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언연 거대 사기극, 5.6% 성장 '뻥카'
    현대-삼성에 '몰빵'…사익 위한 협정
        2010년 10월 09일 10:0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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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EU FTA가 체결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정부와 언론은 세계 최대 시장을 선점한다느니, 이웃 국가가 발을 동동 구른다느니, EU 기업이 거래처를 한국으로 전환한다느니, 위스키와 와인 값이 싸진다느니, 각종 홍보와 인터뷰가 쏟아진다.

    농업에서는 ‘약간’의 피해가 있겠지만 자동차 등 제조업 등이 ‘엄청난’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어수선을 떤다. 한마디로 피해계층이 있겠지만 ‘대한민국 공동체 善’을 가져 오는 협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가교, 국가경쟁력 향상, 국제적 위상 제고 등 근거 없는 미사여구를 보충한다.

       
      ▲한-EU FTA 협상 장면. 

    버릇 못 고친 정부, 받아 적는 언론, 빠져나가는 연구기관

    이런 공동체 선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GDP는 5.62% 증가하고, 취업자 일자리 수가 25만 3,000개가 증가한다는 구체적 수치를 빠트리지 않는다. 한미FTA 추진 당시 7% 경제성장을 주장하다가 호되게 당한 기억은 이미 과거가 되어 버렸나 보다.

    똑 같은 뻥튀기 수법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국민에게 사기를 우선 치고, 공격이 들어오면 언론이라는 음향대포로 적당히 방어하려는 요량이다.

    과거보다 조금 진전된 점은 연구결과를 발표한 10개 국책연구기관의 태도이다. 이들은 효과분석이 “일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수치 자체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보다는 큰 시각에서 방향과 흐름에 중점을 두는 접근자세가 필요”하며, “취업의 변화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명시한다.

    한마디로 발표된 숫자는 별 의미 없다는 말이다. ‘아니면 말고!’ 이다. 이런 변명으로 연구기관 들은 대국민 사기극에서 책임을 회피한다. 기획재정부는 이들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정말 그런 경제효과가 있을 것처럼 조금 더 포장한다.

    언론은 5.6%, 25만개라는 숫자가 별 의미 없다는 자료가 배포 됐음에도 이를 확정적인 효과인 양 받아 적는다. 이로서 기획재정부도 언론에 책임을 조금 떠넘기며 책임은 던다.

    조금 더 가까운 진실은 무엇일까?

    국책연구기관의 말대로 FTA 효과분석은 한계가 있다. 거대한 경제권 간의 FTA와 연관된 현실경제는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까지 발표된 결과를 대충 살펴보자.

    EU에서는 3가지의 공식연구가 진행되었다. 한국의 경제성장 효과는 0.6~1.6%(2007, Copenhagen Institute), 0.4~2.1%(2008, IBM Belgium), 0.46~0.84(2010, CEPII/ATRASS). 국내에서 발표된 다른 연구결과는 0.15%(2007, 금속노조), 0.14~0.18(2009, 국제통상학회) 등이 있다. 우리 국책연구기관의 5.62%와는 너무 간극이 크다. 도가 너무 지나쳤다.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성장이라는 서민경제와 상관없는 성장이라는 문제는 일단 접어두고, FTA로 관세가 철폐되어 수출이 는다면 소폭이나마 경제가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수혜자는 뚜렷하다. 한국의 대EU 수출의 70%는 10대 품목이 차지한다. 물론 굴지의 대기업 생산품이다.

    따라서 수혜자는 현대자동차 등(자동차 10% 관세), 삼성전자 등(평판디스플레이 2% 안팎), 금호․한국타이어 등(타이어 4.5% 관세)이다. 애석하게도 수출주력 품목인 휴대전화, 반도체, 선박, 컴퓨터 관련제품, 중장비기기 등은 이미 관세가 없다.

    결국 한EU FTA는 간단히 ‘현대, 삼성 몰아주기 협정’이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 4조 8,000억 원 중 3조원 이상을 반도체에서 올린 삼성전자는 가전 부문에서 주머닛돈을 더 챙기고, 유럽에서 수입하는 반도체 제조장비 등의 관세를 절감하여 주머닛돈을 늘릴 것이다.

    더 단순화한다면, 한EU FTA는 ‘자동차 협정’이다. 농어업, 여타 제조업 등의 광범위한 손실을 자동차가 전부 메워줄 것이라는 협정이다. 대부분의 연구 결과도 기계, 화학, 금속 등 제조업과 육류, 유제품, 가공식품 등의 생산이 줄지만 자동차가 한 몫에 메워준다는 것이다.

    다만, 유럽에 60만대의 생산시설을 가지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얼마나 톡톡한 이득을 얻을지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어쨌든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대기업만 잘 나가는 성장은 ‘공동체 善’이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 양극화 성장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미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국민 65%는 FTA가 고용을 창출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그것이 현실 경제이다. 공익이 아닌 사익을 위한 FTA이다.

