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곳 잃은 '외국인' 된 탈북자 눈물
    By mywank
        2010년 10월 25일 06:2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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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명순(가명) 씨는 지난 2007년 탈북해 남한 행을 결심한 지 5개월 만인 지난 2월 10일 라오스를 거쳐 인천에 도착했다. 잇따른 자연재해로 급격히 어려워진 북한 사회에서 김 씨는 기존의 공장 일로는 생활을 유지할 수가 없었다. 당국 몰래 장사도 해봤지만 이 사실이 적발돼 장사하던 모든 물건과 돈을 몰수당했다. 결국 김 씨는 탈북을 결심하게 된다.

    김 씨는 무엇보다도 먼저 정착해 있던 딸과의 재결합을 기대하며 남한 땅을 밟았다. 하지만 한국에 도착 후 관계당국의 조사에서 김 씨는 1987년 화교증을 취득했음을 진술했고, 이에 탈북자가 아니라는 당국의 결론에 따라 지난 4월 29일 화성외국인보호소로 이송됐다. 라오스의 감옥에서 보낸 기간까지 합하면 김 씨가 구금생활을 한 지 200일이 넘어섰다.

    아버지가 화교였던 김 씨는 당시 북한에서의 혹독한 생활고를 버텨내기 위해서는 중국 국적을 얻으면 나아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화교증’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것이 20년도 지난 후에 자신을 ‘남한의 외국인’으로 만들게 될 줄은 몰랐다. 

    결국 어머니가 자신의 결혼식에 꼭 와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둘째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결혼식을 미뤘던 김 씨의 딸은 지난 5월 어머니가 없는 ‘눈물의 결혼식’을 올려야만 했다. 김 씨는 딸의 결혼식 날에도 보호소에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다.

    2.

    이용호(가명) 씨는 중국으로 강제 송환될지도 모른다는 지속적인 불안감에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다. 이 씨는 “지금처럼 남한에 어떠한 형태로든 체류하다 중국을 통해 북으로 송환되는 경우, 단순히 중국에서 불법으로 체류하다가 북한으로 끌려가는 것 보다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자신의 처지를 호소한다.

    북한에서는 중국 불법체류의 경우 교화소 노동형에 처해지지만, 남한 체류 사실이 확인되면 자신과 그 가족들까지도 사형에 처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이 정권 안정을 위해, 탈북자 단속을 더욱 삼엄하게 한다는 소식은 이 씨의 마음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모습 (출처=블로그 ‘연꽃 봉우리에 핀 희망’) 

    최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무국적 탈북자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월부터 이곳에 있는 ‘무국적 탈북자’들과 수차례 면담한 NGO 단체인 ‘난민인권센터’는  25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는 김명순, 이용호 씨(가명)를 포함해, 중국 화교 출신 아버지와 북한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북한에는 화교로 등록돼 있지만 중국의 ‘호구(한국의 주민등록제도)’에는 등록되지 않은 ‘무국적 탈북자’ 5명이 정부당국의 무관심 속에 4~5개월째 구금돼 있다.

    화성외국인보호소 측은 구금된 ‘무국적 탈북자’ 5명의 중국 송환을 위해 중국대사관 측에 신원확인 요청을 했지만, 모두 중국의 호구가 확인되지 않아 자국민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이들은 중국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다.

    현재 화성외국인보호소에 구금된 ‘무국적 탈북자’ 5명 중 2명은 법무부에 ‘국적판정 신청’을 했다. 이 절차는 관계 당국의 북한이탈주민 보호결정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은 이들에게 북한주민임을 인정받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이다. 하지만 난민인권센터 측은 "현재 국적판정 제도에 탈북자의 국적판단과 관련된 주체 및 판정기준을 규정하는 구체적인 법령이 없다"고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장복희 선문대 법학과 교수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국적판정 제도는 판정의 주체와 판정기준 규정이 없어, 잘 이용되지 않고 있다”며 “이마저도 중국, 러시아 교포의 귀화를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적판정 제도를 보완하거나, 국적법을 개정해 ‘무국적 탈북자’ 문제를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성인 난민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외국인보호소의 ‘구금’은 강제출국 전에 일시적으로 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임시적인 조치”라며 “‘무국적 탈북자들’을 외국인으로 보는 것도 문제이고, 아무런 이유 없이 장기구금된 것도 문제이다. 구금이 길어지자 이 분들이 적지 않은 심적 고통도 호소하고 있다. ‘무국적 탈북자들’에 대한 ‘일시보호 해제’ 조치가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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