 한나라당”

이인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29일 최고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의 개혁적 중도보수노선은 삼일천하로 마감했다는 반증”이라며 “지하철 무임승차논란, 차별급식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국면해소용으로 가짜복지의 위선적 면모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이날 “그럴 줄 알았다 한나라당”이라는 논평으로 “국민눈치는 안 봐도 강만수 특보와 부자들 눈치는 봐야 하는 한나라당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다”며 “강만수 특보가 이제 와서 나설 데 안 나설 데 다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요 대기업의 3분기까지 순이익만 해도 수십조”라며 “사회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데 부자들 세금을 깎아주지 못해 안달이 난 한나라당의 정신세계가 무엇인지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또한 “부자감세와 관련해 더 이상 한나라당에 기대하지는 않겠다”며 “부자감세 계속하기로 했다고 국민들에게 정확히 표명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어쨌건 최근의 보수정당 중심의 진보담론 논쟁으로 진보정당들의 설 자리도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복지국가론이 확대된 것이 오랫동안 복지국가를 주장해왔던 진보정당의 정치적 성과로도 볼 수 있겠으나 거대정당들이 복지국가 담론을 전용하면서, 특히 민주당이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면서 진보정당들의 복지국가에 대한 발언 폭이 좁아진 것처럼 보인다.

27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와 최광은 사회당 대표가 만난 자리에서도 보수정당들의 ‘복지국가 담론’에 대해 “진보진영이 정확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다만 조승수 대표는 지난 9월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복지국가를 말한다고 모두 진보가 될 수 없다”며 “정책수단, 재원 등에서 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진보는 갈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진보진영 입지는? 누가 진짜 진보냐?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겉으로 보면 진보진영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같지만 진보세력의 의제는 굉장히 많기 때문에 오히려 진보의 주도권을 놓고 진짜 진보가 누구냐는 논쟁이 붙을 수 있어 오히려 좋다”며 “세금문제, 건강보험하나로, 교육 등 논쟁할 수 있는 것들이 더욱 많이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얼마 전 민주당이 반값등록금을 얘기하면서 국가에서 등록금의 반을 지원한다는 방식을 얘기했는데 그것은 돈이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오히려 대학들이 등록금이나 국가 재정을 지원받아 이윤을 쌓는 구조를 어떻게 타파할 것인지가 중요한 것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개혁에 관심이 있느냐 없느냐가 진보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진보진영은 보수진영의 변화를 비아냥거릴 것만 아니라 잘 들여다 봐야한다”며 “한나라당에서 복지국가, 감세철회 등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로 보수진영에서 나름대로 변화의 신호가 감지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분명히 (진보에 대한) 큰 흐름이 있으니 한나라당 내에서도 소장파 의원들의 발언이 나오는 것”이라며 “성장-분배는 여론의 변화가 있지만 현재의 분위기는 분배에 많은 여론의 관심이 있는 상태이고 보수 역시 조금씩 왼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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