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정규직 가족의 비극
By 나난
    2010년 10월 05일 03:3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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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비정규직 건설 일용직 노동자 김 아무개 씨(64)가 작업 도중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하는 비극이 발생했다. 특히 목숨을 잃은 일용 노동자의 부인과 아들도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해왔으며, 부인은 현재 암 투병 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부인 최 아무개 씨(56)은 비정규직 청소부로 일해오다가 현재 대장암 말기 판정을 맏고 투병 중이며, 둘째 아들 김주원 씨(32)는 ‘정규직 제로’ 공장으로 ‘악명’ 높은 동희오토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했으나, 노조 활동과 관련 해고돼, 최근 원청회사인 기아차의 직접 교섭과 원직복직을 촉구하면 거리 농성 중이었다. 그는 현재 고인이 안치돼 있는 건국대 충주병원의 빈소를 지키고 있다.

한진건설기계 소속인 김 아무개(64)씨는 지난 9월 13일 오전 10시경 한진중공업이 진행하고 있는 충주시 귀래~목계 간 도로건설 현장에서 지반이 붕괴되며 타이어롤러(tire roller: 바닥의 흙을 다지는 일을 하는 특수자동차)가 전복돼 건국대 충주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 김 아무개 씨 사고 당시 현장 모습.

당시 심장과 횡격막 파열, 골반․척추․늑골 골절 등으로 인해 생명이 위독한 상황이었으며, 응급수술 뒤 3주간 치료를 받아왔으나, 결국 폐 기능 상실로 지난 2일 오후 6시 34분에 결국 사망했다. 

그는 지난 4월부터 한진중공업 도로건설 현장에서 일해왔으며, 유족은 한진건설기계로부터 산재 승인을 받았으며, 원청사용자인 한진중공업에 대책마련과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족은 사고 발생 원인을 놓고 의혹을 제기하며 사고 경위 조사 및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주원 조합원과 함께 빈소를 지키고 있는 이청우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 조합원은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나기 며칠 전부터 많은 비가 내렸다”며 “도로를 다지는 작업은 흙을 쌓아놓고 하는데, 오랫동안 비가 오다보니 토사가 유출돼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에 유족은 한진중공업 측에 △사고에 대한 책임 인정 및 사과 △재발대책 마련 △고인과 유족 보상 등의 요구안을 전달한 상태며, 회사 측은 5일 이에 대한 답변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비정규직 가족의 비극이 주변에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김 씨의 부인은 6년 간 건물청소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아오다, 지난 8월 대장암 진단을 받은 후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지만, 다른 장기로 전이돼 말기 판정을 받은 상태다.

김 씨의 죽음과 관련해 노동계 관계자는 “아들은 비정규직 투쟁 중이고, 비정규직 청소부 어머니는 암 투병 중인데, 아버지마저 노동 현장에서 목숨을 달리했다”며 “비정규직 가족의 슬픔과 부친의 사망에 안타까움을 넘어 할 말을 잊게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비극은 비단 김 씨 가족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금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비정규직의 나라’, 양극화가 심화되는 분절된 사회에서는 항상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개별적 안타까움을 넘어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이번 사건이 다시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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