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임승차, 사회적 요금으로 해결하자”
        2010년 10월 25일 09: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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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부산시가 운송원가 상승을 이유로 시내버스요금 인상안을 발표했다. 앞으로도 많은 지자체들이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할 예정이어서 시민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또한 김황식 총리는 과도한 복지라는 이유로 부자노인들에게는 도시철도 무임혜택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가 국민들이 분노를 샀다.

    하지만 노인비율이 급속도로 늘어가는 상황에서 도시철도 운영적자의 주요 원인인 무임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만은 없다. 더욱이 대중교통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지방정부의 재정여력도 악화되고 있으므로 대중교통요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더 이상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뒷짐만 지어서는 안 되며 사회적 요금체계를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대중교통요금 문제에 개입해야 한다.

    1. 광역 도시들의 교통부문 재정부담 증가

    우선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광역 도시들의 재정지원금 상황을 알아보자. 2004년 서울시가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로 다른 광역시들도 버스준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다. 버스준공영제는 버스 운송수입금을 민관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대신에 정부(지자체)는 노선체계 개편권을 가지며 운행실적에 따라 일정수익과 운영비용을 버스 업체에게 보장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도시들의 버스 재정지원금의 규모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역별로 편차는 있지만 아래의 표를 보면 대체적으로 재정지출규모가 준공영제 시작 전보다 2∼3배 정도는 늘어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재정지원금이 늘어난 이유는 무엇인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각 지자체들이 준공영제 도입과 함께 대중교통 환승제도를 실시하면서 환승금액을 부담했기 때문이다. 현재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도시 중에서 대구시만 정산시스템을 이용해서 무료환승지원 금액을 정확하게 집계하고 있다. 대구시 자료에 의하면 06년에는 256억 원, 07년에는 418억 원, 08년에는 480억 원의 무료 환승 혜택이 시민들에게 돌아가면서 교통 복지 향상에 기여했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대중교통 무료환승지원은 버스-버스 환승뿐만 아니라 버스-지하철 환승 시에도 발생하기 때문에 순수하게 버스-버스 환승에 대한 지자체의 부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버스 무료 환승이 버스 재정지원금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

    산정된 표준운송원가에 의해서 지자체가 버스업체에게 지급해야 하는 버스 대당 금액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이 지급금액의 재원이 되는 운송수입금이 환승 효과(많이 타도 1회 운송수입금임)나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대한 배분(버스-지하철 환승 시에는 수입금을 나눔)등으로 부족하게 되면 지자체가 보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재정지원이 기존의 대당 보조금 방식에서 적정이윤과 운영비용을 보장하는 표준운송원가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재정지원금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시와 버스업체가 각각 운송원가 산정기관에 용역을 주고 그 결과를 토대로 표준운송원가를 협의하기 때문에 운송원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준공영제 도입 이후 버스업체의 경영수익은 많이 증가했다.

