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소하는 우리가 뭔 죄냐?"
        2010년 10월 29일 08:2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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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미화원이 처벌받아야 하나요?"

    경찰이 28일, 지난 1일 발생한 해운대 초고층 오피스텔 화재 원인이 4층 미화원 휴게실에 있는 ‘문어발 콘센트’의 스파크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3명의 미화원을 비롯해 5명을 업무상 실화 및 업무상 과실치상 등의 혐의로 사법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타깝고 억울하다"

       
      ▲해운대 초고층 오피스텔 화재 모습. 

    경찰의 이 같은 발표가 나오자 학교 등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미화원들은 "억울하고 안타까운 일"이라며 강하게 불만을 표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말도 안되지요! 애초에 건물 지을 때 휴게실을 제대로 지었으면 그렇게 됐겠어요? 미화원만 억울하지요." 미화원 3명의 사법처리 소식을 들은 고려대학교 미화원 이영숙씨는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해운대 그 건물이 얼마나 크고 좋은 건물이에요. 건물도 아주 부잣집 건물이잖아요. 그러면 미화원 휴게실 좀 제대로 만들어야지요. 잘못은 건물 만든 사람들이 해놓고 거기서 일하는 미화원이 왜 책임져야 하냐구요."

    화재의 근본적인 원인 제공은 청소 노동자들이 아니라, 현행법상 당연히 마련해야 할 휴게실 설치도 하지 않은 건물주에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에요? 지저분한 것을 깨끗하게 하는 소중한 일을 우리가 하고 있잖아요. 그러면 거기에 맞게 대우를 해줘야지요. 그렇게 큰 건물에 대기실도 없이 불법으로 해놓고 불 나니까 미화원만 처벌한다고 하니 너무 화나고 안타깝죠"

    이 씨뿐만이 아니었다. 동덕여대에서 청소일을 하는 홍현숙 씨도 안타깝고 억울한 마음은 같았다. 홍 씨는 비단 해운대 오피스텔 문제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해운대 건물만 문제가 아니다"

    "그게 그 건물 문제만이 아니라니까요. 학교도 마찬가지고, 그 건물 말고 다른 건물도 다 마찬가지에요. 사고가 안 일어나려면 미화원들이 좀 편하고 따뜻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지요. 우리도 냉방에 있으면 추우니까 전기장판이라도 쓰고 싶잖아요. 그런 걸 못하게 하려면 제대로 만들어야지요."

    서울과 부산이라는 거리, 얼굴도 모르지만 같은 청소일을 하는 미화원 입장에서 이번 일은 정말 남의 일 같지 않다고 했다. "우리 끼리 그런 얘기해요. 남의 일 아니다. 내가 사법처리되는 것 같아요. 내가 마음이 다 아프다니까요."

    누리꾼들도 화가 났다. 대화명 ‘모범시민’은 "몸통은 놔두고 깃털들만 죽이는군요, 미화원들이야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하니까 무죄"라고 댓글을 올렸다. 대화명 ‘강쮜’도 "진짜 너무한다..그 분들 죄라면 대한민국에 서민으로 태어나서 교육을 제대로 못받아 늙어서 청소뿐이 할 것이 없는 죄다."라며 경찰의 처사를 비난했다.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미화원이 결국 힘이 없어서 희생양이 된 것"이라며 같이 안타까워했다. 다음 아고라에서도 이들에 대한 사법 처리를 반대하는 이슈 청원까지 등장한 상황이다.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html?id=99593)

    이슈 청원을 개설한 네티즌은 "부산에서 가장 크고 최상류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대형 오피스텔로 당연히 산업안전보건법상 청소노동자의 휴게실 설치는 반드시 마련됐어야" 하지만 "건물주는 진화장비도 없고 준공검사도 하지 않은 배관이 지나다니는 단 24㎡(7.26평)짜리 ‘불법’ 휴게실을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설계 당시부터 청소노동자들이 쉴 곳을 마련하고 재활용품 분리실을 만들었다면 이 같은 화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위터에서도 미화원을 사법처리한 경찰의 방침을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아이디 @74mool를 비롯해 많은 트위터리안들이 "미화원이 쉴 곳은 애초 구조에 없었고 쉴 데라고 준 곳이 배관 지나는 곳. 그래놓고 미화원에게 책임을 묻는 뭐 같은 세상입니다."이라며 관련 소식을 리트윗했다.

    아고라에서 처벌 반대 이슈청원

    빌딩, 학교 등의 청소 노동자가 가입되어 있는 (가)공공운수노조준비위도 28일 성명을 내고 청소노동자들 사법처리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준비위는 성명에서 "해운대 화재 건물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청소노동자의 휴게실 설치는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건물주는 진화장비도 없고 준공검사도 하지 않은 배관이 지나다니는 단 24㎡(7.26평)짜리 ‘불법’휴게실을 설치한 것이다"라며 "애꿎은 청소노동자의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하고 진짜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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