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조 파업이 장난? 말장난 그만 해”
    By 나난
        2010년 10월 20일 09:2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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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철도공사 대전본사에서 열린 국정감사. 허준영 사장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철도파업 유도와 조합원 가족 협박, 대규모 징계, 조합원 사찰에 대해 따져 물었다.

    허준영 사장은 목청껏 맞받아쳤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장난삼아 힘을 과시하려는 분위기여서 이를 막으려 했을 뿐이다.” 이 말을 들은 국회의원들은 격앙했다. 결국 한나라당 의원마저 사과를 요구하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것으로 소동은 가라앉았다.

       
      ▲ 사진=정상근 기자

    앞서 지난 5일 환경노동위 국정감사에서도 허 사장은 철도노조원들에 대한 사상 유례 없는 대량 해고와 징계를 따지는 의원들에게 “사랑의 매를 드는 심정으로 징계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철도노조가 파업을 하면 국민에게 얼마나 불편을 주는가를 테스트해 보려고 장난친 게 아닌가 생각한다”는 말은 이미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한 바가 있는데, 국정감사장에서 까지 자신 있게 되풀이한 것을 보면 그의 소신이지 싶다.

    허 사장은 2009년 3월 철도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나를 낙하산이라고 하는데 나는 철도를 지키는 우산이 되겠다. 앞으로 나를 허 철도라 불러 달라”고 했다. 그날 취임을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한 수십 명의 철도조합원이 허 사장에 의해서 고소고발 되었다.

    허 사장 취임 한 달 뒤, 대전청사에서 비밀리에 이사회가 소집됐다. 물대포를 동원한 경찰병력의 삼엄한 경비 속에서 철도공사 전 직원의 16%에 달하는 정원이 감축됐다. 초임자 임금이 삭감되었고, 2012년까지 전 직원 성과연봉제 실시가 결의되었다. 뿐만 아니라 감사원의 지적을 이유로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이미 지급한 성과급을 환수했다.

    노동조합과의 단체협상에서는 170여개에 달하는 개악안을 냈다. 임금을 깎고, 휴일 휴가를 축소하고, 노동 강도를 강화하고, 노동조합 활동을 무력화하는 안이다.

       
      ▲ 지난해 철도노조는 공사 측에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파업을 전개했다.(사진=철도노조)

    철도노조는 이에 항의하여 대규모 규탄집회를 열었다. 허 사장은 “주중에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았으면 저렇게 여유 있게 데모까지 하느냐? 돈이 아깝다”고 비아냥거렸다. 본교섭 자리에서는 느닷없이 꿈 이야기를 했다. “꿈에 철도노조가 임금을 깎아달라고 요구해서 당황하기도 하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철도노조가 파업할 때는 조합원 가족에게 편지를 보내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느냐? 자녀들은 떳떳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느냐?”고 협박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일부 철도현장에서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허 사장이 방문한다는 것이다. 사전에 본사직원이 내려와 준비한다고 법석을 떨었다. 어느 자리에 누가 어떻게 서고, 어느 순간에 “사장님 사랑합니다”를 외칠 것인지, 사랑의 제스처는 어떻게 할지, 누가 사장에게 사인을 요청할 것인지를 미리 짜 놓았다. 심지어는 이동 통로 주위에 부랴부랴 페인트칠을 하는 등 단장을 했다. “군대 사단장 방문보다 더 요란했다”는 것이다.

    허준영 사장은 경찰의 시위진압 중 농민 2명이 사망한 사건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자리에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짊어져야 하는 관행이 끝나기를 소원한다”고 했다. 그로부터 4개월 뒤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는 “숨진 농민들은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 70대 노인이다. 이런 일로 경찰청장이 물러난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노무현 정권 실세와의 인연으로 승승장구한 허 사장은 퇴임 직 후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했다. “개인의 소신과 이념에 따른 선택”이라면서. 허 사장은 철도노조에 대한 칼부림으로 ‘미스터 원칙’이라는 보수언론의 칭송을 받고 있다. 한 때 국정원장감이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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