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인들, 상복 입고 영국대사관으로
    By mywank
        2010년 10월 21일 04: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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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상인들이 21일 상복을 입고, 서울시 중구 정동에 있는 주한 영국대사관 앞을 찾았다. 자국의 대형유통회사의 로비를 받은 영국정부가 한국정부에 통상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중소상인들은 ‘신사의 나라’로 알고 있던 영국에 대해 “매너 없는 나라”, “상식 없는 나라”라고 규탄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신사의 나라의 ‘비신사적인’ 행태

    이날 중소상인들은 마틴 데이비드 유든(Martin David Uden) 주한 영국대사에게 ‘테스코와 영국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한 통상압력을 중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항의서한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대사관 측은 경찰을 동원해 가로 막는 등 다소 ‘비신사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항의서한 역시 대사관 책임자가 아닌, 안전관리 부서 직원이 받아 빈축을 샀다.

       
      ▲중소상인단체 대표자들이 21일 주한 영국대사관 앞을 찾아, 한국정부에 대한 부당한 통상압력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기영 기자) 

    한편 지난 13일 홍준표 한나라당 서민정책특위 위원장은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법안 인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처리 지연과 관련해 “외국계 대형유통회사가 영국 정부에 로비를 해 한-EU FTA에 시비를 걸고 정부를 협박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위원장이 지목한 외국계 대형유통회사는 영국계 기업인 ‘테스코’로, 테스코는 우리나라에서 삼성물산과 합작해, 대형마트 ‘홈플러스’와 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사업조정신청지역전국연석회의 등 중소상인단체 대표자들은 21일 오후 2시 주한 영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목상권 붕괴와 중소상인 몰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이때, 영국기업 테스코의 홈플러스의 부도덕한 행태가 속속 밝혀지고 있다”며 “특정 국가의 기업이 로비를 통해, 다른 나라 정부와 서민을 압박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묵과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국정부에 대한 통상압력 중단 촉구

    이들은 또 “테스코와 영국정부는 한국정부에 대한 통상압력을 중단하고, 한국정부는 국회에 계류돼 있는 ‘중소상인 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필두로, 유럽연합 국가와 동등하게 자국 상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반드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중소상인단체 대표자들이 기자회견을 마친 뒤 항의서한을 전달하기 위해 주한 영국대사관 입구로 향하자, 경찰들을 이들을 가로막고 있다 (사진=손기영 기자)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태연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대표는 “주한 영국대사관까지 와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요구하게 될지는 정말 생각하지도 못했다. 주한 영국 대사는 홈플러스가 한국의 중소상인들을 어떻게 말살하고 있는지 영국 정부와 영국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며 “만약 영국 정부가 부당한 통상압력을 계속 가한다면, 긍정적이었던 영국의 국가 이미지가 일개 기업으로 인해 망가지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선열 신울산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그동안 영국을 ‘신사의 나라’로 알았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한국의 중소 상권을 말살하는 것을 보면서, 영국이 매너 없이 그리고 상식 없이 약소국의 중소상인을 괴롭히는 나라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며 “주한 영국대사는 한국의 중소상인들의 목소리를 본국으로 보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으로 한국상인 목소리 전달해야”

    이강실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그동안 주한 미국대사관과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은 많이 했지만, 주한 영국대사관 앞에 온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그만큼 영국은 그동안 우리나라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한 나라가 아니었다”며 “힘 있고 돈 있는 나라가 그렇지 않은 나라를 위협하는 ‘세계 질서’에, 영국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휘웅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주한 영국대사관 측은 한국의 중소상인들이 상복을 입었는지 의아해 할 것 같다. 우리가 상복을 입은 이유는 홈플러스로 인해 많은 중소상인들이 죽었고, 앞으로도 많은 상인들이 죽어나갈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종민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한국에는 ‘상도’라는 기준이 있는데, 영국정부와 기업들도 최소한 그것을 지켜야 한다”며 “한국정부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상생법 개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 통상압력을 막아낼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중소상인살리기전국네트워크, 사업조정신청지역전국연석회의 등 중소상인단체들은 민주당 조정식 의원, 자유선진당 김용구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권영길 의원,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과 함께 22일 오후 1시 30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10월 국회에서 유통법과 상생법 개정안 동시 통과를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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