    한EU FTA, 우리의 미래는?

    그러면 보다 중요한, 우리 사회와 삶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생각나는 대로 몇 가지만 짚어본다.

    1. 위스키, 와인, 치즈, 소세지, 명품가방, 고급 가전제품, 고급 자동차 등 가격이 내려가 업마켓이 커지고 소비의 양극화가 커질 것이다.
    2. 돈만 있다면 유럽 위성방송을 직접 볼 수 있고, 보다폰 등 유럽 통신회사에 가입하는 사람이 늘어갈 것이다.

    3. 유럽산 약을 보다 많이 처방받게 될 것이다.
    4. 유럽 일부 국가에서 광우병이 발생한다 해도 국제수역사무국 등의 결정에 따라 수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5. 유럽의 유명한 생활하수처리 기업이 대대적으로 진출하여 하수요금이 상승할 것이다.
    6. 유럽 금융업체의 진출이 늘어나고 금융거래가 많아질 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금융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외국으로 나가 등급이 매겨지는 등 전산 처리될 것이다.

    7. 세계 최고인 유럽 민자투자 사업자가 진출해 민자사업 공사판이 늘어나고, 후세대의 재정부담도 늘어날 것이다.
    8. 음원, 문학 등 저작물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저작권 침해로 처벌받지 않도록 더욱 조심해야 할 것이다.

    9. 국내산 주류, 치즈, 소시지 등의 이름이 바뀔 것이다. 샴페인, 비엔나 소시지 등 이름을 쓰는 업체는 라벨을 바꿔야 한다.
    10. 과거 하이닉스, 대우조선 등 기업 도산으로 대규모 고용불안이 발생할지라도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 것이다.

    11. 기업 인수합병이 더욱 늘어나 고용불안이 심화될 것이나, M&A에 따른 차익 실현을 바라는 주식투자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12. 유럽과 자동차, 의약, 위생검역, 기술표준, 지적재산권, 보조금과 경쟁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크고 작은 마찰이 늘어날 것이다.

    한미FTA와 한EU FTA는 분리할 수 없다

    한미FTA와 한EU FTA는 사실상 하나의 FTA이다. 한미FTA와 한EU FTA는 관련국의 국내정치 및 외교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마디로 하나가 비준되면 다른 하나도 곧 뒤이어 비준 될 것이고, 반대로 두 개 모두 비준이 지연될 수도 있다.

    한EU FTA 체결에 따라 미국 일각의 이해관계자가 한미FTA 비준의 목소리를 높이듯이, 상대적 불이익을 근거로 자신의 FTA의 비준을 촉구하는 국내정치가 작동한다. 그래서 하나의 FTA가 비준되면 다른 FTA도 신속히 비준될 것이고, 미국과 EU 모두 눈치를 보면 모두 지연될 것이다.

    그 결과는 미국 및 EU와 FTA가 동시에 발효하는 것이다. 세계의 60%에 육박하는 경제권과 FTA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농업은 이 두 개의 FTA로 인해 곡물, 과일, 육류, 낙농, 가공식품 전체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거의 남아나는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금융, 서비스 등 각종 시장도 미국과 유럽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누가 더 많이 먹을까?

    또 이 두 FTA는 상호작용한다. 예를 들어 한EU FTA는 한미FTA의 대표적 독소조항인 투자자국가제소권, 서비스 유보식(네가티브 리스트) 개방과 역진금지(레쳇)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실제는 다르게 작동한다.

    한미FTA로 투자자국가제소는 모두에게 열렸기 때문이다. EU 기업은 미국에 있는 자회사를 이용해 한국을 투자자국가제소로 끌어들일 수 있다. 또한 유럽 개별국이 한국과 체결한 투자협정을 통해 투자자국가제소권을 활용할 수도 있다.

    서비스도 마찬가지이다. 서비스의 특성상 미국 요구에 맞는 서비스 개방을 하면 유럽에 적용하지 않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국에 적용되는 네가티브식 및 역진금지는 사실상 EU에게도 적용된다고 봐야한다. 결국 한EU FTA는 상대가 미국에서 EU로 바뀐 ‘또 하나의 한미FTA’에 불과하다.

       
      ▲필자.

    유럽의 경우 한EU FTA가 발효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럽의회를 통과해야 한다. 그리고 유럽 공동정책 분야(유럽의회의 독자적 결정 분야)를 넘어서는 협정 내용에 대해서는 각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발효까지는 시일이 많이 걸릴 것이다.

    11월 G20 정상회담에서 중간선거를 마친 오바마와 이명박 대통령은 한미FTA를 진전시키기로 합의한다는 정도의 발표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미국 국내에서 한미FTA는 아직까지 정책 우선순위에서 떨어진다.

    그래서 아직 시간은 있다. 더 이상 한미FTA와 한EU FTA를 분리해서 대응할 일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한-미-EU FTA’를 놓고 대응해야 한다. 정책적 재검토와 똑똑한 정치적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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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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