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산에 서울 첫 ‘호화 콘도’ 논란
    By mywank
        2010년 10월 05일 03:1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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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국립공원과 인접한 곳에 서울에서 최초로 콘도미니엄(콘도)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 강북구 우이동 산 14-3번지 일대(옛 그린파크 호텔 자리)에서 신축공사가 진행 중인 ‘더 파인트리 콘도’는 △북한산 경관 훼손 △생태계 파괴 △인·허가 과정의 문제점 등 지적되고 있어, 지역 주민들과 진보정당·시민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한나라당 구청장 시절 허가

    지하 4층~지상 7층 규모로 오는 2012년 말 준공될 예정인 ‘더 파인트리 콘도’는 총 14개동에 322개(56실은 회원제 운영, 266실은 분양)의 객실과 야외수영장과 실내수영장, 골프연습장, 옥상 스파, 와인바, 박물관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 전체 객실의 83%가 200㎡(60평) 이상이며, 가장 큰 객실은 504.01㎡(152.5평, 분양가 46억)에 이르는 ‘호화 콘도’이다.

    ‘더 파인트리 콘도’(부지 8만61㎡) 사업대상지는 북한산 도선사로 가는 등산로 입구 부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개발시행사인 ‘더 파인트리’가 지난 2007년 옛 그린파크 호텔 부지를 매입한 바 있다.

    전임 김현풍 강북구청장(한나라당) 시절인 지난해 콘도의 사업계획 승인 및 건축허가가 났으며, 지난 3월부터 공사가 시작된 이후 현재 ‘터파기’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모델하우스까지 마련한 이 콘도는 공정률이 20%가 되는 오는 11월 분양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울시 우이동 북한산 국립공원과 인접한 곳에 건설될 예정인 ‘더 파인트리 콘도’의 조감도. (사진=더 파인트리 콘도 홈페이지) 

    우선 과거 4층짜리 그린파크 호텔 1동이 들어섰던 곳에 5~7층짜리 콘도 14개동이 병풍처럼 들어서면 북한산 일대의 경관을 해칠 것으로 보인다. 또 강북구가 지난 2005년 펴낸 ‘야생조류 출현 현황’에 따르면, 콘도 신축부지 일대는 서울시 보호종인 오색딱따구리와 꾀꼬리뿐만 아니라, 청딱따구리, 쇠딱따구리, 곤줄박이 등 다양한 야생 조류가 발견돼 생태계 파괴도 우려된다.

    ‘더 파인트리 콘도’ 사업대상지는 5층 이상(높이 20m)의 건물이 들어설 수 없는 1종 일반주거지역의 ‘최대고도지구’이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해당지역 기초자치단체 검토를 거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과하면 7층(28m) 높이로 고도제한 규제를 완화할 수 있다.  

    호화콘도가 공공시설?

    특히 유원지 등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일 경우, 고도제한 규제 완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레디앙>과의 "공공성이 있는 시설일 경우에는 아무래도 (고도제한 완화가)쉽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더 파인트리 콘도’ 건설과 관련해, 강북구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사업대상지는 지난 1960년말 ‘도시계획시설 유원지’로 지정된 뒤 지금까지 해제되지 않아 유원지로 남아 있다”며 “현재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을 유원지로 지정할 수 없지만, 당시에는 관련 법률이 없어 이것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대상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최고고도지구여서 5층 이상의 건물이 들어설 수 없지만,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요청하면 7층(28m)으로 규제기준을 완화 받을 수 있다. (공사)업체 측에서 심의를 요청했고, 지난 2008년 말 규제 완화 요청이 받아들여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민들은 대다수 객실을 분양하는 ‘더 파인트리 콘도’를 유원지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하며, 강북구청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김말남 ’21녹색삼각산공동체’ 홍보위원장은 "이 콘도는 전체 322개 객실 중 56실만 회원제로 운영되고, 나머지는 분양된다. 사실상 유원지가 아니라 아파트 개념을 가진 ‘주거 시설’"이라고 볼 수 있다"며 "즉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과의 ‘위화감’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주민 이병록 씨 “이 콘도는 강북 주민들과는 거리가 먼 시설이다. 돈 많은 외지인들을 위한 시설”이라며 “‘권리’가 있는 사람 말고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을 것이다. 위화감을 주는 시설이기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많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대책위, 공사중지 가처분 검토

    진보신당 강북구당원협의회, 민주노동당 강북구위원회, 북한산-도봉산 환경평화시민연대, 21녹색삼각산공동체 등 10여개 지역 진보정당·시민단체들은 지난 달 15일 주민들과 함께 대책위원회(대책위)를 구성하고, 콘도 건설 저지투쟁을 벌이고 있다. 

    김일웅 대책위 공동대표는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아직 ‘더 파인트리 콘도’ 건설의 문제점을 잘 모르는 주민들도 있는데, 우선 지역 여론화 작업을 중점적으로 벌일 예정”이라며 “대책위 차원에서 ‘공사중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박겸수 신임 강북구청장(민주당) 취임 이후, 콘도 문제와 관련해 따로 구청 측과 논의한 자리는 없었다. 주민들과 대책위에서 각각 1번씩 질의서를 보낸 것 밖에 없고, 대책위 질의서에 대한 답변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며 "전임 구청장 때 벌어진 일이라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오는 6일 오전 10시 강북구청 앞에서 ‘우이동 초호화 콘도 건설 중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콘도 공사장 인근 주민 피해사례 △환경·생태계 파괴, 법률·행정적 문제 등을 밝힐 예정이다. 대책위는 이날 회견을 시작으로 ‘더 파인트리 콘도’ 건설 중단을 위한 활동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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