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공시대'가 다시 온다?
    By 나난
        2010년 10월 16일 12:1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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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이후 세계의 지배는 언제나 서구 백인들의 몫이었다. 동아시아의 지배자였던 중국도 결국 서구의 등쌀을 견뎌내지 못했고, 2차 대전이 끝난 이후 자본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세계 자본의 지배는 역시 서구 백인 중심의 미국으로 이동했다.

    그런데 그 관계에 균열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21세기 들어 자본이 유입된 중국은 그 광활한 영토와 자원, 그리고 수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서구를 위협하는 강대국으로 부상했다. 그럼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는 어떨까? 중국은 서구식 민주주의로 세계를 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만의 또 다른 ‘중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

    영국 런던 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외교전략연구소 아시아경제연구센터의 초빙 연구위원인 마틴 자크의 신작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부키, 25000원)을 일독하면 이러한 궁금증이 다소나마 해결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에서는 서구적 방식이 아닌 방식으로 엄청난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 중인 중국이 지배하는 세계의 풍경을 그린다.

    저자는 중국이 우리가 아는 세계를 완전히 바꿔 놓을 것임을 강조한다. 세계의 수도가 뉴욕이 아닌 베이징이 될 뿐 아니라, 국제 무역 시장에서는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거래하는 등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전혀 다른 미래의 세계를 전망한다.

    마틴 자크는 중국의 정치형태가 아래로부터의 참여가 거의 없는 강력한 정부라는 점에 주목하며 현 공산당 정부는 유교 왕조 시대의 중국 정부와 상당히 유사하다고 판단한다. 또 그 거대한 영토에서 분열을 허용하지 않고 단일성(통일)을 추구하는 특징도 중국 공산당이 계승하고 있다고 말한다.

    현 공산당 정권이 과거 역사와 유교 사상, 왕조 시대의 전성기에 다시 연결시키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고 판단한 저자는 중국 국민들이 민주화를 향한 열망보다는 경제 발전과 개혁을 지휘하는 공산당에 대한 지지와 인정이 더 강해, 공산당의 집권이 상당 기간 유지될 것이라 전망한다.

    이 때문에 만약에 중국이 장기적으로 민주화되더라도 서구식 민주주의 국가는 아닐 것이며, 중국 사회와 전통에 뿌리를 둔 중국만의 독특한 민주주의를 보여 줄 것으로 본다. 그러한 중화사상은 문화적 우월 의식과 인종적 우월 의식이 결합된 것이며, 이는 중국 내에서 인종주의를 만연시키고 대외적으로는 문화와 다른 국가의 서열을 매기는 것으로 표출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그동안 세계를 지배해왔던 서구인들 역시 백인 중심의 우월 의식을 가졌지만, 중국의 경우 장구한 역사에 기대고 있어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점과, 중국인이 세계 인구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이 다를 것이라 우려한다.

    또한 중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19세기 후반까지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하고 주변 국가들이 중국에 정기적으로 공물을 바쳤던 ‘조공 제도’의 요소가 근대화된 형태로 부활할 것이라 예견한다. 이것은 ‘현물’의 ‘증정’ 형태가 아닌 주변 국가들이 중국 경제의 영향력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에 편입함을 뜻한다.

    저자는 중국이 현재와 같은 경제 성장을 거듭한다면 수십 년 뒤 중국의 위력은 더 이상 인구 규모의 수적인 우위에서만 발휘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 높은 저축 수준과 자본 시장의 점진적인 개방에 힘입어 중국의 해외 투자가 지금보다 훨씬 대규모가 되리라고 예상한다.

    중국의 금융 지배력은 세계 전체로 퍼져 나갈 것이며, 이미 2008년 발생한 미국발 금융 위기가 달러화의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위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기에 위안화가 다른 통화에 대해 완전한 태환성을 보장받게 되면 국제 금융 체계에서 유로화와 달러화의 입지를 위협하며 세계 기축 통화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가정을 통해 이러한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것은 바로 우리가 직접 목격 중인 ‘현재진행형’의 사건이다. 중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면? 이란 가정은 어쩌면 더 이상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다.

                                                      * * *

    저자 – 마틴 자크(Martin Jacques)

    런던 정경대학 부설 국제관계 및 외교전략연구소(LSE IDEAS) 아시아경제연구센터의 초빙 연구위원이며, 정기적으로 『가디언』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최근 베이징 런민 대학과 아이치 대학 국제중국학연구센터, 리쓰메이칸 대학에서 초빙 교수로, 싱가포르 국립대학 아시아연구소에서 초빙 연구위원으로 있었다.

    1977년부터 영국의 좌파 이론지 『마르크시즘 투데이(Marxism Today)』의 편집장을 맡아 1991년 폐간될 때까지 활약하면서 “신시대(New Times)” 사상운동을 이끌었고, 1993년에는 영국 정치권이 사회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 정책의 개선과 전문화를 위한 진보적 민간 두뇌 집단인 디모스(Demos)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또 『인디펜던트』의 부편집장을 역임했으며 『타임스』와 『선데이 타임스』에 칼럼을 기고하고 BBC의 TV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엮은 책으로는 『대처리즘의 정치학(The Politics of Thatcherism)』 『신시대(New Times)』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는 「노동운동은 이제 중단되었는가(The Forward March of Labour Halted?)」 등이 있다.

    역자 – 안세민

    고려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캔자스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과정을 수학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현대자동차 등을 거쳐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자본주의 사용설명서』 『잭 웰치 성공의 진실을 말하다』 『왜 내 월급은 항상 평균보다 적은 걸까?』 『혼돈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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