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준영 저격수’가 아쉽다
        2010년 10월 06일 11:23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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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과천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의 최고의 스타는 단연 허준영 코레일 사장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160여명을 해고-파임하는 등 전체 노동자의 30%를 징계하면서 모두를 경악시킨 바로 그 사람이다.

    이날 허 사장은 자신이 가진 ‘노조혐오증’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잘 된 일은 내 덕, 안된 일은 노조 탓”이란 일관된 기조 하에 “철도노조 같이 억지 주장에 매몰되어 있으면 (경영상)아무것도 못 한다”, “(그동안 파업에 대해)징계를 하지 않고 넘어가 이 (파업)병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나는 공기업 기관장 평가에서 최우수 평가받았지만 (기관평가에서 C등급을 받은 것은)파업 때문”, “나는 전국적이고 큰 조직의 리더십 전문가이자 한방에 끌고 가는 리더십 전문가”라는 중증의 ‘자뻑’ 증세까지 드러냈다. 왜 최우수 기관장이 되었는지, 그가 말하는 ‘한 방’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우리는 일단 그의 당당함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아쉬웠던 것은 허준영에 대처하는 야당의 자세다. 오히려 철도노조 탄압을 지적하는 의원에게 “(의원이)노조의 일방적인 얘기만 들었다”고 큰소리 빵빵치는 허 사장에 대해 야당의원들은 이렇다 할 임팩트 있는 비판을 하지 못했다. 이찬열 의원은 한 번의 헛다리를 짚었고 홍영표 의원은 발언의 논점이 흐렸다.

    이찬열 의원은 허 사장의 대규모 노조원 징계를 ‘노조 탄압’으로 규정하며 허 사장을 몰아붙였다. “사규에 의해 처리했다”는 허 사장에게 “헌법이 사규의 아래냐”고 쏘아붙이고 “노동자 30%를 징계하는 CEO가 공정사회를 이룰 수 없다”며 몰아붙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규모 노조원 징계 사태를 2008년 촛불 집회에서의 대규모 시민 연행에 빗대었고 이 의원은 허 사장에게 “촛불 집회 당시 경찰의 책임을 맡더니”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허 사장은 지난 2005년 농민 집회 과잉진압으로 농민 2명을 숨지게 한 책임을 지고 경찰청장을 사퇴한 바 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노조 탄압을 잘해서 우수 기관장 평가를 받았고 그로 인해 보너스도 많이 받았지만 정작 기관평가는 C성적을 받았다”고 비판하고, 파업의 단초가 된 단체협약에 대해서도 “전임 사장이 뇌물수수로 구속되면서 사측이 단협을 먼저 중단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해 허 사장으로부터 “(그에 대해)인정한다”는 대답을 끌어냈다.

    다만 갑작스런 ‘낙하산 인사 논란’으로 논점이 옮겨가면서 단체협약에 대한 대답을 더 이끌어내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홍 의원은 “단협 상 내가 보기에도 문제는 있었으나 100개 이상을 고쳐야 할 정도로 문제 있다고 보지 않으며 노사 간 논의를 계속 해야 했는데 취임 초기부터 낙하산 인사에 논란이 있었다”며 “나도 (허 사장이 낙하산이라)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허 사장은 “낙하산 인사는 나에 대한 모독이며 나는 경찰에 근무 당시 일요일-주말도 안 쉬고 일해 온 전국적이고 큰 조직의 리더십 전문가”라고 말했고, 이에 대한 대답은 “그건 (허 사장)생각이고, 이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 많다”정도 밖에 없었다.

    이날 환경노동위원회 국감은 대체적으로 큰 성과를 보지 못했다. 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일보 진전이 이루어졌으나 노동계 핵심 이슈인 타임오프나 불법파견 대법원판결에 대해 의미 있는 논의들이 나오지 못했다. 노동계의 현실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 가차없이 지적하는 야당 의원들의 ‘공격력’이 아쉬운 부분이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기존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이 1명 줄어들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상반기 5명의 의원들을 배치했으나 하반기 4명의 의원을 배치했다. 그나마 1명은 상임위원장으로 사실상 공격수는 3명 뿐이다. 이에 대해 홍영표 민주당 환노위 간사는 <레디앙>과의 인터뷰에서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공격수 1명의 공백은 생각보다 크다. 의원 1명 당 본질문과 추가질의를 포함해 약 30분이 주어진다 가정해봤을 때, 노동계에게 이 30분은 아주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허준영 사장 국정감사도 아쉬웠다. 철도 노동자들이 직접 허 사장을 질타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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