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사설, 유감
        2010년 10월 04일 01:14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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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월1일, <경향신문>에는 “민노당은 3대 세습을 인정하겠다는 것인가?”라는 제목의 자극적인 사설이 실렸다. 북한 당대표자회의는 향후 남북관계와 동아시아 정세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를 평가하고 조망하는 언론 보도들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진보 매체인 <경향신문>에서 민노당의 태도를 문제 삼는 기사가, 그것도 사설 전면에 게재된 것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민주노동당이 상식에 어긋나는 비합리적인 태도를 보인 것인가? 아니면 <경향신문>이 오버한 것일까?

    민주노동당 대변인 논평은 다음과 같다.

    “북한 당대표자회가 개회중이다. 이번 당대표자회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 그리고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길 희망한다.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고 있으며 남북 군사실무회담이 30일에 개최되는 등 최근 얼어붙었던 남북관계도 조금씩 해빙되는 상황에서 남북관계에도 전향적인 변화의 모멘텀이 되기를 기대한다.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북한 당대표자회와 후계구도 공식화에 대해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향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나아가 북미관계와 세계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전문가 견해를 듣고 향후 전망 모색을 위해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

    민주노동당 대변인 논평에 대한 필자의 소감은 별 고민이 없다는 점이다. 아마도 북한 당대표자회의에서 내린 결정은 자주통일운동에 매진했던 사람들에게 깊은 고민의 기회를 던져줄 것이다. 그리고 이는 통일운동의 대중적 지반을 흔들 것이다.

    그럼에도 위 논평에는 그런 고민이 담겨 있지 않다. 그런 면에서 민노당의 논평은 우려할만한 것이다. 북한 당 대표자회의에 대해 자주통일운동을 중시했던 민노당의 입장에 대해 사람들이 특별히 궁금해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논조는 아무리 보아도 지나쳤다. 문제는 이것이 우발적인 실수라기보다는 의도된 공격이라는 점이다.

    5월24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담화가 있은 직후 긴장완화와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야 5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다. 5월26일 <경향신문>은 이 사실에 대한 사진을 다음과 같이 묘사했다.

       
      

    유사한 행사를 많이 치러본 필자로써는 앞 열에 배치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고 의아한 생각을 가졌다. 한반도 평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노회찬 후보가 중심이 되고 백낙청 교수가 한 쪽 끝에 앉아 있는 사진은 아무래도 어색했다. 아니나 다를까? 27일 <한겨레>신문에는 위 사실에 대한 다른 사진을 내보냈다.

       
      

    백낙청. 김상근. 오종렬 선생이 전면에 서고 옆에 정치인들이 배치된 사진이다. (진보진영은 의전에 신경을 덜 쓰는 편인데 코디하는 입장에서 보면 전면에 백낙청, 김상근, 오종렬, 임종대, 박경조 선생이 서고 옆에 정치인들이 배치되는 것이 적당한 듯하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필자가 보기엔 의도적인 사진 편집이다. <경향신문>은 6.2 지방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점에 왜 이런 일을 저질렀을까?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제도권 지식인들은 현 민노당을 상종하지 못할 세력으로 생각하고 진보신당이 진보정당 안에서 주도권을 잡기를 바라는 것 같다.

    이 사진은 그런 내면의 요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6.2 지방선거에서 진보신당이 궁지에 몰리면서 여러 차례 벌어졌다. 선거 막판 교수들이 주도한 노회찬 후보지지 선언이나 7.28 재보선에서 금민 사회당 후보 지지선언 따위가 그것이다.(오해가 있을까봐 덧붙이면 필자는 6.2 지방선거에서 민노당이 진보정당의 대의를 흐리고 있는 점 그리고 진보신당을 고립시키는 점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탈당했다)

    <경향신문>이 민노당에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민노당을 비판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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