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수고용 노동자 89%, 산재 치료비 개인 부담
    By 나난
        2010년 10월 28일 02:59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특수고용 노동자의 41.3%가 최소한 1번 이상 업무상 사고, 즉 산업재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전체 업종 노동자 산재율인 0.7%의 무려 34배나 된다. 하지만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특수고용 노동자들은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08년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콘크리트 믹서 트럭 운전자 등 4대 직군에 대해서는 특례 적용방식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지만, 이 역시 독소조항으로 인해 유명무실한 상태다. 당연히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법 전면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회사가 전액부담한 경우 전무

    ‘특수고용 노동자 산재보험 전면적용을 위한 준비회의’가 지난 9월 10일간, 덤프․굴삭기 운전자, 퀵서비스 기사, 대리운전 기사, 병원 간병인 등 특수고용 노동자 3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중 41.3%가 업무 중 사고를 경험했으며, 89.2%가 치료비를 본인이 전액 부담했다. 나머지 10.8%는 회사가 일부 보조했지만, 전액을 보조하는 한 경우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 특수고용 노동자의 41.3%가 일을 시작한 후 최소한 1번 이사 업무상 사고, 즉 산업재해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이은영 기자)

    이에 47.5%가 민간 사고 보험에 가입하고 있었으며, 평균 11만2천 원의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임금이 100~150만 원 수준인 것을 감안할 때 민간보험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94.l1%가 산재보험 적용을 원하고 있다.

    특히나 업종별 사고 경험을 살펴보면, 퀵서비스 기사가 95.7%로 업무 중 사고를 가장 많이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덤프․굴삭기 운전자는 51%, 대리운전 기사 30.4%, 간병인 27.5% 수준으로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퀵서비스 기사의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유로 민간보험에도 가입이 되지 않고 있다.

    실제 민간보험회사에서는 퀵서비스 기사의 생명보험 가입을 받지 않고 있으며, 손해보험의 경우 ‘퀵용’으로 따로 상품이 구비돼 있지만, 평균 40만 원대의 보험료가 책정돼 있다. 때문에 퀵서비스 기사의 민간보험 가입률은 6.4%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에 가입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김창현 퀵서비스노조 수석부위원장은 “10여 년 전, 우편배달원을 위해 우체국에서 일반 오토바이 운전자까지 보험을 받아준 것이 있다”며 “6.4%는 그 당시 가입한 분들이 대다수고, 최근에는 퀵서비스 기사들의 보험을 가입시켜주는 보험사는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보함 받아주는 곳 없어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연히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산재보험 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나 지난 2008년 특수고용 직군 중 4개 직군에 대해 특례 적용으로 산재보험을 적용했지만, 실효성이 없어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산재보험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근로기준법에 명시된 ‘근로자’의 경우 산재보험 보험료를 전액 사업주가 부담하고 있다. 하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즉 특례조항을 적용받은 4개 직군의 특수고용 노동자는 보험료의 2분의 1을 노동자가 부담하고,. 본인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의미에서 산재보험법 가입 제외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임의탈퇴’ 조항으로 인해 사용주가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더군다나 산재보험은 적용대상을 근기법상의 ‘근로자’로 한정하고 있어, 특례 적용을 받지 못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들은 업무 시 사고를 당해도 속수무책이다.  김 수석부위원장은 “3년 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오토바이 사망사고가 800여 건이 일어났고, 그 중 퀵서비스 기사의 죽음은 파악조차 안 될 정도”라며 “얼마 전에도 한 기사가 야간 우행 중 뺑소니차에 치여 사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사무처장은 “레미콘의 경우 기사가 직접 차량 위에 올라가 세척하는 과정에서 추락하는 가하면, 덤프트럭 역시 덮개를 씌우기 위해 본인이 올라갔다 2미터가 넘는 곳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산비탈에서 작업하던 굴삭기가 미끄러져 사망하고가 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산재 적용 대상 확대해야

    이에 준비회의는 28일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산재보험 전면 적용”을 촉구했다. 요구안의 핵심은 4가지로,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근로자’ 정의의 확장 △4개 직군에 한정된 적용대상 확장 △산재보험 ‘임의탈퇴’ 조항 삭제 △산재보험료 사업주 전액 부담 등이다.

    윤애림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은 “근기법상의 ‘근로자’ 개념이 협소하게 정의돼 있어, 이를 적용하는 산재보험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며 “근로 계약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형태로 변경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준비회의는 지난 2008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입법 발의한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독립사업자 형태로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하더라도 특정 사업주의 사업에 편입되거나 특정 사업주가 상시적으로 영위하는 업무를 위하여 노무를 제공하고 그 사업주로부터 대가를 얻어 생활하는 자”로 근기법상의 ‘근로자’ 정의를 변경할 것을 요구했다.

    윤 팀장은 “특수고용 노동자에게 산재보험을 적용하고 있는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의 경우에도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도 근로자 개념을 확대하고, 보험료의 노동자 부담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