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희롱 피해자 복직 막으려 위장폐업?
    By 나난
        2010년 10월 06일 12:0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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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성 관리자들로부터 수개월간 성희롱을 당한 피해 여성을 징계해고했던 현대자동차 아산공장 사내하청업체인 금양물류가 폐업 공고를 내 위장폐업 의혹이 일고 있다. 피해자와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성희롱 관련 진정서를 접수하는 등 사건을 공론화시키자 “피해자의 복직을 막기 위한 위장폐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피해자 ㅂ씨는 5일 오후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었다. 업체가 “사장의 건강상의 이유”로 “오는 11월 4일 업체를 폐업한다”는 공고를 낸 것이다. “회사 내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해 사회통념상 근로관계를 유지하기가 곤란하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된 지 14일만이다.

    ㅂ씨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업체가 폐업 처리되면 이미 해고된 나는 돌아갈 곳이 없어진다”며 “너무 황당하고 막막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5일부터 아산공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시위라도 나섰다”며 “나에게 ‘사랑한다’, ‘같이 자자’고 말한 사람들은 버젓이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인 나만 해고되고, 회사를 잃게 됐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 지난 9월 3일 피해자 ㅂ씨와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는 성희롱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성서를 제출했다.(사진=이은영 기자)

    금양물류의 폐업과 관련해 노동계는 “위장폐업”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폐업하게 되면 작업 공정과 업무 등이 모두 없어져야 하지만, ‘사장의 건강상의 이유’를 들었다는 것은 작업 공정 등을 그대로 유지한 채 사장만 바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대차 아산사내하청지회 권수정 씨는 “결국 언론보도 등을 통해 업체 이미지가 실추되고 문제 제기가 일자 모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위장폐업한 것”이라며 “현대차 사내하청의 경우 폐업을 하더라도 사장만 바뀔 뿐, 직원은 재계약 방식으로 고용승계가 대부분 이뤄진다”고 말했다.

    업체의 폐업공고로 피해자 ㅂ씨의 복직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폐업 전 징계 해고된 ㅂ씨가 인권위 권고 등을 통해 공장으로 돌아갈 길이 열린다 하더라도 그를 받아줄 업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ㅂ씨는 “14년간 일해 온 공장에서 억울하게 해고를 당한 것도 모자라 업체까지 폐업한다”며 “당장 아이들과 먹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생계까지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고아로 자라 부모도 형제도 없는 나를 관리자들은 얕잡아 보고 성희롱을 했다”며 “젊은 여자가 혼자 살다보니 구설수에도 많이 오르고 결국 억울하게 해결돼 쫓겨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어 그는 “‘재워달라’는 데 안 재워준 게 죄냐”며 “두 번 다시는 나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회사를 상대로 문제 제기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말했다.

    한편, 회사 관계자는 “현재 담당자가 없어 폐업 이유 등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어제 폐업공문을 붙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ㅂ씨는 관리조장 ㅈ씨와 ㅇ소장으로부터 지난해 4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문자와 전화 등을 통해 성희롱을 당해왔다. 이에 ㅂ씨가 노조를 통해 문제제기를 하자 회사 측은 ‘잘못된 언행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며 정직 6개월과 보직 변경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재심에서도 정직 3개월과 감봉 결정을 내렸다. 가해자인 ㅈ조장은 조장직 박탈과 정직 6개월의 처분을 받았으나 여전히 공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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