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노, 애정 표현…진보신당, 견제구
        2010년 10월 04일 01:07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제1야당인 민주당이 당의 새로운 얼굴로 ‘손학규’를 선택했다.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한계로 인해 조직에서 정세균, 정동영 후보에 열세를 면치 못했던 그가 ‘기염’을 토한 것이다. 민주당은 3일 전당대회를 통해 손 대표 외에도 최고위원으로 정동영, 정세균, 이인영, 천정배, 박주선, 조배숙 후보를 당선시켰다.

    손학규 체제를 바라보는 진보의 시각들

    비호남 출신으로 한나라당에 입당해 경기도지사까지 지낸 전력이 있는 손학규 신임대표는 민주당 내에서도 비교적 우파에 가깝다는 인상을 풍겨왔다. 때문에 민주당 대의원들이 ‘우경화’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법도 하지만 정작 이날 당 강령 중 15년 고수해왔던 ‘중도개혁주의’를 삭제하고 ‘보편적 복지국가’를 집어넣는 등 한 클릭 좌로 이동했다. 

    결국 손학규 체제의 성립은 오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에 맞설 대중적 인지도 높은 능력있는 인물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정권 이후 ‘뉴 민주당 플랜’ 등으로 보수화 되어가다 최근 ‘복지국가’를 전면으로 받아들이며 왼쪽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등 전환기에 놓여진 민주당에 대해 진보진영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3일, 손학규 체제 수립 이후 진보진영 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우선 일제히 환영 논평을 보냈다.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손학규 신임대표를 비롯한 새 지도부 출범을 환영하며 축하한다”고 말했고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도 “당선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진보진영의 눈은 복잡하다. 민주노동당의 경우 다가오는 총선과 대선에서도 ‘반MB연대’를 모색하고 있는 만큼, 우위영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반MB야권연대 공고화’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지난 6.2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 후보단일화에 손 신임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선 경험이 있다는 점, 당 내 기반이 약한 손 신임대표가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우위영 대변인은 “반MB 야권연대를 공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제1야당 발 신호탄이자, 지난 6.2지방선거 이후 잠시 주춤거리고 있는 지방공동정부 운영 등 야권연대에 탄력을 가하고 반MB투쟁 동력을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민생파탄 공포정치에 맞서, 2012년 진보 민주 개혁진영의 강력한 연대로 정권교체를 실현하라는 것이 국민의 지상명령”이라며 “국민의 이러한 요구를 받들어 신임 지도부가 반MB 투쟁과 연대에서 민주노동당과 함께 앞장설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진보양당, 환영 속 강조점 확연히 달라

    반면 진보신당의 경우 민주당의 노선 변화에 신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김종철 진보신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 민주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노선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됐고 강령을 개정해 진보정책 노선을 반영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이러한 변화가 단순한 언술상의 진보라면 국민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음을 손 대표는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보신당은 정통 진보세력으로서 민주당과 더불어 이명박 정부 극복을 위해 노력함과 동시에 대안야당 자리를 두고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노동당이 정치적 파트너로서 2012년을 함께 맞이 하자는 내용을 중심으로 ‘애정 표현’에 적극적이었다면, 진보신당은 정치적 경쟁자인 민주당이 정책과 강령 수준에서 좌클릭을 한 부분에 대해, 언술 정치의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동시에 견제하는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조현연 진보신당 정책위 의장은 “민주당의 적자가 아닌 사람이 외부로부터 들어왔을 때 기성질서와 같이 가는 방법이 있고 새롭게 자기 노선으로 가는 방식이 있는데, 손학규 대표의 경우 기존 민주당 노선 그대로 간다면 희망이 안 보일 것”이라며 “쇄신연대에서 4명이 최고위원에 들어갔고 손학규의 차기 대권문제도 있기에 진보의 영역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다만 민주당이 한국 정당정치 질서 속에서의 보수성이 있기 때문에 큰 폭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본인 의지가 어떨지, 이를 쇄신연대 등에서 얼마나 받쳐줄지, 시민사회진영이 받쳐줄 수 있을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조승수 "자유주의 정치세력 심하게 흔들려"

    한편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의 한나라당 전력과 보수성을 감안해 신임 손학규 체제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도 있다. 진보신당 당 대표로 출마한 조승수 의원은 지난 3일 당 대표 선거 대전유세 자리에서 “자유주의 정당 흔들리고 있다”며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의원은 “한나라당 하던 사람이 민주당에 와서 대통령하겠다고 경선에 나서더니 이번에는 당 대표가 되었다”며 “자유주의 정치세력이 이렇게까지 흔들린 적은 80년 이래로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건 진보에게 굉장한 기회”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정성희 민주노동당 최고위원 역시 “비호남을 기반으로 한 손학규의 등장에 의미를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한나라당 전신인 신한국당 출신이라는 점에서 민주당 내부적으로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진보개혁을 찾지만 손학규는 중도 우파인데, 그것이 과연 복지를 말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무슨 차별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동영, 정세균도 최고위원회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손학규 대표가 자기 생각대로 진보개혁과 중도를 다 담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진보대통합, 연대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이나 중도 우파 성향이기 때문에 크게 호소력이 없을 것이며 민주당의 구태와 호남 지역주의를 극복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럴수록 진보정치는 신자유주의와 분단체제를 극복하는 진보대통합당 건설에 매진 해야 한다”며 “박근혜와 민주당이 말하는 복지에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진보담론과 가치를 가다듬어 새롭고 강력한 진보대통합 당을 힘 있게 건설해야 할 좋은 조건이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후보와 정성희 최고위원의 발언은 각각 진보신당과 민주노동당의 공식 논평과는 결을 달리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