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고용전략2020, 이보다 나쁠 순 없다
    2010년 10월 13일 02:43 오후

Print Friendly

이명박 정부가 ‘국가고용전략 2020’을 발표했다. ‘정부 차원에서 발표하는 최초의 종합적인 대책’으로 ‘공정하고 역동적인 노동시장’을 만드는 게 목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고용친화적’이라든가, ‘공정사회’라든가 하는 수사를 걷어 내고 보면 실상 내용은 ‘비정규직 만국 박람회 준비위’ 문건 수준이다. 이 문건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성장·고용·복지」 선순환을 위한 국가고용전략 2020 주요 내용

① 지역·기업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
– 일자리 창출 우수 100대 기업 선정, 포상
– 고용영향평가 단계적 확대
② 공정하고 역동적인 노동시장 구축
– 사내 하도급 실태조사 위법 시 의법 조치 및 직접 고용 계획
– 정부발주 공사 근로자 노무비 사전 공사원가 반영
– 근로시간 유연화: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3개월→1년)
– 파견업종 조정
– 기간제 사용기간 예외확대
③ 일·가정 양립 상용형 일자리 확대
– 시간제 일자리 확대. ‘시간제 근로자 수요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
④ 생애 이모작 촉진
– 근로시간 단축형 임금피크제 도입
– 전직지원 장려금 요건 완화
⑤ 일을 통한 빈곤탈출 지원
– 기초생활수급자 실태조사 및 개인별 탈수급계획 수립, 고용지원프로그램 집중 실시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파견업종을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32개 파견 업종 중 실제 활용되지 않는 업종은 제외하고 수요가 많으면서 정규직 대체가능성이 적은 업무는 추가하는 방향으로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니까 100명 종사하는 업종은 파견에서 빼고 100만 명 종사하는 업종은 넣겠다는 말이다. 업종을 크게 확대하지 못 하니, 그 수라도 늘리겠다는 말이다.

기간제 역시 그냥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규제의 예외대상을 업종·규모별 실태 등을 반영하여 현실성있게 조정’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별다른 규제 없이 맘놓고 비정규직을 쓰겠다는 말이다.

파견직 기간제 파트타임 확대

비정규직의 또 다른 대표적 형태인 단시간근로에 대해서는 2011년에 ‘시간제 근로자 수요 촉진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적극 늘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 이유가 시간제 근로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적어서’란다. 이것은 우리집이 옆집에 비해 바퀴벌레가 적으니 좀 사서라도 풀어놔야겠다는 말 같은 거다.

비정규직 확대 3종 세트는 이미 작년에도 출몰한 바 있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을 맞아 우리의 노동부 장관은 마치 양치기 소년처럼(혹은 양아치 소년처럼) 전국을 떠돌며 ‘실업자 100만설’로 협박한 바 있다. 양치기 소년은 바뀌었는데, 하는 짓인 이리 닮았다. 혹시 여기도 세습이 아닌가 싶다.

비정규직을 확대하겠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국가고용전략의 가장 앞페이지를 장식한 ‘지역·기업이 주도하는 일자리 창출’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중앙정부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고 자치단체, 기업 등의 범국민적인 일자리 창출 노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함께 합시다’라는 말이지만, 지난 10여 년 동안 수많은 전문가들이 공공 사회서비스 확대가 일자리 창출에 가장 효과적이고 시급하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일언반구 없으니, ‘다 같이 해야죠’ 하면서 자기는 안 하겠다는 심보다. 좀 뻔뻔하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1년으로 확대한다는 것도 매우 심각한 독소 조항이다. 탄력근로라는 게 오늘 할 일이 많으니 내일 일 할 시간 당겨서 일하자는 건데, 당겨쓸 수 있는 시간을 3개월치에서 1년치로 늘리자는 말이다. 사람은 기계하고 달라서 이렇게 고무줄처럼 일하면 병난다.

한 두 가지 긍정적(일까 갸웃거리게 만드는) 요소는 있지만 이번 대책은 정말이지 나쁘다.

나쁜 사람들이 만든 나쁜 정책

왜 이렇게 나쁠까? 두 가지 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원래 나쁜 사람들이 만들어서 정책이 나쁠 수 있다. 이 가능성은 국민들이 판단할 몫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만들어서 나쁜 정책이 된 거다. 문제를 읽어보지도 않고 답을 찍었으니 오답일 확률이 높은 거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노동시간이 깁니다, 장관님.”
“유연화 합시다.”

“대통령 각하, 해마다 산재로 죽는 사람이 어마어마합니다.”
“그런가요? 유연화 해야죠.”

“저임금이 심각합니다.”
“그렇죠? 역시 유연화해야 합니다.”

워낙 출제된 문제는 이런 거였다. 실업률이 낮긴 하지만, 고용률 역시 낮고 실제 실업자는 많다. 취업해도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고(OECD 국가 중 비정규직 비율이 가장 높다), 임금도 쥐꼬리 만하다(OECD 국가 중 저임금 비중이 두 번째로 높다). 게다가 일은 또 엄청나게 시키고(OECD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하다 다치는 사람도 많다(OECD 국가 중 산재발생율 역시 가장 높다). 자 어떻게 할 것인가?

진보신당이라면 이렇게 답했을 거다. 우선, 실업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자. GDP 대비 노동시장정책비용이 한국은 0.4%도 채 안 된다. 북유럽국가는 대체로 3~4% 수준이고 OECD 평균은 약 2% 내외다. 그렇다면 실업부조도 도입하고 직업훈련이나 공공고용서비스도 확대하자.

정부가 적극 나서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 공공서비스 확대가 일자리 창출에 효과적이니 토목공사 그만하고 재원을 투자해서 적극 일자리를 만들자. 예를 들자면 사회서비스 공단 설립 및 지역별 사회서비스 센터를 만들고 공공병원 확대 등을 통해 공공서비스 일자리를 확대하면 좋을 듯 하다.

노동정책 예산 늘리자

저임금이 심각하니,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공공부문이 나서서 모든 위탁 사업에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공정임금제를 도입해 임금덤핑 관행 근절의 의지를 보이자. 나아가 대기업-중소기업 원하청 공정거래를 확립해 90%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중소기업의 체질을 튼튼히 하자.

왠만하면 정규직으로 고용하자. 일 자체가 한시적이어서 꼭 비정규직을 써야 한다면 차별은 하지 말도록 하자. 이를 위해서, 비정규직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비정규직을 남용하는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 입찰에 제한을 두는 등 다소 불편하게 만들어 정규직 고용관행을 유도하자.

마지막으로, 우리 너무 많이 일하니 좀 적게 하도록 하자. 과도한 연장근로는 금지하고, 연간 총노동시간 상한제를 둬서 일과 삶의 여유롭게 조화되는 사회를 만들어보자. 그리고 중대 산재 다발 기업에 대한 관리·감독·처벌을 강화해서 일 하다 자꾸 다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좀 긴장하도록 하자.

그런데, 미안하다, 진보신당은 아직 군소야당이다.

필자소개
레디앙
레디앙 편집국입니다. 기사제보 및 문의사항은 webmaster@redian.org 로 보내주십시오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