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제 노동" vs "국내노동자 보호"
    By 나난
        2010년 10월 14일 06: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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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허가제 시행 6년,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 또는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3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한 규정을 놓고 “직업선택의 자유 및 근로의 권리 등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14일 헌법재판소 공개변론에서 이 같이 주장하며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재 심판대에 오른 고용허가제

    14일 헌재 대심판정에는 인도네시아 국적 외국인 근로자 S씨 등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을 통해 ‘사업장 변경 횟수를 3차례로 제한한 고용허가제’ 관련 위헌청구 소송이 진행됐다. 외국인 근로자 측을 대리한 윤지영 변호사는 “해당 조항 때문에 세 번째 변경된 사업장에서는 불만이 있어도 참고 일할 수밖에 없다”며 “업주의 폭언이나 계약위반 등의 행위에도 문제제기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사진=이은영 기자

    이어 그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참고인으로 나선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업체 변경) 횟수 제한은 불법체류자 양산과 사회적 비용 증가 등 역기능만 낳고 있다”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그간 이주노조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는 “고용의 자유는커녕 족쇄에 불과하다”며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를 요구해 왔다. 열악한 노동조건과 부당한 대우, 권리 제한이 뒤따르더라도 ‘횟수 제한’으로 인해 마음껏 사업장을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이주노동자의 처우개선 및 인권보호를 위한 기능보단 사용주에 대한 종속을 강화하는 규정”이라고 비판해 왔다.

    이주민들과 더불어 사는 사회를 지향하는 운동단체인 ‘아시아의 창’ 박용원 사무국장은 “사업장 이동제한은 강제노동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월급이 나오지 않고, 육체적,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도 회사를 그만둘 권리를 갖지 못하는 것은 분명한 강제노동”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고용노동부 측 대리인을 맡은 이창환 변호사는 사업장 변경 회수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사업장 변경의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한 부분은 긍정적인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며 “영세사업장의 원활한 인력 수급과 외국인 근로자의 권익보호를 위해서라도 횟수 제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제 노동" vs "내국인 노동시장 보호"

    앞서 장지종 종수기업연구원장 역시 <동아일보> 칼럼에서 “우리사회가 저숙련 외국 인력을 도입하게 된 배경은 내국인 노동시장의 보완성에 있다”며 따라서 “외국인 근로자의 국내 취업은 내국인 근로자와 같이 자유롭게 직장을 구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일부 제한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허가제) 기간에 해당 중소기업 근무를 조건으로 입국하지만 잦은 사업장 변경 요구로 인력 운용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중소기업계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 요건을 좀 더 강화하고 횟수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이주인권연대가 지난 8월 고용허가제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14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사업장 이동을 경험한 이주노동자는 113명으로 전체 75.8%를 차지했다. 변경 사유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가 19.7%로 가장 높았으며, ‘더 나은 조건의 사업장으로 옮기고 싶어서’가 14.2%로 그 뒤를 이었다. ‘임금체불 등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이유는 13.3%로 집계됐다.

    또 설문에 응한 전체노동자 가운데 49.6%가 “사업장 변경이 어렵다”고 답했으고, 35.6%는 “사업장 이동을 원했지만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사업장 변경이 어려운 이유로는 ‘최대 3회로 정해진 이동횟수 제한과 비자별 취업업종 제한’ 등이 이유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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