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컵라면 하나로 3명이 한 끼 식사
    회사, 농성장 온도 조작, 환자 속출"
    By 나난
        2010년 10월 25일 05:5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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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노동자들이 힘겨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기륭전자 조합원들은 만 6년간의 투쟁을 이어오며 최근 3번째 단식 중이다. 여성 조합원이 대다수인 반도체 생산업체 구미 KEC 조합원들은 25일 현재 5일째 공장을 점거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 두 싸움은 닮아 있다. 기륭전자 측은  합의안을 도출하고 조인식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직접고용은 안 된다”며 이를 백지화했으며, KEC는 논란의 불씨였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관련해 노조가 회사 안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없던 보다 강도 높은 안을 제시하며 교섭을 회피했다. 노조를 사실상 ‘말살’하겠다는 회사의 의도가 진행되고 있는 현장이다.

    쌍용자동차 폭력 재현될까 공포

    김은숙 씨의 남편은 5일째 구미 KEC 공장에서 농성 중이다. 컵 라면 하나로 3명이 한 끼 식사를 해결한다. 담요조차 없어 공장 맨바닥에 비닐을 깔고 새우잠을 잔다. 회사가 밤낮으로 공장의 온도를 급격하게 조절하는 바람에 감기까지 걸렸다. 그리고 지난 23일부터는 연락조차 닿지 않고 있다. 김 씨는 애가 탄다. 지난해 쌍용자동차를 강제 진압한 경찰이 남편이 있는 KEC 공장을 덮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애기 아빠가 공장 농성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둘째 아이를 데리고 공장 앞으로 갔어요. 그런데 3살짜리 아이가 경찰을 향해 ‘괴물들이 아빠를 못 보게 하고 있다’며 울부짖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KEC 조합원 가족들의 마음은 피가 바짝 바짝 마르는 심정입니다. 오죽했으면 처자식 놔두고 공장으로 들어갔겠습니까.”

    김 씨는 공장 안 남편의 이야기를 하며 눈물을 흘렸다. “밥도 잘 먹지 못하고, 잠도 못 자고 있다”며 “혹시라도 남편이 다쳐셔 나올까봐 겁이 난다”고 말한다.

       
      ▲25일 KEC 가족대책위 기자회견 모습(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KEC 가족대책위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눈물을 흘리며 도움을 요청했다. 민주노총이 지난 21일부터 공장점거 농성에 들어간 금속노조 KEC지회와 73일째 옥상농성과 13일째 단식을 진행 중인 기륭전자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만든 기자회견 자리다. KEC의 경우 지난 21일 공장으로 들어간 조합원 200여 명 중 115명이 여성 조합원이다.

    경찰, 강제진압 의사 밝혀

    200여 명의 조합원이 가져간 식료품은 50명이 일주일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예상과 달리 많은 조합원이 공장으로 들어가게 되자 현재 공장 안에서는 하루에 한 끼로 허기를 면하고 있다. 갑자기 싸늘해진 날씨와 회사의 공장 온도 조절로 감기에 걸린 조합원이 대거 발생했고, 농성이 길어지자 휴대폰 연락조차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현재 공장에서 농성 중인 김준일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은 “회사가 낮에는 공장 온도를 30도까지 올리고, 밤에는 18도까지 낮춰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감기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대책위는 지난 22일과 24일 회사 측에 호소해 겨우 감기약 정도를 공장 안에 반입시켰다. 현재 조합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1공장에는 경찰이 1,000여 명이 배치된 상태다. 반도체 생산 공장인 KEC는 염산과 불소, 질소 등 인화물질이 많아 강제진압 시 폭발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경찰은 강제진압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가족들의 가슴은 타들어 가고 있다. 김 씨는 “혹시라도 지난해 쌍용차와 같은 강제진압이 진행돼 사고라고 발생할까 봐 불안하다”며 눈물을 흘렸으며, 또 다른 가족대책위 회원은 곽정소 KEC 회장에게 “KEC를 위해 몸 바쳐 일한 제 남편을 살려달라”고 호소했다.

