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직접 사용자' 확인됐다
    By 나난
        2010년 10월 26일 02:21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그 동안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부인하며 대법원의 불법파견 판결을 외면해 온 현대자동차가 실질적인 사용자임을 명백하게 드러내주는 하청업체 사장과 원청사 간부의 발언이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레디앙>이 입수한 녹음 파일에서 확인됐으며, 해당 파일은 현대차 아산공장의 송성훈 사내하청 지회장이 소속 하청업체인 ㅂ업체 사장과 현대차 협력지원팀 한 아무개 과장과 각각 나눈 대화 내용 2개다.

    하청업체 사장, 현대차 간부 녹음 파일 확보

    녹음된 대화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가 노조활동에 지배 개입해온 것을 입증하는 ‘공문’이 존재하고, 이를 하청업체들이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임태순 현대차 아산 공장장은 공문을 "보낸 적이 없다"며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현대차가 보낸 공문에는 “송성훈이 또 다시 불법행위를 일삼을 시 출입금지 및 적법절차를 취할 것”이라는 지시성 경고 내용이 포함돼 있다. 

       
      ▲ 자료=금속노조

    지회의 설명에 따르면 ㅂ업체 사장은 지난 10월 중순경 송 지회장을 업체 사무실로 불러 현대차로부터 받은 공문 내용을 설명했다. 사장은 이 자리에서 “‘귀사 종업원 송성훈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한 경조 제통보’라는 제목의 공문이 (현대)자동차에서 왔다”며 “또 다시 불법행위를 일삼을 시 (공장) 출입금지 및 적법절차를 취할 것을 마지막으로 경고한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송 지회장이 아산공장 금양물류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지난 9월 17일과 28일, 10월 14일에 걸쳐 공장 안에서 불법집회와 현수막․피켓시위를 주도했다”며 이 과정에서 “(현대)자동차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고, (현대)자동차 직원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생산 저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당시 대화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 측은 9월 말에도 송 지회장의 노조활동과 관련해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했다. ㅂ사 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 송성훈의 불법행위에 대해 두 번째 유감을 표명해 왔다”며 “공문에 따르면, 이후에 일어나는 일은 송성훈 씨의 여하에 달렸고, 불법 행위라든가, 선동을 할 경우 이 공고가 마지막 경고”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해당 공문에 대해 “보낸 적이 없다”며 금시초문이라는 입장이다. 임 공장장은 “공장장이 (사내하청에 공문을) 왜 보내느냐”며 “우리 업체도 아니고 그런 것은 협력업체장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녹음에서 ㅂ업체 사장은 공문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송 지회장은 자신이 아산공장장 명의의 공문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공문 받았다", 현대차 "그런 일 없다"

    당시 업체 사장은 “(현대)자동차에서도 이 시간 이후부터 (송 지회장이) 하는 행동에 대해 분명히 제재가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 경고까지 나온 상황에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오늘 보자고 한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돼있다. 이에 대해 당시 송 지회장은 “현대차에서 대놓고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항의했다.

    <레디앙>이 입수한 녹음 파일 중 또 다른 하나에서는 현대차 협력지원팀 한 아무개 과장이 직접 송 지회장을 찾아와 “회사에서 허가하지 않은 곳의 집회를 하지 말라”고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녹음 파일에서 송 지회장이 “왜 하청업체 노동조합 일에 대해 현대차가 하지 말라고 그러느냐”고 재차 따졌음에도 불구하고 한 과장은 “그런 건 묻지 마라”며 “회사에서 불허한 식당 앞이나 공장 안에서는 집회를 절대 하지 말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에 송 지회장이 “부당노동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그는 “그런 부분은 이야기하지 말고, (나는) 통보했다”며 그 어떤 설명이나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녹음은 모두 상대에게 공지한 상태에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 <레디앙>이 입수한 녹음 파일에 따르면, 현대차는 공문과 직접 접촉을 통해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의 활동을 탄압해 왔다.(자료=민주노총)

    현대차의 이 같은 노조활동 탄압과 관련해 송 지회장은 “현대차는 시설관리권을 언급하며 ‘여기는 우리 땅’이라며 집회를 불허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일반적으로 사내하청 노조의 집회를 막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노조활동을 탄압하는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간 회사는 통근버스 하차장인 민주광장에서만 집회를 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그곳은 점심시간에는 사람의 이동이 거의 없는 곳”이라며 “불법파견 판결 이후 노조에 대한 탄압이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 안에서도 집회 신고?

    이에 대해 임태순 공장장은 “(사내하청지회는) 계속적으로 불법적으로 공장 내에서 집회를 해왔다”며 “앞으로 계속 (공장 내 집회를 할 경우) 공장 유지관리차원에서 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집회는 신고 후 해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내하청지회는) 신고도 없이 공장 내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노동자들이 노동을 제공하는 사업장에서 일상적인 노조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정규직 노동자들이 점심시간 등을 이용해 집회를 하는 것을 정당한 노조활동으로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법원의 사내하청 판결 이후, 불법파견에 따른 2년 이상 고용된 사내하청 노동자는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조의 집회와 관련해 그 같은 주장을 펴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현대차의 이 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부당노동행위 고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