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임오프 시행 100일 토론회 열려
    By 나난
        2010년 10월 08일 04:1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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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임자 처우 등을 담은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가 시행된 지 100일. “연착륙되고 있다”는 정부의 말과 달리 현장은 여전히 갈등을 계속하고 있다. 타임오프 사용 대상자에 대한 정의 논란에서부터 범위와 상급단체 파견자에 대한 처우 등,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8일, 한국공인노무사회와 매일노동뉴스 공동주최한 타임오프 시행 100일을 평가 토론회가 열렸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논란과 개정 노조법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토론회는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법적 쟁점과 과제’라는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그는 “타임오프 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노사의 자율적 결정의 폭을 확대해야 하고, 정부는 공정한 심판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노사 간 이견을 보이는 개정 노조법에 대한 법률적 해석을 내놓았다.

       
      ▲ 지난해 12월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담은 개정 노조법이 통과되며, 노동계의 반발이 강하게 일었다.

    그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가 유급면제시간의 범위로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전제로 한 활동으로 못박은 것에 대해 “이와 같은 내용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의 의결형성의 재량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 있다”며 “그 자체가 독자적인 결정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7월 시행 예정인 복수노조와 관련해 “복수노조 사업장의 경우 개별 노조별로 조합 업무를 수행할 최소한의 유급전임자를 보장하되, 그 상한도 함께 정해야 한다”며 “조합 업무를 위한 근로시간면제범위를 원칙적으로 각 노조별로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역시 “노동부의 소위 ‘매뉴얼’에 따르면, 하나의 사업장에 2개 이상의 노조가 있는 경우, 각 노조의 조합원 수를 합해 면제시간 총량을 정하고, 이를 각 노조 간에 자율적으로 배분토록 하고 있다”며 “각 노조가 고유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해당 노조의 조합원 규모에 맞는 근로시간 면제한도가 적용돼야만 이와 같은 활동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따.

    그는 “따라서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적용 기준 역시 사용자를 중심에 둔 ‘각 노조 조합원 수의 합’이 아니라, 실제 노조활동의 주체가 되는 ‘각 노조 조합원 수’로 변경해야 수미쌍관한 주장이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타임오프 시행 이후 사실상 지원이 차단된 상급단체 전임자와 관련해 “기업별 차원의 전임자 문제와는 달리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개정 노조법 24조의 범위 내에서 결정될 수 있는 성질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조법 24조 4항에서 ‘전임자’가 아닌 ‘근로자’로 명시하며 유급활동범위를 규정한 것과 관련해 그는 “일반조합원은 조합업무에 종사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의 의사결정이나 운영에 참가하는 것일 뿐”이라며 “노사의 완전한 협약자율영역에 머물러 있어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임 정책실장 역시 “노조법 제24조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규정이므로 조문체계상 제4항이 전임자를 위한 유급 조합활동 범위를 정한 것”이라며 “ 따라서 전임자가 아닌 비전임간부와 교섭위원 등에 대한 급여지원 조항은 노조법 제24조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봐야 할 것이며, 근로시간 면제제도와 무관하다”고 말했다.

    또한 근로시간면제 범위와 관련해 그는 “노동부는 노조법의 ‘건전한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유지관리 업무’라는 문구를 빌미로 사실상 ‘기업의 노무관리를 대행하는 활동’ 즉, 노조의무(union duty)에 대해서만 유급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고, 일상적 노조활동으로서의 노조 자체 조합활동(union activities)을 부정하는 것으로 결사의 자유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도 “무엇보다 근로시간면제를 사용하는 대상에대한 노사 간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며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역사적으로 보나, 법상으로 보나 기존의 노조 전임자제도를 계승한 것으로 근로시간면제를 사용할 수 있는 자는 노조전임자임이 명백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노사정 3자 회담을 통해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에 대해 합의하고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부터 이수영 경총회장, 장석춘 한국노총 위원장, 임태희 전 노동부장관.

    특히 김 본부장은 “지난 5월 근로시간면제한도 고시 부칙에 명시된 사업장 특성을 반영한 근로시간면제한도 조정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며 “사업장 특성은 지역적 분포, 교대제시업장 여부 등인 바, 사업장이 전국에 분산되어 있는 은행이나 공기업, 대규모 사업장은 전임자의 활동시간과 비용이 단일사업장보다 더 많이 소요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임자 임금과 관련해 “제도의 취지는 타임오프 범위 내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하는 경우 임금손실 없이 활동을 보장한다는 의미”라며 “타임오프 적용대상자(전임자)의 임금지급 수준은 타임오프 한도와 관계없이 해당 사업장의 노사합의에 의해 결정될 사항이며 종전 전임자에게 지급해온 임금수준을 유지되어야 하며 특히 노조전임자가 통상적으로 받아온 제수당은 그대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시경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정부는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 분쟁의 소지가 있는 제도상 문제점들은 신속히 개선해야 한다”며 “노사자치원칙에 따라 사용자의 동의 내지 단체협약으로 확정된 제 합의사항에 대하여는 위법성 여부를 심판하기 보다는 노사자치를 최대한 존중하는 범위에서 제도가 안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서 노동계가 근로시간면제 시행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해석상의 논란이나 개정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반면 경영계는 대체로 “타임오프제도가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따라서 타임오프제도 개선 논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준 한국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시행으로 노동운동이 말살된다는 주장과는 달리 노동부에 따르면 제도는 순조롭게 안착하고 있다”며 “현재 논의되고 있는 개선 방안은 실질적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으며, 결국 노조법의 대대적인 개정 투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동계가 정치적 목적으로 근로시간면제제도를 이용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시행초기의 일부 미비점을 침소봉대하여 제도에 대한 개선을 벌써부터 논하는 것은 제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 경우 법무법인 한울 이경우 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발제와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임동수 민주노총 정책실장, 김시경 한국공인노무사회 부회장 등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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