    전희정 KEC 가족대책위원장은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를 요구하며 “더 많은 피를 흘리고 조합원들이 다쳐야만 국가가 개입할 것”이냐며 “공권력만은 제발 투입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어 그는 “4개월 연속된 파업으로 인해 가계 빚은 늘어나고 청소년들은 범죄에 노출돼 있다며 ”조합원들이 모두 제자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고, 가정에서 가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회사측 요지부동 "노조 색깔 바꾸겠다"

    하지만 회사 측은 요지부동이다. 노조의 파업기간 조합원 가족에게 전화와 문자를 통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공장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해고할 것이라고 협박하던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24일 김 씨의 어머니는 회사로부터 “지금 들어가 있는 사위를 설득해 복귀시키라”는 문자를 받았다. 김 씨는 “이제는 장모에게까지 문자를 보내 못살게 군다”며 “정말 죽고 싶다”고 말했다.

    KEC는 2010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벌여왔으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으며, 노조에 따르면 당시 회사 측은 “이 참에 노조의 색깔을 바꾸겠다”는 말을 서슴없이 했다. 이에 노조가 지난 6월 9일부터 21일까지 경고파업을, 29일까지 전면파업을 벌이자 회사 측은 30일 새벽 직장을 폐쇄하고 용역업체 직원을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는 현정호 KEC지회장 등 조합원 40명이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됐으며, 4명이 5억 원의 손해배상청구를 당했다. 현재 경찰은 노조의 공장점거와 관련해 지회장과 김준일 구미지부장 등 6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상태다.

    특히나 타임오프 법 내 수용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의 직접 서명을 요구하는 등 또 다른 안을 제시하며 교섭을 해태했다. 또 빈번히 ‘타임오프는 문제가 아니다. 분사와 희망퇴직, 구조조정이 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김봉윤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그간 회사 측은 간사회의 등을 개최하며 겉으로는 교섭에 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내용은 전혀 없었다”며 “노조가 인사나 경영상의 문제를 양보하면 타임오프를 걸고넘어지고, 또 다시 타임오프를 양보하면 더 무리한 요구를 해왔다”고 말했다.

    "회사 최종안 받았는데도…"

    이어 그는 “회사 측이 원하는 것은 노조 말살”이라며 “그렇지 않고서야 노조가 최종 회사안에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의 25일 기자회견 모습(사진=이명익 기자 / 노동과세계)

    답답한 마음은 기륭전자 조합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2명의 조합원이 73일째 옥상농성을 진행하며, 13일째 단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김형우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단식에 동조했다. 김소연 기륭전자분회장과 송경동 시인은 11일째 굴삭기 위해서 위태로운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기륭전자 노사는 추석 전 교섭을 시작하며 6년간의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회사 측은 몇 차례에 걸쳐 합의안을 번복하더니 결국은 조인식을 하루 앞두고 교섭을 백지화 했다. “우롱하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성토가 빗발쳤다.

    민주노총, 중요 결단 내릴 것

    유흥희 기륭전자 조합원은 25일 기자회견에서 “기륭전자는 ‘죽어도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며 교섭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며 “이 정권의 옹호를 등에 업고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은 ‘노조를 인정하지 못하겠다’며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기륭전자 측은 노조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및 부당해고 구제 관련 재판에서 승소하자 소송비용을 노조에 청구한 상태다. 이에 지난 21일 조합원 8명 전원의 통합이 압류됐으며 1인당 평균 200여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금속노조 비정규직투쟁본부와 기륭전자분회는 야4당에 ‘비정규직노동자 문제해결을 위한 야4당 공동대책기구’ 구성을 제안하며, 기륭전자 사태 해결을 위한 국회 차원의 중재를 요청한 상태다.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KEC와 기륭전자 사태와 관련해 “KEC 회사 측은 어떤 대화와 교섭도 거부한 채 용역깡패를 동원했으며, 여성 조합원들은 목숨을 건 공장 점거 투쟁에 들어갔다”며 “기륭전자 역시 조인식을 앞두고 합의안을 뒤집으며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민주노총은 KEC, 기륭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않을 경우 오는 27일 구미에서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폭력정권에 항거하는 중요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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