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읽으라는 데 웬 단식농성?
    By mywank
        2010년 10월 18일 11: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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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 정경대학(학장 한균태)이 올해부터 독서 능력 강화 등을 목적으로 신입생을 대상으로 독서교양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지만, 정경대학 학생회 측은 “학생들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강압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에피스테메(episteme·인식)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실시되고 있는 경희대 정경대학의 독서교양프로그램은 지정해준 도서 목록에서 두 학기 동안 12권(전공별 필독서 4권, 추천도서 4권, 학생 결정 4권)을 읽고,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독서교양프로그램 실시에 반발하며 경희대 정경대학 학생회 측이 마련한 단식 농성장의 모습 (사진=정경대학 학생회 제공) 

    학생들은 올해 2학기(1학년 재학 기간)까지 독서교양프로그램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이수를 완료할 때까지 △장학금 신청 불가 △정경대학 및 각 학과 주관 프로그램 지원 불가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된다. 특히 졸업 전까지 독서교양프로그램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에는 졸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경대학 학생회장 8일째 단식 농성

    정경대학 이은혜 학생회장과 이아라 부학생회장은 △독후감 미제출 불이익 제도 전면 폐지 △인센티브(장학금 연동 제외) 및 자발적인 독서 활성화 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학생·교수 테이블 마련 등을 요구하며 지난 11일부터 8일째 정경대학 건물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이 부학생회장은 농성 중 쓰러져 지난 16일 밤 11시경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은혜 정경대학 학생회장(언론정보학과 4년)은 “‘에피스테메 프로그램’은 단순히 학생들에게 책을 많이 읽으라고 권장하는 게 아니라, 1800자 이상의 독후감 12개를 내지 않으면 각종 불이익을 주는 제도”라며 “초등학교 숙제 검사처럼 책을 읽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은 독서 능력 향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독서에 대한 부담과 반감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려면, 학생들의 자율적인 의사를 존중해 읽은 만한 책이 무엇인지, 그 내용 등 대한 충분한 토론이 이뤄져야 한다”며 “지난 1학기부터 반발이 있지만, 학교 측은 ‘책 읽기 싫어서 그런 게 아니냐’고 폄하하며 학생들의 요구를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교수들이 맡는 ‘몫’이 늘어나지만, 양측의 입장차가 조정된다면 기본적으로 독서교양프로그램에는 찬성한다. 학생들이 단식 농성까지 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요즘 학생들이 예전보다 인문·사회분야 도서를 잘 읽지 않는 것은 ‘팩트’이지 않느냐”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정경대학 학생도 “학장이 추진한 프로그램이어서 그런지, 대부분의 정경대학 학과 교수들이 이 문제에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길 꺼려하고 있다”며 “입장을 밝히는 일부 진보성향의 교수들도 원칙적으로 독서교양프로그램에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날 오후 정경대학 학생들과의 만남이 끝난 뒤 <레디앙>과의 전화통화가 이뤄진 한균태 정경대학 학장은 “독서교양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 지난해 정경대학 학생들과 수차례 회의를 했고 취지가 좋다며 양측에서 합의한 사안”이라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단식까지 하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늘(18일) 학생들의 부담을 고려해, 올해 1학년 2학기까지 이수해야 하는 책을 12권에서 4권으로 줄이고, 나머지 8권은 내년 2학년 2학기까지 이수하는 안을 학생들에게 제시했다”며 “학교에서 1학년 후배들에게 책을 읽히겠다는데, (정경대학 총학생회장 등) 선배들이 단식까지 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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