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 '아산 공장' 탄압 집중, 왜?
    By 나난
        2010년 10월 25일 02:5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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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울산․아산․전주 등 3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지난 7월 대법원 판결 이후 ‘불법파견 금지-정규직 지위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아산공장에 대한 탄압이 극심하다. 정규직 공장장이 집회 참가 조합원에 대한 (공장)출입 통제를 지시하는 가하면, 조퇴한 노조 간부를 ‘무단이탈’이라며 징계위에 회부했다.

    작고, 조직력 약한 곳 집중 공세

    노동계는 상대적으로 울산과 전주에 비해 아산이 규모가 작은 데다 조직력이 떨어져 회사 측이 더욱 탄압의 고삐를 당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산비정규직지회가 ‘투쟁’을 강조해오며 회사의 눈엣가시로 여겨진 만큼 불법파견 투쟁에서 노조의 힘을 빼겠다는 계산도 들어가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8일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100여 명이 중식집회를 갖고 “불법파견, 정규직화”를 주장했다. 이에 원청 관리자와 경비 80여 명이 몰려와 집회를 방해하고 해산을 종용했다. 같은 달 16일에 있은 중식집회에서도 원청 관리자와 경비들은 여전히 물리적으로 집회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가 조합원의 목을 조르는 가하면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현대차의 탄압은 단지 집회를 방해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아산공장장 명의로 각 하청업체에 “중식 집회, 피켓 시위, 각종 집회 등 참석 인원들에 대해 (공장)출입을 통제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중식집회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불려간 한 조합원은 해당 공문을 실제 확인했으며, 당시 하청업체 관리자는 집회 참가 조합원들의 실명을 거론하고, 사진도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 현대차는 사내하청노조(현대차 사내하청지회) 교섭위원의 교섭장 출입조차 막으며 교섭을 해태하고 있다.(사진=아산사내하청지회)

    노조에 따르면, 지난 20일 경 현대차는 공문을 최종 하청업체에 전달했으며, 노조 역시 내용을 확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송성훈 아산사내하청지회장은 ‘무단이탈’을 이유로 견책 통보를 받았고, 결국 징계위에 회부했다. 지난 5일 그는 노조 활동을 이유로 조퇴를 요청했으나 업체 측은 ‘근태가 좋지 않다’며 거부했고, 송 지회장은 결국 조퇴서를 쓰고 공장을 나갔다.

    이에 업체 측은 시말서 작성을 통보했으나, 그는 이를 거부하고, 지난 7일 또 다시 조퇴를 했다. 이에 업체 측은 ‘무단이탈’이라며 오는 26일 오전 7시20분 징계위 개최를 통보한 상태다. 당시 송 지회장은 “조퇴를 사용하는데 제약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근태를 들먹이며 ‘무조건 조퇴는 안 된다’고 했다”며 “징계를 통해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규직 노조 취약도 원인"

    아산지회의 경우 지난해 단체협약이 만료된 이후 원청과의 직접 교섭을 요구하며 사내하청업체와는 단협을 맺지 않고 있다. 당연히 전임자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송 지회장은 노조활동을 위해서는 업무 중 조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아산지회 간부 일부는 현대차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으로 고소고발이 된 상태다. 중식집회 과정에서 원청 관리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것은 물론 성희롱 사건으로 물의를 빚은 금양물류와 관련해 ‘현대차는 상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현대차를 언급했다’는 이유다.

    이렇듯 현대차는 유달리 아산공장에 대해서만 탄압을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로 울산과 전주에서는 대법원 판결 이후 조합원 가입 활동과 간담회 등에서 회사 측과의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으나, 현재는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울산의 경우 지난 13일 3공장에서 조합원 교육을 진행하려하자 원청 관리자들과 경비들이 이를 막아섰지만 결국 물리적 충돌을 뚫고 간담회를 진행됐다.

    전주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8월말 ‘맥주병 가격’으로 논란이 됐던 ㄷ기업은 관리소장이 직접 ‘노조에 가입하지 말 것’을 강요하며 노조 탈퇴를 종용하기도 했지만, 현재 특별한 노조 활동 방해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특히 ㄷ기업은 노조와 당시 폭력사건과 관련해 △사장 직접 사과 △치료비 전액과 병원 입원 기간 임금 △현대차와의 계약 갱신 금지 등에 합의한 상태다.

    강성희 전주사내하청지회장은 “ㄷ기업 관련 피해자와 가해자의 쌍방 간 고소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제외하고는 문제가 해결된 상태”라며 “이외에도 불법파견 관련 노조에서는 매일 아침 출근투쟁과 중식 집회 등을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회사 측이 이를 물리적으로 막는 상황은 아니”라고 말했다.

    송 지회장은 아산공장에서 탄압이 유독 심한 것과 관련해 “회사 측이 아산을 ‘제일 약한 고리’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전주는 정규직 노조가 워낙 강하고, 울산 역시 정규직 지부가 있어서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산도 정규직 지부가 있으나 조직과 활동성에서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금속, 현대차 부당노동행위 고소 방침

    더군다나 울산과 전주의 비정규직 조합원이 각각 1,700여 명, 500여 명인 반면, 아산은 300여 명에 불과하다. 송 지회장은 “아산이 울산과 전주에 비해 비정규직 노조가 가장 늦게 만들어진 데다 조합원 수도 가장 적다”며 “여기에 아산의 경우 지난해부터 교섭 과정에서 이의를 제기하며 단협을 맺지 않아 현대차 입장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관계자 역시 “아산공장의 경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가 울산과 전주에 비해 조직력과 대응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며 “똑같이 탄압을 해도 울산과 전주의 경우 이를 돌파하지만 아산은 밀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아산에 집중되고 있는 탄압과 관련해 울산․아산․전주지회의 요청에 따라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의 현장 순회를 계획하고 있으며, 노조활동 방해 및 교섭 불참과 관련해 현대차 측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발 방침이다.

    특히 오는 30일 현대차 사내하청 노조 조합원 3,000여 명이 ‘불법파견-부당노동행위 반대, 정규직 전환, 직접 교섭“ 등을 촉구하며 서울로 상경해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 앞에서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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