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언론검증’, 언론이 눈감았다
    2010년 10월 13일 09:1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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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사건은 국민 다수의 의문을 남긴 사건이다. 정부의 일방적인 발표는 국민을 설득하지 못했다. 정부 여당과 언론은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 ‘합리적 의문’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있다. 침묵하면 대충 덮으면 의혹은 가릴 수 있을까.

파란 매직 1번 어뢰추진체에 대한 의문, 세계 최초의 ‘버블제트’ 군함 폭파 성공, 버블제트가 일어났다면 반드시 있어야 할 물기둥의 실체, 천안함을 침몰은 정말로 북한 소행인지 등 의문은 남아 있다.

정부가 어정쩡한 발표로 신뢰를 잃어가는 동안 언론단체가 직접 검증에 나섰다. 한국기자협회, 한국 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그 주인공이다. 언론단체가 검증에 나선 이유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검증에 나서겠다는 판단이 담겨 있다.

언론검증위원회의 발표 내용은 충격적이었지만, 그 내용을 접하는 언론의 태도는 더욱 충격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천안함 침몰 원인은 이제 ‘금기의 영역’이 돼 버린 것일까.

다음은 13일자 전국단위 주요 아침신문 1면 기사다.

경향신문 <검, 천신일씨 귀국통보>
국민일보 <유도탄 수입·운영도 ‘부실’>
동아일보 <김일성 뺨치는 김정은 우상화 북 주민 "쌀 넘치겠네" 비아냥>
서울신문 <"쌀 조기관세화…저소득에 무상공급">
세계일보 <배아 줄기세포 임상실험 미서 척수환자에 첫 실시>
조선일보 <‘차세대 군 통신‘ 북에 유출 가능성>
중앙일보 <"요즘 진짜 로비는 돈으로 안 해 자녀들 취직시켜 주는 게 최고">
한겨레 <정부 일자리 대책 ‘비정규직 양산’ 예고>
한국일보 <보수도 진보도 흔든 ‘황의 죽음’>

경향신문 "천안함 버블제트 없었다"

   
  ▲ 경향신문 10월13일자 2면.  

‘천안함 조사보도 언론검증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천안함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발표된 내용은 지금까지 정부가 밝혔던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정면으로 뒤집는 내용이었다. 흡착물질, 폭약성분 등 정부의 어뢰 격침설을 뒷받침하는 핵심 쟁점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심지어 폭약성분을 분석한 결과, 천안함 사건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나하나가 충격적인 내용이다. 한국사회에서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보다 더 대표성을 띈 언론단체가 존재하는가. 언론인들을 대변하는 단체에서 민감한 내용의 조사결과를 발표했는데 언론의 반응이 흥미롭다.

관련 기사를 전한 곳은 주요 아침신문 가운데 경향신문과 한겨레 정도였다. 경향신문은 2면 <언론 검증위 "천안함, 버블제트 없었다">라는 기사에서 “‘천안함 조사결과 언론보도 검증위원회'(이하 검증위)가 12일 "천안함은 어뢰공격으로 인한 버블제트 효과로 침몰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또 천안함의폭약성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천안함 사건의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면서 “노종면 천안함 검증위원은 ‘민.군 합동조사단 조사보고서에서도 보듯 HMX는 미국에서 제조하는 폭약이며 아군 어뢰 등에도 장착돼 있다’면서 ‘이 사실에 비추어볼 때 천안함 사건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겨레 "흡착물 시료, 캐나다 지질과학과 분석"

   
  ▲ 한겨레 10월13일자 6면.  

한겨레는 천안함에서 발견한 흡착물질은 폭발과 무관한 물질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기사를 내보냈다. 경향신문이 언급한 천안함 사건 원인이 아군 내부에 있을 가능성을 전하지는 않았다. 

한겨레는 6면 <"천안함서 발견한 흡착물질 수중폭약의 폭발재 아니다">라는 기사에서 “천안함 민·군 합동조사단(합조단)이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피격된 결정적 증거라고 제시한 어뢰 추진부와 천안함 선체의 흡착물질은 폭발과 무관한 물질이란 주장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검증위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실이 합조단으로부터 확보한 천안함 연돌(굴뚝), 어뢰 프로펠러 등의 흡착물 시료를 넘겨받아,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지질과학과 분석실징으로 있는 양판석 지질학 박사에게 분석을 맡겨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지목된 ‘버블제트’가 없었다는 언론 검증위의 주장은 주목할 대목이다. 대서특필을 할 것인지, 단신으로 처리할 것인지는 언론이 판단할 몫이다. 분명한 점은 언론이 외면하거나 눈감아도 될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일보 "YS ‘황씨, 하루 한 끼밖에 안 먹어’"

   
  ▲ 국민일보 10월13일자 4면.  

정부 일방 발표를 대서특필한 언론이라면, 정부 발표에 각종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아는 언론이라면 이와 반대되는 중요한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하다. 천안함을 둘러싼 언론의 침묵은 무엇 때문일까.

