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배는 가스통, 후배는 '쌩까기'
    By mywank
        2010년 10월 04일 07:3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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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대학생포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또 다시 1020 보수성향연합’ 등 최근 20대 대학생 우파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무력시위를 마다하지 않는 이들의 선배 세대 우파단체와 달리, ‘소통’을 내세우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소통을 내세웠지만

    이들의 활동은 주로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학술 세미나, 명사초청 강연회, 토론회 등이 중심이며,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한국대학생포럼’은 인터넷신문인 <투데이타임즈>,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은 종이신문인 <바이트> 등 언론 매체를 자체적으로 창간했다.

    ‘한국대학생포럼’은 설립 취지문에 “세상과의 ‘소통’이다. 대학생들의 다양한 목소리,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를 세상에 알리기 위함”이라며 ‘소통’을 화두로 던졌다. 

       
      ▲한국대학생포럼 ‘비전 선포식’ 모습 (사진=한국대학생포럼) 

    이들은 △국가안보 △북한 인권 개선 △시장경제 등의 가치관을 강조하면서 자신들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지만, 말보다 주먹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선배세대 우파 단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최근 우파 성향의 대학생들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기자는 20대들의 고민과 주요 사회현안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보수와 진보 성향의 20대들이 만나서 얘기를 나누는 기획을 준비했다. 하지만 이 기획은 결국 무산됐다. 우파 청년들의 토론 기피가 그 이유였다.

    ‘한국대학생포럼’,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등 좌담 참석을 요청했던 우파단체 회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은 "내부 토론 후 답변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 “좌담에 참석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는 답변도 똑같았다. 개인 일정, 심적 부담 등 구체적인 불참 사유조차 들을 수가 없었다.

    토론 공포증?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기피하는 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대표적인 우파 인사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이 떠올랐다. 앞서 지난 6월 기자는 ‘6.25 한국전쟁 60주년’의 의미 등 짚어 보는 좌·우 예비역 군인들의 대담을 위해 평화재향군인회 관계자와 서 본부장의 섭외를 추진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 서 본부장은 “대한민국에는 재향군인회만 있다. 평화재향군인회는 존재해서는 안 되는 단체이다. 내가 그쪽 사람이 참석하는 자리에 나가면, 평화재향군인회를 인정하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구차한’ 이유를 들며 토론을 기피했다. 자신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세상은 그것만으로 구성돼야 된다는 생각, 공존보다는 타도와 배제를 가치로 삼고 있는 위험한 사고가 이들을 지배하고 있다.

    이번 좌담을 추진하면서 느낀 것은 주먹을 앞세우지 않는다는 점 말고는 ‘젊은 우파들’이 선배세대 우파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었다. 특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토론을 기피하는 ‘토론 공포증’은 나이를 불문하고 우파들의 공통점이었다. 진보 진영에 대해 선배세대 우파들이 가스통을 던지고 가스총을 겨눴다면, 젊은 우파들은 이들을 철저히 ‘쌩까고'(모른 척)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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