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대통합, 하나? 안하나?
        2010년 10월 27일 05:18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민주노동당은 9월4일 중앙위원회에서 진보대통합을 재차 결의했고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취임 당시 “2012년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첫 걸음은 ‘진보정치대통합’을 적극 실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신당 역시 9월5일 당대회에서 진보대통합 원칙을 공유하고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출마당시 “진보대통합을 통한 보수-자유-진보의 삼분지계”를 주장했다.

    진보진영의 최대 지분을 가지고 있는 양 당이 진보대통합 원칙을 내세우면서 진보대통합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였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 이후 통합에 대체로 부정적이었던 진보신당 내에서도 통합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양 당 모두 진보대통합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 21일,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가 당 대표로서 첫 만남을 가졌지만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하는 데 그쳤다. 조승수 대표는 “제 진보진영 대표자들이 모여 정례협의를 갖자”고 제안했지만 이정희 대표는 “양 당 간의 신뢰회복이 중요하며 양 당 간 협의를 통해 통합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 지난 21일 양당 대표 회동 (사진=정상근 기자)

    "민노당이 정례회동 제안 거부한 것"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회동에 대해 “통합에 대한 입장차가 잘 드러난 것 아니냐”며 “이정희 대표는 조 대표의 ‘정례회동’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며, 조 대표도 이 대표의 양 당 간 통합논의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진보대통합이 더욱 어려워진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한 관계자 역시 “진보진영 정례회동 제안도 좋지만 진보대통합의 핵심인 양 당이 우선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정희 대표의 의견이 옳다고 본다”며 “양 측간의 대화 없이 진보대통합 정례회동을 구성한다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이나 실효성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우선 양 당 모두 공식적으로는 진보대통합 담론은 내세우고 있지만 각 당의 정서는 그렇지 못하다. 분당 과정의 앙금이 남아있고 분당 후 2년 간 각종 선거를 거치면서 오히려 이러한 앙금들이 배가된 경우도 있다. 울산북구 선거연합 당시에도 진통을 겪었고 지방선거 과정에서는 반MB와 진보대연합으로 나뉘어 힘겨루기를 이어가기도 했다.

    또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주류를 형성하는 세력이 ‘당 통합’보다는 ‘각 당의 확대발전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것도 진보대통합 흐름을 막는 요인이다. 특히 2012년 총선과 대선 전략에서 민주노동당은 ‘반MB연대’의 지속을, 진보신당은 진보세력 간 연대연합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통합이 이루어져도 이를 둘러싼 내부 갈등이 더욱 깊어질 우려가 있다.

    양당 주류세력의 정치노선 달라

    또한 당내 일각의 강경파들은 양 당의 아예 통합에 반대하기도 한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조승수 의원의 대표 당선을 두고 “분당에 대한 사과 없이 통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하며 진보신당 일각에서도 북한의 3대 세습을 둘러싼 민주노동당의 행동을 보고 “과거의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다”며 통합불가론을 외치고도 있다.

    조승수 대표가 이정희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도 “당 선거과정에서도 (진보대통합이) 쟁점이었던 만큼 (민주노동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당 내부의 흐름도 같이 고려해 주셨으면 한다”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또한 북한의 3대 세습과 관련해 양 측의 통합여론이 더욱 수그러들 가능성도 놓여있다. 진보신당의 한 관계자는 “3대 세습이 한 번의 이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진보진영 내 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다분하고, 3차 핵실험으로 이어질 경우 논란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선거구 등 ‘지분’ 문제도 통합에 새로운 장애물로 떠오를 수 있다. 양 측이 겹치는 선거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고 당장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의 지역구인 울산북구에서는 2012년 총선을 놓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대결구도가 짜여지고 있다.

    그러나 진보대통합에 대한 담론 자체에 대해 양 측 모두 부정하지는 않고 있고 진보대통합을 둘러싼 외부의 압박 등 진보대통합의 목소리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이정희 대표와 조승수 대표는 진보신당의 체계가 안정되면 “늘어지지 않게 논의를 추진해 가기”로 해, 대화의 창구를 열어놨다.

    통합기구 공식화될 듯

    또한 이미 양 당 모두 당의 공식기구에서 진보대통합을 결정한 데다 민주노동당은 내부에서 통추위를 운영해 활동하고 있고 진보신당도 당 대회에서 미뤄진 진보대통합 추진기구 구성을 위한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복지국가와 진보대통합을 위한 시민회의’가 28일 진보대통합 토론회를 여는 등 외부 압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진보신당 부대표는 “양 당이 공식기구에서 진보대통합을 하기로 했고, 진보대통합의 과정이 400M허들이라면 관중이 아니라 선수의 입장에서 뛰는 만큼, 약간의 장애물이 있어도 레이스에서 이탈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험과 인식의 차이가 조금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가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양 측이 진보대통합을 위한 논의기구를 구성한다는 데 큰 이견이 있지는 않은 만큼 우선 양 당간의 신뢰구축이 중요하다”며 “진보신당도 조만간 (진보대통합 관련) 대외담당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