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사에 나타난 '내 귀에 도청장치'
By 나난
    2010년 10월 07일 03: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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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허준영)가 지난 2009년부터 2010년 8월까지 노동조합 활동 및 노조 간부의 동향을 조직적으로 사찰해 온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7일 해당 피해자들이 ‘반인권적 사찰행위’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일부 조합원의 급여에서 차액이 발생했습니다. 회사에 건의를 하니, 휴게실, 체력단련실 간 것은 물론 화장실 간 시간까지, 즉 근무 중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을 상세히 체크해 임금에서 제한 것이었습니다.” 

“지난 6월 근무시간 때 노조 사무실에 잠시 다녀온 것을 놓고 감사실 직원이 ‘어디 갔다왔느냐?’, ‘우리가 밤 12시부터 잠복해 있었다’고 추궁하며 사찰 사실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항의하자 회사는 징계위를 열어 정직처분을 내렸습니다.” (이재호 김천역지부장)

   
  ▲ 철도공사의 불법사찰 피해자들이 7일 국가인원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했다.(사진=이명익 기자/ 노동과세계)

“지난해 노조 파업 하루 전인 11월 25일 마산지구로 파견을 나간 이후 회사는 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습니다. 어디에 가서 어떤 밥을 먹고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까지 회사에 보고가 됐습니다. 또 기차를 타기 위해 창원역에 간 것을 놓고 ‘조합원을 만나 파업을 선동했다’며 징계위에 회부했습니다. 징계의결서에 따르면 10분 간격으로 감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성훈 부산지방본부 법규국장)

“회사 측은 지방노동위원회 부당징계구제신청 과정에서 노조 간부와 조합원의 대화 내용을 녹음한 것은 물론 파업 당시 사진 등을 찍어 자료로 제출했습니다. 지금도 전화를 할 때마다 도청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늘 긴장하고 있습니다.”(이명위 부산지방본부 차량지부장)

노조와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실에 따르면, 철도공사는 지역본부별, 소속별 특별 채증조를 구성해 노조 간부에 대한 미행과 촬영, 녹취 등은 물론 일상적 조합활동과 조합원 감시 등 광범위하게 사찰을 진행해왔다. 공사는 이렇게 모은 자료를 지방노동위원회 조합원 부당징계구제신청 사건에 대한 증거자료로 사용했다.

하지만 공사의 이 같은 행위는 민사소송의 증거를 수집할 목적이었다 하더라도 초상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로, 불법행위에 속한다는 게 법원의 판결이다. 이에 노동계는 물론 인권․법률 단체들은 “헌법상 개인의 존엄성과 사생활의 자유, 초상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그것도 공기업에서 이 같은 불법행위가 버젓이 행해졌다는 것에 대해 충격을 금치 못하겠다”며 비판하고 있다.

기선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철도공사는 지난해 노조의 파업전후, 공사 내에 CCTV를 설치하며 인권 침해 논란을 빚고 철거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조합원에 대한 미행과 감시 등으로 불법사찰을 벌였다”며 “특히 함께 일하는 직원들로 채증조를 구성하며 인권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철도공사는 넘어가서는 안 되는 선을 넘었다”고 비판했다.

노조 역시 “공사의 불법사찰로 인해 노조의 노동3권, 조합원 개인의 기본권 등 헌법의 가치가 심대한 침해를 받았다”며 “이번 사태는 사찰행위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경찰청장 출신인 허준영 사장이 조직적 사찰을 용인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조는 “채증조 등을 통해 일상적 조합활동과 조합원에 대한 감시 내용이 지역본부, 본사로 아무 거리낌 없이 일일 보고됨으로써 불법 사찰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며 “이는 지배개입 행위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부당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공사의 불법사찰 행위와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을 내는 한편, 향후 민형사상 각종 법률적 대응 및 사회적 문제제기를 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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