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노조하기 너무 힘든 나라"
    시어머니 세탁기도 경매…"죽을 지경"
    By 나난
        2010년 10월 27일 11:3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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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일을 훌쩍 넘기며 투쟁을 해오고 있는 재능교육지부 오수영 사무국장은 요즘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오는 11월 3일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 12일, 회사 쪽이 낸 업무방해금지가처분 결정 위반에 대한 간접강제(압류)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것은 경매가 진행될 집에는 시어머니도 함께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시어머니는 법원이 압류신청을 받아들인 지 이틀이 지난 14일 회사 쪽 관계자들과 법원의 집행관 6명이 혼자 있는 집에 들이닥쳐 ‘빨간 딱지’를 붙이고 가서 이미 크게 놀란 적이 있다.

    게다가 그는 시어머니에게 어쩔 수 없이 ‘거짓말’까지 했기 때문에 더 곤혹스럽다. 그는 법원 집행관들이 집에 쳐들어온 ‘사건’에 대해 시어머니에게 “사기꾼들이 (물품을 가져가지 위해) 거짓말을 하고 압류하는 것처럼 한 것”이라고 본의 아니게 둘러댔다. 그는 “이제 경매가 진행되면 거짓말이 들통 날 것이 뻔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오 사무국장은 “어제(26일) 법원 경매사이트에서 11월 3일 오전 10시에 집에서 동산 경매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확인했다”며 “채권자인 회사 측과 경매 브로커, 집행관이 집으로 와서 경매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현재 일흔에 가까운 시어머니와 남편, 그리고 다섯 살 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그가 시어머니에게 더욱 ‘송구’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이번에 압류된 물건들 중에는 시어머니가 용돈을 모아 직접 장만한 것들도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법원 감정가 45만원의 김치냉장고와 7만원 짜리 세탁기가 그것이다. 오 사무국장은 이 물건들은 자신이 것이 아니라는 소송이라도 진행해야 되겠다는 생각이다.

       
      ▲ 오수영 재능교육지부 사무국장 동산 압류 목록.(자료=재능교육지부)

    오 사무국장은 “압류를 당하고, 경매가 진행되는 일을 처음 겪은 거라 어떻게 일을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어머니 물품에 대해서는 소송을 진행해서 경매가 진행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 같다”고 씁쓰레하게 말했다.

    현재 오 사무국장의 집에서 압류된 것은 김치냉장고, 컴퓨터, 장롱, 세탁기, TV 등 5가지로, 모두 127만 원 어치다.(위 표) 당시 노조 사무실의 컴퓨터와 프린터, 복합기, 책상, 의자 등도 압류됐지만 아직 이것에 대한 경매고시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오 사무국장은 현재 “죽을 것 같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편과 나만 당하는 문제면 상관없는데, 지난 압류조치 때부터는 시어머니가 피해를 입고 있어 (그간 투쟁을 이해하고 지지해주던) 남편도 화가 잔뜩 나 있는 상태”라며 “집에서 쫓겨날 것 같다”며 힘들어 했다. 

    유명자 재능교육지부장은 이번 경매조치와 관련해 “집에서 사용하던 물품이 경매에 나올 경우 대부분 재활용센터나 아니면 브로커들이 많이 사러 온다고 들었다”며 “현재 법원이 127만 원에 대해 추징하겠다고 하지만 경매에서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아 가격이 계속 내려간다면 이후 또 다른 동산을 압류하게 된다”며 걱정했다.

    이어 그는 “학습지노조 위원장의 집에도 압류조치를 위해 집행관들이 방문한 것으로 안다”며 “당시 집을 비운 상태라 압류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일단 오수영 사무국장을 본보기로 노조 간부 전원에 대해 압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능교육의 업무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인 바 있다. 이에 노조에 서울 혜화동 재능교육 100m 반경 내 불법시위 등을 금지하고, 위반 행위 1회당 100만 원을 회사에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당시 가처분 내용은 ‘수수료 관련 구호를 외치지 말 것’, ‘70데시벨 이상의 소음을 발생시키지 말 것’ 등이었다.

    재능교육 측은 법원 측의 이 같은 판결을 무기로 가처분 위반 사례에 대해 오 사무국장 외에도 학습지 노조 위원장 등에게 모두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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