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반, 우리도 ‘집’으로 돌아간다
    2010년 10월 19일 02:5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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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무래도 사람들의 화두는 <슈퍼스타K 시즌2>(이하 슈스케)다. 슈스케는 금요일 밤의 술자리를 일찍 파하게 만들고 있다. 11시에 ‘본방 사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134만 6천 4백 2명의 지원자가 지원을 했다. 6월 달부터 3번의 예선을 거쳐 151개 팀이 추려졌다. 그리고 슈퍼위크에서 2박 3일간 예선을 거쳐 50명이 추려지고, 22명이 남았다가 11명이 선발되었다. 그리고 9월 17일부터 생방송으로 본선이 진행되면서 11명은 다시 8명이 되었다가 6명이 되었다가, 4명, 3명이 되었다.

지난 주, 10월 15일 금요일에는 세 명의 마지막 남은 TOP 3 중 2명만이 남게 되는 순간이었고 시청률이 16%까지 나왔다. 금요일에 방송된 지상파/케이블 전체 시청률 중 수위이다.

지난주까지 남았던 3명의 후보는 장재인, 허각, 존 박이었다. 어려서부터 매번 집단 폭행을 당했고, 음악만이 치료제였던 20살 ‘홍대 인디 싱어송라이터’ 장재인. 예선에서 보여주었던 <그 곳>이라는 자작곡은 사실 Amy Winehouse나 Corrine Bailey Rae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었던 이들에게는 익숙했지만, 그 전까지 TV나 라디오에서 접하지 못했던 노래였기 때문에 그녀에 대한 ‘신비함’을 부각시키는 데에 일조했다.

지난주에 진행되었던 준결승에서 국민들이 장재인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노래가 박혜경의 ‘Lemon Tree’였다는 점은 한국에서 음악 장르의 다양성이 얼마나 척박했는지를 잘 보여줬다.

장재인, 존박, 허각

   
  ▲  장재인, 존박, 허각

한편, 가난한 환경에서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하면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던 26살 허각의 이야기는 대중이 가지고 있는 ‘성공 신화’ 혹은 ‘개천에서 난 용’에 대한 열망을 대변한다.

배관공을 하고, 기회 될 때마다 행사장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가수의 꿈을 놓지 않았던 허각. 늘 동네 술집 어딘가에서 소주를 따고 있을 ‘동네 형’의 외모에서 쏟아지는 허각의 목에서 쏟아지는 이승철의 발라드. 게다가 이하늘과의 술자리에서 보여주었던 소주병 흔들고 ‘독’을 빼는 허각의 퍼포먼스는 더욱 친숙함을 주었다.

다른 한 편, 존 박은 클래지콰이의 알렉스와 비슷한 ‘잘 자란 교포 총각’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23살. 시카고의 명문대학인 ‘노스웨스턴’ 대학생이면서, 늘 예의바르고 젠틀하고 에티켓 있는 남자.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감정을 잘 돌봐줄 것만 같은 남자를 대변한다. 전형적인 부르주아 엘리트 청년의 모습으로 조명된다. 깨나 많은 남자들이 존 박을 욕하는데, 그것은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군대문제에서 ‘열외’인 점과, 당장 배워도 익힐 수 없을 것 같은 존 박의 그런 ‘모던한’ 태도들 때문이다.

이미 떨어진 이들도 독특한 캐릭터들을 보여주었다. 부산 출신 20살 ‘록커’ 강승윤은 ‘부산 사나이’와 ‘후까시 잡는’ 어린 마초의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도 언니들은 “강승윤이니까 오만해도 된다”고 게시판에 써 놓곤 했다. 강승윤은 TOP 4까지 진출했다.

캐릭터들

생각해보면 슈스케가 특수한 한국만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컨대 영국에는 <브리튼스 갓 탤런트 Britain’s Got Talent>가 있다. 그리고 미국에는 <아메리칸 아이돌 American Idol>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지금 <슈퍼스타K>의 TOP 2, 결승까지 올라간 존 박의 경우 <아메리칸 아이돌>에서 TOP 20까지 올라간 경험이 있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의 경우, 위에 언급했던 허각처럼 ‘개천에서 난 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한 동안 한국에서도 회자되었던 휴대폰 가게의 매니저였던 폴 포츠가 2007년에 보여주었던 놀라운 테너 보이스는 그를 슈퍼스타로 만들었고, 2009년에도 마찬가지로 무직에 수다스럽고 실수 많은 스코틀랜드 아줌마 수잔 보일의 ‘I Dreamed a Dream’의 놀라운 목소리는 마찬가지로 그녀를 스타로 만들었다. 영국의 시청자들은 그들을 보면서 ‘살아갈 희망’과 ‘위로’를 발견한다.

한국의 슈스케를 보는 사람들도 어느 면에서는 마찬가지다. 시청자들은 지원자들의 구체적인 드라마를 보고 들으면서 일종의 ‘위안’을 발견한다. ‘대국민문자투표’는 모든 ‘국민’들을 슈퍼스타 만들기라는 대서사시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준다.

