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통총각 허각, 성공시대 & 신자유주의
        2010년 10월 25일 08:2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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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드롬을 일으켰던 <슈퍼스타K>가 마무리됐다. 케이블TV로서는 기적적인 20%에 가까운 시청률이 나왔고, 마지막엔 무려 130만콜 이상의 문자투표 횟수가 나왔다. 이 정도면 ‘슈퍼스타K 현상’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슈퍼스타K2의 11명 ‘생존자’들. 

    슈퍼스타K는 왜?

    이 프로그램이 한국사회의 어떤 지점을 건드린 것이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이번 시즌의 우승자인 허각이 <슈퍼스타K>의 그 ‘무엇’을 극명히 보여줬다.

    1. 먼저 요즘 사람들이 자극적이고 노골적이고 생생한 쇼를 좋아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점잖은 <박중훈쇼>가 망하고 폭로와 눈물이 있는 <강심장>이 승승장구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토크쇼, 독설 토크쇼가 흥하는 세태다. <슈퍼스타K>에는 독설, 무참한 좌절 등 충분히 자극적인 요소들이 있었다.

    2. 예측불허의 짜릿한 진짜 승부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한다는 점도 지적할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 경기가 인기를 끈다. <슈퍼스타K>는 출연자들이 인생을 걸고 도전하는 승부였기 때문에 충분히 짜릿했고, 각본에 의한 쇼가 아닌 진짜 경쟁이었기 때문에 예측불허의 흥미가 있었다. 예능에서도 ‘리얼’의 시대다.

    3. 여기에 <슈퍼스타K>만이 ‘비기’가 더해지는데 그것은 바로 ‘휴먼스토리’다. <슈퍼스타K>엔 인간과 이야기가 있었다. 출연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까발리고 혹은 출연자가 불편해할 정도로 억지로 이야기를 꾸민다는 문제제기가 있을 정도로 <슈퍼스타K>는 인간과 이야기에 집중했다. 인간은 인간의 이야기에 몰입한다는 법칙이 다시 증명된 것이다. <슈퍼스타K>는 합리적인 오디션과 캐릭터들의 극적인 이야기가 충돌할 때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했고, 그 결과 논란과 인기를 함께 얻었다.

    4. ‘보통사람의 성공스토리’도 <슈퍼스타K>의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사생활 공개 등을 통해 단순한 프로그램 출연자가 아닌 살과 피를 가진 인간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그들이 차츰차츰 변신,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을 보며 시청자는 감동과 희망을 느끼게 된다. 예능 이상의 인기를 얻는 <무한도전>이나 <남자의 자격>도 이런 종류의 감동을 준다.

    5. 성공은 성공인데 특히 연예인으로서의 성공이다. 보통사람이 화려한 연예인이 된다는 ‘스타탄생’ 이야기인 것이다. 한국은 아이들의 꿈이 과거 대통령, 과학자에서 연예인으로 변했고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기획사를 찾아다니는 연예인공화국으로 변신했다. 이런 풍토에서 연예인 성공 스토리는 대중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보통청년 허각 우승의 의미

       
      ▲허각

    허각의 우승은 이런 <슈퍼스타K>의 특징이 그대로 구현됐다. ‘루저’ 파동이 일어나고, 된장녀에 대한 증오가 대세가 된 시대다. 그 근저엔 보통 청년의 열패감이 깔려있다. 허각은 그런 보통 청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런 허각이 <슈퍼스타K>가 진행되는 동안 점차 변해갔다. 조금씩 자신감이 생기면서 성장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승까지 했다. 보통 사람의 뜨거운 성공담이다. 그것도 연예인으로 성공하는 모습.

    감동과 희망이다. 허각이야말로 이번 <슈퍼스타K>의 최대 상품인 것이다. 만약 존박이 우승했다면 미국물 먹은 잘 생긴 남자가 결국 성공한다는 그저 그런 이야기가 될 뻔했다. 그런 의미에서 허각의 우승은 <슈퍼스타K>의 특징이 극명하게 구현된 것이면서, 동시에 <슈퍼스타K>라는 리얼 버라이어티 인간극장 쇼를 구원한 사건이기도 했다.

    <슈퍼스타K> 이전에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땐 아마도 ‘인간의 이야기’나 자극성이 약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오디션을 통과했을 때 받게 될 보상도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었다. 아무리 그래도 TV를 통해 알려진 연예인이 되는 길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지금은 왜 ‘연예인 성공기’에 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지는 걸까?

    1990년대 초에 공일오비는 이런 말을 했었다. "사람들이 우릴 보고 멀쩡한 대학 나와서 뭐하려 가수를 하냐고 물어요". 과거에 한국 사람들은 연예인을 우습게 생각했었다. 그랬던 것이 요즘 와서는 정반대로 가장 동경하는 직업군으로 변했다.

    국민이 <슈퍼스타K>에 열광하는 시대

    동시에 중산층은 와해되고 사회의 수직이동성이 사라졌다. 즉 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가 끝났다는 말이다. 과거엔 입시나 고시가 그 역할을 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바로 이럴 때 연예계나 스포츠계가 수직이동의 통로로서 점점 중요해진다. 마침 한류와 함께 연예인들의 위상이 수직상승했다. 일반 서민들은 더욱 더 연예계에 몰입하게 된다. <슈퍼스타K> 현상은 그런 사회상을 보여준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중산층이 사라진 양극화의 민생 상황에서 수직이동성의 문이 좁아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성공에 집착하게 된다. 스스로로 스펙 경쟁 등 성공에 몰두하게 되고, 타인의 성공담에 열광하며 거기에서 감동과 희망을 찾게 된다. 서점가의 유행과 유명 강사들의 강연 내용도 대체로 이런 내용과 관련이 깊다.

    성공이고 뭐고를 떠나서 팍팍한 민생 상황, 격심한 경쟁은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것’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킨다. 동시에 자극적인 것을 찾는 심리도 강해진다. 딱 요즘 예능 트렌드가 그렇다. 인간적이며 자극적인 것들이 국민적인 인기를 끈다. <슈퍼스타K>의 인간드라마에는 ‘인간적인 느낌’, ‘뜨거운 감동’, ‘짜릿한 자극’이 넘쳐났다.

    정리하면, <슈퍼스타K> 현상은 인간은 인간의 이야기에 집중한다는 보편적인 진리를 다시금 확인시켜줬으며, 동시에 보통사람의 연예인 성공기에 국민적 열광이 발생할 만큼 우리사회가 경쟁 성공에 목말라하는 사회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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