    그런데 더욱 문제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는 모든 도시들이 대규모 운영적자가 발생하는 도시철도공사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운영적자가 무임권의 확대와 수송원가보다 낮은 운임수준이라는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고 있어서 결국 지자체의 책임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와서는 지자체의 무문별한 토건사업으로 부채는 폭발적으로 늘어난 반면, 부자감세와 경기하락으로 조세수입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재정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각 지자체는 재정지출통제에 중심을 두게 되는데 대중교통부문에 대해서도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수익적 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중교통요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통요금인상 반대운동을 넘어서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를 해소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2.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사회적 요금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무리하게 도시철도를 건설하고 토건 사업에 매진하여 현재의 재정위기를 자초한 책임은 전적으로 지자체가 져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지자체의 재정여건이 열악해지고 있기 때문에 대규모 재정이 계속해서 투자되어야 하는 대중교통부문에 대해서 중앙정부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중앙정부는 그동안 대중교통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대중교통의 관리와 운영을 전적으로 지자체에게 떠넘기면서 책임을 방기해왔다. 중앙정부는 무임비용지원이 과도한 복지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그러므로 대중교통요금과 무임비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사회적 요금체계가 도입되어야 한다. 사회적 요금체계는 모든 계층이 차별 없이 공공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요금체계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대중교통은 교통오염과 혼잡비용을 줄여 사회경제적 편익도 발생시키기 때문에 더욱더 사회적 요금체계로 운영되어야 한다. 이미 국가철도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요금체계에 입각한 PSO(public service obligation, 공적 서비스 의무)와 같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95년 국유철도 특례법에 의해서 명문화된 PSO는 적자노선 보존, 운임요금감면 등을 통하여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철도공사에 보조해주는 법정 지원금인데 이러한 지원을 국가철도뿐만 아니라 지하철과 버스에도 확대하자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 본대로 버스부문에서는 버스 재정지원금을 증가시키고 있는 무료 환승지원금액을, 도시철도 부문에서는 무임비용과 수송원가 보존분을 PSO 지원 항목으로 설정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절하게 부담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교통기본법으로 흡수되었으므로 교통기본법에 PSO 지원 조항을 포함시키면 가능하다. 결국 대중교통에 대한 PSO 보조가 이뤄지면 대중교통인상 압박도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시내버스의 경우는 대중교통요금인상의 근거가 되는 표준운송원가가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산정될 수 있도록 지자체가 주요 노선들은 직접 버스를 관리·운영할 필요가 있다. 부속품 공동구매와 공동주유로 유지비용도 하락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회적 요금체계가 완벽하지 않다. 서울시가 대중교통체계 개편의 모델로 삼았던 브라질 꾸리지바는 시내뿐만 아니라 시내에서 반경 30㎞ 내의 대도시권 지역에서도 한 번만 요금을 내면 목적지까지 버스의 승·하자가 모두 가능한 사회적 요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서울시의 대중교통요금체계는 10㎞까지는 기본요금이며 추가 5㎞마다 100원씩 추가하는 수익자 부담원칙에 따른 거리비례제이다. 환승도 하차 시 30분 이내 4회까지만 가능하다. 서울시 같은 경우는 수도권의 확장으로 이동거리가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 입장에서는 거리비례요금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저소득층들이 도심개발로 인해 도심외곽으로 밀려나면서 통근거리가 늘어난다는 측면에서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환승제도를 도입한 다른 지자체들도 문제가 있다. 대전시와 광주시는 요금이 낮은 교통수단에서 높은 교통수단으로 환승 시 요금 차액만큼 부담하는 무료(할인) 환승제이다. 광주는 환승횟수는 무제한인 반면 대전시는 환승횟수가 3회로 제한되어 있다.

    부산시는 타 교통수단 간 최초 환승 시 200원을 부담하며 요금이 낮은 교통수단에서 높은 교통수단으로 환승 시 요금 차액만큼 지불하는 환승정액추가 요금제이다. 환승횟수도 2회로 제한되어 있다. 대구시만 환승횟수도 무제한이며 타 교통수단 간 환승 시에도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지 않는 완전한 무료 환승제도를 실시하면서 꾸리지바에 근접해 있다.

    이렇게 제각각인 환승제도를 꾸리지바처럼 광범위한 권역에 대해서 환승 횟수의 제한이 없고 대중교통수단 간 환승 시 별도의 요금이 부가되지 않는 사회적 요금체계로 바꿔야 하는 것이다.

    대중교통이용률을 올리고 이용자들에게 혜택을 더욱 주기 위해서는 장기간 정기권을 발급해서 높은 요금 할인도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지하철과 버스의 운영기관이 분리된 시스템 하에서는 장기간 정기권 요금 수입을 이용자의 통행만큼 교통운영기관별로 배분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장기간 정기권을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대중교통공사가 설립되어야 한다. 계속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버스 사업체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버스 공영제는 도입되어야 한다. 사회적 요금체계가 좀 더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대중교통운영체계의 전면적인 개편도 필요하다.

    3. 사회공공성 강화 운동이 다시 활성화 되어야 하는 시점

    프랑스의 도시학자 마누엘 까스텔은 도시를 집합적 소비라는 개념으로 설명하였다. 집합적 소비라는 것은 주택, 대중교통, 의료, 사회서비스, 스포츠, 레저 시설 등과 같이 공공적이고 집합적인 방식으로 운영되며 공급되는 서비스의 소비를 일컫는다.

    그런데 이러한 집합적 소비는 노동자들의 재생산에는 필요하지만 개별 자본가들에게는 이윤이 되지 않기 때문에 (지방)정부가 담당하게 되는데 여기서 비용의 사회화와 이윤의 사유화 사이에 모순이 발생하게 된다.

    집합적 소비로 이윤을 얻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국가로 환수하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에 국가는 만성적인 재정적자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며 결국 집합적 소비 공급을 대폭 축소하거나 민영화를 감행하게 된다는 것이다. 반면 집합적 소비재의 축소에 직면한 도시민들은 자신들의 노동력 재생산에 타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게 되면서 도시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까스텔의 논리가 전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 지자체의 재정위기가 현실화 되면서 지방 공공서비스의 공급이 대폭 축소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자체와 도시민들 간의 긴장은 더욱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맥락에서 도시철도 무임비용은 과도한 복지이므로 줄어야 한다고 주장한 김황식 총리의 실언이 그냥 실언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를 알리는 신호탄일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결국 대중교통요금문제 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전반에 관련한 사회공공성 강화 운동이 다시 활성화 되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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