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세습, 진보진영 통합의 계기로
    2010년 10월 27일 11:0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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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3대 세습은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다.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권력 계승 구조를 마련했다. 그리고 남한 내부에서는 이를 두고 또 다시 ‘친북좌파’ 논란이 빚어졌다.

일부에서는 ‘이병철-이건희-이재용’이라는 삼성 3대 세습 문제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삼성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며 삼성이 망하든 안 망하든 사실 우리나라엔 별 지장이 없다. 그러나 북한은 3대 세습 문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연결이 안 될 수가 없다. 또한 우리나라 진보정당 중 가장 규모가 큰 민주노동당 또한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민주노동당

북한의 3대 세습을 두고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반응에 예의주시했다. 민주노동당이 ‘친북좌파’라는 딱지의 중심에 서 있는 정당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북한의 3대 세습을 두고 북한의 내정이므로 북한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발표했다. 그리고 긴장 완화와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희망하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다.

반면 진보신당은 국민들의 보편적 정서나 현대 민주주의의 일반적 정신 등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으며, 그런 점에서 매우 아쉬운 일이이라고 논평을 냈다. 이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가 "비정상 국가로 가는 것은 이후 남북관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면서 진보진영 간 다시 종북주의 논쟁이 붙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이 민족주의적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즉, 북한이 어떤 잘못을 하든 북한과 남한은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북한의 행동에 제동을 걸면 남북이 통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상반된 태도, 이는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그리고 이 이슈는 어떻게 이어져 갈 것인가.

이슈 선점의 중요성

여기서 잠깐 미국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겠다. 미국은 양당제로 구성된 정치지형을 오랫동안 이어오고 있다. 양당제라는 것은 곧, 그만큼 제 3당의 성공 사례가 드물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제 3당의 성공 사례가 존재했던 적이 딱 한 차례 있었다. 바로 공화당이다.

공화당이 부상하기 이전, 미국은 휘그당과 민주당으로 구성된 양당 체제였다. 당시 미국은 흑인 논쟁에 휩싸여 있었다. 대법원에서 노예를 개인의 재산으로 인정하면서, 재산권은 타인에게 양도할 수 없는 권리이므로 거기에 대법원이 간섭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린 게 발단이었다.

이는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고, 미국 전역에서 큰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이때 공화당이 ‘노예 문제’라는 이슈를 선점해 선거를 주도하였고, 결국 노예제에 찬성했던 민주당을 제치고 선거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그 선거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은 바로 링컨이었고, 노예 문제에 대해 애매한 입장을 보이던 휘그당은 이후 공중 분해되고 만다.

한국에서도 민주당이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를 가지고 한나라당을 제쳐 승리를 거둔 경험이 있다. 물론 무상급식이라는 이슈는 진보정당들에서 먼저 제기한 것이지만, 그것을 선거에서 확실히 이용한 것은 민주당이었다. 아무튼 이슈 선점은 그만큼 힘을 가지고 있고, 판을 주도할 수 있는 강력한 구심점으로 작용한다.

북한의 3대 세습 문제 역시 진보진영 내부에서 충분한 이슈가 될 수 있다. ‘친북좌파’라는 오명 탓이다. 물론 이를 두고 선거를 주도할 수는 없다. 3대 세습은 남한의 정책과는 별 연관이 없는 이슈이며, 이미 한나라당 등 다른 정당들도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보진영 내에서는 다르다. 특히나 민주노동당의 종북주의를 반대해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세운 진보신당에는 더욱 그러하다.

진보진영에 기회가 될 수도

진보신당은 이미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 반대 의견을 밝혔다. 그리고 이 반대 의견을 공론화시킨 언론이 있으니, 그건 바로 경향신문이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며 민주노동당의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민주노동당 울산시당은 경향신문 절독을 선언하며 이를 당 차원으로 확대시키겠다는 공문을 경향신문에 보내 왔으며,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까지 3대 세습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게 자신과 민주노동당의 판단이라며 나서기 시작했다. 이 논란은 점점 더 커져 강정구 전 동국대 교수, 역사학자 김기협 씨, 진중권 씨, 홍세화 한겨레 기획위원, 손호철 서강대 교수까지 나서며 논쟁이 불붙었다.

진보진영 내부에서 오가는 이 논쟁은 절대 소모적이지 않다. 진보신당이 민주노동당과 분열한 것은 패권주의와 종북주의 논란 때문이었다. 그 중 현재 종북주의 논쟁이 다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은 현재 분열 상태지만 궁극적으로는 서로 힘을 합치는 게 옳은 일이다. 그러나 그 합치는 일이 깨진 유리조각을 다시 맞추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될 경우 그것은 다시 깨지게 마련이다.

이 논란을 계기로 진보진영은 더욱 성숙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진보진영은 분당 사태를 겪을 때부터 이미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다시 힘을 합치려면 이전의 상처를 깨끗이 치유해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 고통을 못 본 체하고 그냥 놔둘 경우 상처는 아물지 않을 것이며, 진보진영은 계속 도로 민노당 혹은 영원한 분열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합의 계기로

이 논란의 변수는 많다. 북한의 정세변화와 발언 그리고 이에 따른 한국 정부의 대처 등의 변수로 인해 언젠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것이다. 그리고 이 논란을 계기로 진보신당이 주도권을 가지고 민주노동당과의 논쟁을 이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신당이 기회를 잡더라도 그것이 결국에는 민주노동당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는 것에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를 계기로 진보진영은 종북주의 논란을 끝내고 패권주의까지 없앨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북주의와 패권주의는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분열 이유였으므로 이를 없애는 것부터 진보진영의 통합은 시작해야 한다. 먼저 변해야 하는 건 당연히 진보신당이다. 지금까지 민주노동당은 소수자의 인권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당 내에서는 소수의 의견을 무시해왔던 게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필시 진보신당이 먼저 패권주의를 버려야 한다. 그러므로 민주노동당과의 논쟁의 끝은 민주노동당으로부터 주도권을 얻어내 또 다른 패권주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통합 동력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 때부터 진보진영은 한층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때에 이르러서야 진보진영에 등을 돌린 국민들의 시선까지 바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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