안보 문제에 둔감한 이유일까. 그렇지가 않다. 10월 주요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주제는 안보 문제이다. 세상을 떠난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 문제, 북한 세습체제 논란 등은 언론을 장식하는 단골 메뉴이다.

국민일보는 4면 <YS "황씨, 하루 한 끼밖에 안 먹어">라는 제목의 4단 머리기사를 실었다. 황장엽 전 비서가 하루에 한 끼밖에 먹지 않는다는 김영삼 전 대통령 주장이 얼마나 뉴스 가치가 있는지는 따져볼 일이다.

일부 언론은 ‘황장엽 장례’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야당 공격의 소재로 삼고 있다. 조선일보 4면 <민주 ‘어정쩡한 조문’ YS "황선생은 애국자">라는 기사를 실었고, 중앙일보는 8면 <손학규는 안 가고…박지원은 가고>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조선일보 "야당 상당수, 진보 대부분은 정체불명 인간들"

   
  ▲ 조선일보 10월13일자 사설.  

황장엽 전 비서가 세상을 떠난 점은 인간적으로 애도할 일이지만, ‘주체사상대부’를 향한 한국 보수언론의 띄우기는 정체성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 이용 목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보니 어색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일부 언론은 황장엽 전 비서의 죽음과 북한 세습체제 문제를 연결 지으면서 다시 야당 공격에 활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13일자 <황장엽씨가 반대한 것, 좌파가 침묵한 것>라는 사설에서 주요 야당 정치인 실명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야당의 상당수, 진보의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정체불명의 인간들”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한민국 좌파와 진보의 침묵은 반대해야 할 것을 반대하지 않고 비판해야 할 것을 비판하지 않음으로서 그들이 입으로 말해 온 인권과 자유의 주장 자체가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신문 "종북노선 비판받아도 할 말 없다"

   
  ▲ 서울신문 10월13일자 사설.  

북한 세습체제를 둘러싼 관점은 진보진영 내부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너는 왜 비판하지 않느냐”면서 비판을 강요하고 있다. 그것은 정당한 태도일까. 서울신문도 동참했다.

서울신문은 <북 3대세습 김정남의 비판·민노당의 침묵>이라는 사설에서 “북의 세습 놀음에 마냥 입을 다문다면 맹목적 종북노선이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게다. 민노당 일각에서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서’라는 핑계를 대고 있으나, 가당찮은 얘기”라고 주장했다. 

참으로 흥미로운 사실은 이명박 정부가 북한 세습체제에 별다른 견해를 나타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보수신문조차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똑같은 논리를 적용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종북 노선이라고 비판받아도 할 말이 없는 것일까.

따져볼 대목이다. 일부 언론의 주장은 이념 또는 신념에 바탕을 둔 소신인가. 아니면 ‘정치 언론’의 실체를 스스로 드러내는 행동인가. 다시 천안함 얘기를 해보자. 언론단체들이 버블제트는 없었다는 내용의 종합보고서를 발표했다.

정부비판 무뎌진 칼날, 종편 때문인가

   
  ▲ 한국일보 10월13일자 사설.  

많은 언론이 현장 취재에 나섰다. 그런데 왜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일까. 국민 의문이 여전한 중요 현안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는 것은 본연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행동이다. 이유가 궁금하다. 언론의 행보를 보면 큰 줄기를 읽을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부담이 되는 사안은 축소보도하거나 아예 외면하고, 이명박 정부의 ‘정적’에 대한 내용은 적극적으로 보도하는 행태가 엿보인다. 이유는 무엇일까. 10월13일자 한국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사설에 그 이유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겠다.

주요 언론은 종합편성채널 사업권을 따내고자 피 말리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업권의 결정 주체는 이명박 정부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그 책임자이다. 그러나 종편 사업은 특혜 논란을 빚고 있다.

"종편 황금채널 배정은 야합에 가깝다"

   
  ▲ 경향신문 10월13일자 사설.  

한국일보는 <방통위가 종편 채널 배정에 왜 나서나>라는 사설에서 “낮은 번호의 채널 요구는 종편을 추진하고 있는 거대 신문사들이 세제지원, 광고시장 확보와 함께 자신들의 안전한 진입과 수익을 위해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사안이어서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게 뻔하다”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도 넘은 ‘종편 밀어붙이기’, 이제는 탈법도 불사하나>라는 사설에서 “중간광고 허용 등을 통해 노골적으로 종편 지원 방침을 밝혔던 정부가 이제는 채널 번호까지 ‘황금 채널’을 주겠다고 한다”면서 “이러다간 종편을 아예 정부 예산으로 먹여 살리려고나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법마저 무시한 종편 특혜채널 안된다>라는 사설에서 “이것은 지원이라기보다 야합에 가깝다. 끝내 이들에 대한 특혜 채널이 관철된다면 그것은 이 야합의 결정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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