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레오 공장 청산 1년, "억울하고 억울하다"
    By 나난
        2010년 10월 27일 05:4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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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업체 발레오공조코리아 공장 청산 1년. “억울하다”, “공장을 돌려 달라”며 전국 방방곡곡, 세계 곳곳에서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투쟁을 벌인지도 1년이다. 하지만 프랑스 발레오그룹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중시하는 프랑스는 자국의 기업이 해외에서 일방적 회사 청산과 퀵서비스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해고통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을 질금 감고 있다.

       
      ▲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공장청산1년을 맞아 지난 25일부터 2박3일간 도보투쟁을 벌였다.(사진=이은영 기자)

    여기에 자국의 노동자들이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버림을 받았음에도 한국정부 역시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택호 금속노조 발레오공조코리아지회장은 “한국과 프랑스 정부는 아직도 발레오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려 한다”며 “찹찹한 마음이 든다”고 말한다.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지난 25일부터 2박3일간 천안 공장에서부터 서울 프랑스 대사관까지 도보투쟁을 벌였다.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내딛었다. 프랑스 대사관 인근에서부터는 3보 1배로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

    하지만 프랑스 대사관은 노동자들에게 단 한 치의 자비도 허용하지 않았다. 애초 대사관 앞에서 계획됐던 기자회견은 인근 지하철 출입구에서 진행됐으며, “프랑스 정부가 발레오 사태를 해결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담긴 항의서한도 몇 차례 경찰에 막힌 후에야 겨우 전달됐다.

    이 지회장은 “결국 프랑스 정부가 문제를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며 “발레오 노동자들과 충남지역 시민사회는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 프랑스 발레오그룹은 대한공조의 지분을 모두 인수했다. 그리고 지난 2005년 회사 이름도 발레오공조코리아로 변경했다. 윤리경영은 외면됐고, 발레오그룹이 대한공조를 인수한 이후, 투자한 것은 회사의 벽면 페인트 색을 바꾼 것뿐이다. 노조에 따르면 기술 투자는 물론 시설 투자도 없었다.

    그러던 지난 2009년 회사 측은 경영위기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80여 명을 정리해고 했고, 노조는 저항했다. 이후 구조조정이 어렵게 되자 회사는 같은 해 10월 26일 일방적 공장폐쇄와 청산을 발표했고, 희망퇴직에 불응한 노동자들에게는 퀵 서비스로 해고를 통보했다. 200여 명의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됐다.

    이 지회장의 해고통지서 역시 퀵서비스를 통해 전달됐다. 당시 집에 있던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아버지의 해고통지서 수령증에 서명을 했다. 이 지회장은 “아버지의 해고통지서를 아들이 받는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을 전개해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며 “우리가 투쟁을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은 지난 1년간 비어버린 공장을 지키며, 살아서 할 수 있는 모든 투쟁을 전개했다. 천막농성, 노숙투쟁은 물론 전국 방방곡곡과 일본, 프랑스로 원정투쟁을 떠나 평균 15년 이상 일해 오다 노동자가 하루아침에 버려진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8일에도 조합원 일부가 4차 프랑스 원정투쟁에 떠났다.

       
      ▲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27일, 삼보일배로 프랑스 대사관으로 향하고 있다.(사진= 신동준 편집국장 / 금속노조)
       
      ▲ 발레오공조코리아 노동자들이 27일, 서울 프랑스대사관 인근에서 도보투쟁 마무리 집회를 갖고 "프랑스 정부의 발레오사태 해결"을 촉구했다.(사진=이은영 기자)
       
      ▲ “프랑스 정부가 발레오 사태를 해결하라”는 노동자들의 요구가 담긴 항의서한 전달도 몇 차례 경찰에 막힌 이후에야 겨우 전달됐다.(사진=이은영 기자)

    하지만 연금개혁 반대로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에서의 투쟁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시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목숨줄이고, 생명줄인 공장을 지키기 위해, 월급 한 푼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프랑스로 노동자들이 투쟁 떠나고 있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역시 오는 11월 11일 G20정상회담 개최에만 집중할 뿐 자국의 노동자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이날 도보투쟁 마무리 집회에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한국 정부는 분명 프랑스 정부에 ‘발레오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라’고 요구했을 것”이라며 발레오 사태를 외면하고 있는 한국정부를 비꼬았다.

    이어 그는 “G20정상회담 때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다”며 “그런데 일개 사업장 지회장과 만나는 게 부끄러운 지 언론에는 알리지 않은 것 같다”며 1년간 끊임없이 요구해온 프랑스정부와 발레오그룹과의 만남이 성사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마음도 전했다.

    그는 “투쟁을 1년간 지속하며 가장 힘든 것은 조합원들의 생계문제”라며 “투기자본의 문제점을 모두가 인식하고 공장으로 돌아가기 위해 열심히 싸우고 있지만, 조합원들이 생계문제로 어려워하는 것을 볼 때면 마음이 힘들다”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하루라도 더 빨리 조합원들이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라며 제2의 투쟁을 각오하고 있다. 이 지회장은 G20정상회담이 열리는 기간 동안 서울 프랑스 대사관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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