슈퍼위크의 마지막 미션 곡의 제목이었던 “신데렐라”의 이야기처럼, <전국노래자랑> 같이 장기를 자랑하면서 오합지졸처럼 보였던 예선전의 도전자들이 슈퍼위크를 거치면서 한 사람의 어엿한 ‘가수 지망생’의 위치로 올라가고, TOP 11부터의 경쟁을 거치게 되면서 ‘스타’의 위치로 도약하게 된다.

슈스케가 없었더라면 하루하루를 지겹게 살아갈 군상들이었을 평범한 주위 사람들이라는 점이 잊히지 않는다. 동네에서 재롱떨던 아무개가 난데없이 TV의 스타가 되어서 나타난 것처럼 대중은 환호한다.

사람들은 왜 환호하는가?

그리고 12시가 지나면 신데렐라가 돌아가야 하는 것처럼, 도전자들은 12시 반이 되면 TOP 11이든, TOP 3이든 그 중에 몇 명은 ‘집’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시청자들은 떨어진 도전자들에게 몇 초, 몇 분간의 아쉬움과 ‘좌절’을 발견하지만 이는 쉬이 잊어먹을 수 있는 것이다.

134만 6천 4백 1명의 탈락자는 1명의 슈퍼스타를 위해 희생될 수 있음에 대해 손쉬운 합의가 이루어진다. 시청자들은 이미 경쟁이 극한까지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 살고 있다. ‘루저’로 사는 인생은 이미 주위에 널려있다. 중요한 것은 ‘루저’가 된 탈락자가 아니라 ‘역경을 딛고’ 끝까지 올라가는 ‘위너’들의 드라마이다.

하지만 슈스케는 단순한 ‘감동이 있는 음악 프로그램’만은 아니다. 슈스케의 제작진은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것이다. 슈스케는 <인간극장>이기도 하고, 동시에 <TV는 사랑을 싣고>가 되기도 한다.

예선부터 시작되었던 도전자들의 사연들은 지금의 그들의 노래가 마치 그들 삶의 사연이 빚어낸 결과인 것처럼 매회마다 지속적으로 조명된다. <브리튼스 갓 탤런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여기에는 대중의 관음증이 결합된다. 그 관음증은 ‘감동 드라마’를 위해서 정당화 된다.

엄마와 아빠들

시청자들은 허각이 헤어진 엄마와 통화하기를 기대하고, 바빠서 한국에 응원하러 오지 못하는 존 박의 엄마 때문에 걱정한다. 장재인의 폭발적이면서도 소울이 담긴 목소리는 그녀에게 음악이 ‘치료제’였다는 첫 번째 인터뷰와 계속 오버랩된다. 돌아가시기 이틀 전에 노래를 불러 달라 하시던 아빠의 청을 들어주지 못했던 박보람의 안타까움은 그녀의 창법에서 ‘우수’를 보게 만든다.

‘30살 이상’으로 보이는 21살 김지수의 ‘늙은’ 얼굴은 “너 역시 가꾸고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입고 부모 돈으로 등록금 내고 보살핌을 받고 살았다면 강승윤보다 존 박보다 더 잘생기고 멋졌을 거다”라는 지수 엄마의 편지 때문에 더 이상 ‘웃기지’ 않게 된다.

도전자 개인들의 드라마와 ‘감성’이 뒤섞인 그들의 노래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도전자 개개인의 드라마를 더 듣기 위해, 그리고 드라마를 만들어주기 위해 그들을 지지하기도 한다.

사실상 모든 ‘개인’들의 사연들과 모든 감정의 교류가 화면을 통해 드러나고 이것들은 매주 한 편의 드라마가 되고 슈스케의 전 과정은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룬다. 이 드라마들이 대국민 투표로 사고 팔리는 상황에 대해서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그 감동의 드라마가 ‘표’로 얼마나 연결될까가 초유의 관심사일 뿐이다. 너무나 평탄했던 ‘중산층’의 자녀 몇 명이 본선 초기에 다 떨어졌던 이유이기도 하다. 팔릴 만한 드라마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자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보컬로 ‘까칠함’을 보여주었던 이승철, 프로듀서로서의 ‘객관적 평가’를 잃지 않았던 윤종신, 무대에서의 에너지를 가지고 평가했던 엄정화, 이 3명의 심사위원은 본선이 진행되면 될수록 도전자들의 편이 되어버린다.

이미 ‘주관적 평가’와 ‘객관적 평가’ 사이의 거리가 없어졌다는 것을 사람들은 알고 있지만 아무도 그들을 탓하지 않는다. 모두는 드라마의 ‘영웅’을 만들기 위한 심부름꾼이 되어버렸다. 드라마는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134만 6천 4백 1명의 탈락자의 무덤을 뒤로 하고 이제 위대한 슈퍼스타를 위한 의례만이 남아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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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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