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주민증 시대, 재앙이 다가온다
개인정보 보호 사기…수조원 돈벌이
    2010년 10월 26일 04: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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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온라인에서 본인인증 혹은 성인인증을 하기 위해선 해당 사이트에 로그인을 하든가, 아니면 이름창과 주민번호 창에 본인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넣어야 했다. 불편했나?

하지만 2013년부터는 달라진다. 지금까지의 인증방식과 더불어 또 하나가 추가된다. 인증을 하기 위해선 PC마다 장착된 카드리더기에 본인의 전자주민등록증을 인식시켜야 한다. 온라인을 이용한 전자정부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물론, 포털 사이트에 까페를 개설하거나 선거시기 게시판 실명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도 앞으로는 컴퓨터에 달린 리더기가 전자주민증을 인식해 주어야만 한다. 이렇게 되면 편해지는 건가 아니면 더 불편해지는 건가?

   
  ▲ 전자주민증 도입에 반대하는 시위

전국에 깔린 몇천만 대의 개인용 혹은 사무용 PC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모든 관공서, 모든 은행, 모든 약국, 하다못해 모든 편의점에도 전자주민카드 리더기가 도입된다. 진료를 받기 위해, 약을 조제받기 위해, 술과 담배를 사기 위해 수시로 우리는 전자주민카드를 리더기에 갖다 대야 한다. 당연히 전자주민카드를 소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카드리더기로 인식하지 못하는 당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우범자이다.

간단한 계산을 해보자. 현재 보급형으로 나와 있는 카드리더기는 최저 2만원대이고, 약간 고급형으로 가면 20만원대이다. 저렴하게 계산해서 앞으로 전국에 깔릴 카드리더기를 전부 2만원대로 고정한다고 가정하자. 그렇다고 하더라도 계산이 불가능하다. 2만원 곱하기 몇을 해야 계산이 나올까? 당장 카드리더기 시장만 해도 최소 몇 천억원 단위에서 조 단위의 시장이 형성된다.

막대한 이권이 걸린 전자주민증 사업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건 소설이 아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주민등록법 일부 개정안이 통과되고 발효되면 앞으로 벌어질 일이다. 이제 한국사회는 공공연한 신원 확인의 사회로 재탄생한다. 전자주민등록증이 발급되면 그렇게 된다. 이미 영국과 독일이 그렇게 되어버렸다. 역시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나라들은 지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이처럼 엄청난 사업이 시작된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주민등록증의 위변조가 너무 “쉽고” 이를 통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유다. 얼마나 많이 일어나고 있느냐 하면, 2009년에만 무려 “499건”이 일어났다. 499만 건도 아니고 “499건”이다.

위변조의 내용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인데, 대부분의 경우 청소년들이 호기심에서 혹은 금지업소 출입이나 술 담배를 구매하기 위해 벌인 변조행위이다. 다시 말해 499건 중 거의 대부분은 앞으로 장기 2년만 지나면 발생하지 않을 일들이다! 청소년들은 19세만 되면 성인이 되므로 주민증을 위변조할 일이 없어지게 된다.

이런 범죄로 인하여 발생하는 연간 피해액이 얼마나 될까? 대형 사기범죄의 경우를 제외하곤 사실상 별다른 피해액이라고 할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는 기초비용만 무려 4800억원 이상의 재원이 소요된다. 전국 단위, 전 국민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이므로 그 비용이 엄청난 것이다.

사실 4800억이라는 수치도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시한 숫자일 뿐, 똑같은 사업이 제기되었던 1998년 당시 감사원은 이 사업이 약 7000억원에 가까운 사업비를 소요하게 될 것이라는 감사 결과를 내놓은 바가 있다.

청소년 몇 명의 주민등록증 변조행위를 기화로 이루어지는 사업치고는 너무 심한 사업이 아닌가? 비용대비 효율이라는 것이 그다지 좋을 턱이 없다. 똑같은 일이 미국에서 진행되었었다. 과거 미국에서는 Real ID Act를 제정하여 전 국민에게 전자화된 신분증을 제공하려 하였다가 투하되는 자본에 비해 그 효용이 지나치게 낮다는 판단으로 사업을 철회한 바 있다.

이건 당연한 귀결인데, 한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도대체 한 해 “499”건의 주민증 위변조를 막기 위해 당장 몇 천억원의 예산을 소모해야 한다는 것을 무슨 수로 이해할 수 있겠는가?

행안부는 현재의 주민등록증이 개인정보보호에 매우 취약하다는 이유를 거론한다. 결국 행안부의 논리에 따르자면 전자주민등록증 사업은 개인정보보호라는 개인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가적 조치가 된다.

그런데 이건 완전한 아전인수다. 전자주민증 사업은 그 성격상 기본적으로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개인정보 이용을 위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업의 성격은 결코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권력을 이용한 기본권 제한적 사업이다.

청소년은 봉? 연간 “499건”의 의미는…

대한민국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가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기 위해선 기본권 제한의 필요성이 있어야 하며 그 수단이 적정해야 하고, 그 수단이 최후의 수단일 것을 요구한다. 다시 말해 다른 수단을 다 동원하더라도 그 방법밖에 없을 경우에만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위 조건들을 갖추었다고 할지라도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목적성, 수단의 적정성, 최후수단성, 본질침해금지의 원칙을 적용한다고 할 때 행정안전부의 이번 개정안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그 목적성이라는 것이 국민의 기본권행사에 일정한 장애를 주어야 할 만큼 긴절한 것인지 의문이다.

연간 “499건”의 주민증 위변조가 과연 “국가안전보장”과 “질서유지”의 근간을 뒤흔들고 “공공복리”에 위해를 가할 정도로 심각한 성질의 것인가? 전자주민증을 도입하지 않으면 저 연간 “499건”으로 인하여 국가가 무너지나?

수단의 적절성이라는 것 역시 문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률에 의할 것인데, 형식적으로 보면 행안부가 법률개정안을 통해 그 안에 전자주민증의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으므로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건 행안부의 알리바이에 불과하다. 법은 그 내용에 있어 일반성을 가져야 하고 명확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행안부의 개정안은 특히 그 명확성에 있어서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국민의 기본권에 직접적인 관련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법률의 규정 안에 명시되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중요한 내용적 사안들을 전부 시행령에 위임해버리고 있다. 즉 법률이 갖추어야 할 명확성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최후수단성이라는 것은 주민등록증 본연의 성격에서 이미 그 문제를 노정한다. 한국에서 주민등록증은 신분증 위의 신분증이다. 다시 말해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다른 신분증은 전부 무효가 된다는 거다. 이건 주민등록증에 과도한 신원확인 능력을 부여한 결과다. 우리는 운전면허증, 여권, 학생증, 사원증 등이 왜 주민등록증과 차별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왔다. 그러다보니 주민등록증이 없어도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주민등록증이 없으면 이 땅의 국민이 아닌 것처럼 취급받아왔다. 그럼에도 그걸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오고 있다. 행안부의 이번 개정안은 바로 이런 현상을 그대로 강화하자는 것에 불과하다.

신분증 중의 신분증, 신분증 계의 King of King인 주민등록증만이 존재하는 세상을 향한 첫 걸음을 걷겠다는 것. 이건 다른 신분증의 사용여지를 없애버린다는 측면에서 당연히 헌법 제37조 제2항이 요구하는 최후수단성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위헌이라도 좋다, 할 수만 있다면!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행정안전부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즉필생의 각오로 이 개정안을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동원하고 있다. 사실 이건 어떤 트라우마 때문이기도 한데, 과거 김영삼 정부에서 추진하던 스마트카드 사업(전자주민증사업의 시초)이 정권이 바뀌면서 백지화되었던 경험이 행안부에겐 아픔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돈이라면 어떤 거라도 좋다는 사고방식을 가진 이 정권에서 전자주민증사업이 개시되지 못한다면 결국 또다시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조바심이 행안부를 자극하고 있는 거다.

행안부의 저돌적인 사업 추진의 배경은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돈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당장 사업 시행에만 5천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가게 되고 이 사업이 공공과 민간영역에서 뿌리를 박는 과정에 단말기 시장만 조 단위 시장이 형성된다.

게다가 내장되는 IC칩의 수명 또는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상황에 따라 전자주민증의 유효기간이 5년에서 10년 정도로 한정된다고 할 때, 그 기간마다 전자카드 관련시장엔 돈이 흘러넘치게 된다.

이건 매우 간단한 공식인데, 연간 “499건”이라는 위변조 방지를 명목으로 수천억원의 돈을 투자하면 몇 조 단위의 시장이 형성된다는 것. 말 그대로 그냥 앉아서 ‘노나는’ 장사 아닌가?

대신에 국민의 기본권은 그대로 침해된다.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의 유통을 통해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은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아진다. 당연히 그 주된 원인은 주민등록번호 때문인데, 여전히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번호제도를 폐지할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광범위하게 주민등록번호를 이용하고 확인할 수 있도록 전자주민증을 도입할 정도니까.

개인정보의 침해뿐만이 아니라,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전자주민증은 앞으로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표현의 자유를 잠식해 들어갈 것이다. 예컨대 선거시기 게시판 실명제를 운영함에 있어서 이보다 더 확실한 수단은 없다.

더불어 유용한 곳에 쓰여져야 할 국민의 혈세가 기껏 몇몇 관련업체들의 배를 불려주기 위한 방편으로 소모된다. 그 돈이 한두 푼도 아닌데다가 이건 끊임없이 이어질 장사이기 때문에 대를 이어 혈세가 나가게 된다. 조세주권이라는 것은 이렇게 터무니없이 파괴된다.

먼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전자주민증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행안부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현행 주민등록법이 가지고 있는 반인권적 내용들, 위헌적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 제도, 열손가락 지문날인 제도, 주민증 강제발급 제도, 주민등록 직권말소 제도 등이 그것이다. 더불어 주민행정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각종 개인정보보호의 문제와 복지행정의 성격을 제대로 담지하지 못하고 있는 주민등록법의 구조적 문제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

이런 사전 작업 없이 그저 돈 들여서 전자주민증 만드는 걸 무슨 친서민적 행정이라고 포장하는 행위는 낯 뜨거울 일이다. 기업들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더불어 행정편의주의만을 도모하는 행안부는 그래서 신뢰를 받을 수가 없는 거다. 전자주민증 사업은 지금 즉시 폐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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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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