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력투쟁 도구화된 정파 없어져야
    진보정당, 통합 플러스 알파가 정답"
        2010년 10월 02일 10:3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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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현 실장.(사진=이재영)

    민주노총의 김태현 실장이 지난 9월 1일부터 6개월짜리 안식휴가에 들어갔다. 김 실장은 안식휴가에 들어가기 전에 정책실장직을 사임했고, 곧 후임이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민주노총을 망치는 ‘관료’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했던 김태현 실장은, 그런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이 노동운동에 관심을 갖기 훨씬 전부터 민주노총과 그 전신 조직들의 얼개를 세운 사람이고, 수많은 총연맹 위원장들이 오고가는 가운데서도 민주노총의 정책들을 손수 다듬은 최고참 실무책임자다.

    그동안 그는 스스로의 성격 때문인지, 정책실장이란 직분 때문인지 노동운동에 대한 말을 아껴왔다. 아주 가까운 친구들만이, 30년 넘게 쌓인 그의 목소리를 사석에서 엿들을 수 있을 뿐이었다. 안식휴가에 들어간 김태현 실장은 <레디앙>에게 노동운동 고참들 사이에서만 오가는 내밀한 이야기의 일단을 보여줬다.

    김태현 실장은 “정파 난립 속에서 운동의 원칙과 기준들이 다 망가졌다”면서 “정파들의 모토 같은 건 완전히 무너졌고, 현장운동의 질서가 난잡해졌다”고 민주노총 안의 정파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태현 실장은, 비정규직 문제로 인해 민주노총이 겪고 있는 어려움과 정파의 연결고리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높은 임금 등의 노동조건이라는 게 … 사내하청이나 원하청 노동자들의 몫에서 떼어낸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을 설명해주면서 활동을 해야 하는데, 정파들은 현장 권력구조 때문에 그런 얘기를 강하게 하지 않는다. 어느 쪽 집행부든 이 문제에서는 대부분 조합원들에게 영합한다.”

    “조합원 설득 못하면 어용으로 간다”

    이어 김 실장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를 예로 들면서 “이 국면에서 조합원들을 잘 설득하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조합원들의 정서는 실리주의를 넘어 어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태현 실장은 “공부는 하지 않고, 평상시에는 친분 맺기만 하고, 선거 때는 선거운동만 하는 정파들은 별도의 내용을 세우지 못하면 해소하는 게 나을 것”이라면서 “현재의 권력 중심의 정파, 단사 노조부터 총연맹까지 권력을 다투는 정파에서 벗어나서 밑에서 기면서 원칙과 기준을 차근차근 세우는 운동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아래는 지난 9월 28일 오후 홍익대 근처 카페에서 이루어진 김태현 실장과의 인터뷰 기록이다.

                                                              * * *

    – 안식휴가에 들어가기 전에 정책실장 보직 사임을 했다고 하는데?

    = 민주노총에서는 6년 근무하면 6개월의 안식휴가를 준다. 단병호 집행부 때 잠시 민주노총을 떠났었고 이후 돌아와서 일한 게 6년이다. 실장급이 안식휴가를 갈 경우 그 보직을 비워둘 수도 없고, 마침 새 집행부가 들어섰기 때문에 미리 보직 사임을 했다. 새 정책실장이 임명될 것이다.

    – 내년 2월 말까지 휴가인데, 뭐 할 계획인가?

    = 일단 휴가를 지내며 계획을 잡으려 한다. 10월까지는 국내 현장을 돌아보며 사람들을 만나려 한다. 그동안 계속 중앙에 있었기 때문에 "어렵다, 어렵" 하는 현장 고민을 직접 들어보려 한다.

    전국 돌며 현장 고민 들어보겠다

    – 이미 일부 지역을 돌아본 걸로 아는데, 어떻던가?

    = 9월 초에 일주일 정도 영남 일부 지역을 방문했다. 돌아다녀 보니, 정치세력화는 통일단결만 되면 가능성이 있다고 점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장운동에 대해서는 대부분 많이 비관적이더라.

    – 민주노총의 조직 규모는 늘었지만, 민심은 많이 잃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 구조적 문제와 주체적 문제가 결합돼 있는 것 같다. 87년 이후의 노동운동은 기업별 중심의 전투적 경제투쟁이었다. 민주노총 출범 이전이든 이후든 그 내용은 같다. 전노협 시절에는 그 경제투쟁에서조차 정권의 탄압이 심하여 연대투쟁이 더 잘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보면 성공의 역설이라고 할까, 그 투쟁의 성과은 노동조건의 개선이라는 실리로 드러났다. 노동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그 투쟁의 성과가 비록 대공장에 집중되었다고 할지라도, 중소시업장의 노동조건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90년대 초까지는 이어졌다.

    그런데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그 고리가 끊어졌다. 상층 대공장 정규직의 노동조건 개선이 중소사업장 비정규직 노동조건의 개선으로 연결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격차를 벌리게 되었다.

    그런 걸 극복하기 위해 산별노조운동을 펼쳤는데, 산별운동의 성과가 기업을 뛰어넘는 전형을 창출하지는 못했다.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한 것이다. 산별이라면 같은 산업 안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완전히 같게 만들지는 못할지라도 어떤 통일성이나 규율이 가능해야 하는데, 그런 대안과 교섭은 부족했고, 주로 조직형태에 대한 고민만 많았다. 여기까지가 구조적인 문제다.

    정파 때문에 운동의 원칙과 기준이 없어졌다

    주체적인 문제란 이런 거다. 활동가 그룹의 정파 난립 속에서 운동의 원칙과 기준들이 다 망가졌다. 이번에 현장을 돌아보면서 만난 어떤 간부가 이런 얘기를 하더라. 과거에 정파들이 내세우는 모토 같은 게 나름 있었는데, 권력투쟁화하면서 지금은 자기들이 뭘 내세웠는지조차도 다 까먹었을 거라고.

    노조집행부를 장악하기 위한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이렇게도 붙었다가 저렇게도 붙었다가 하다 보니 정파들이 지향하는 가치 같은 것들은 완전히 무너졌다. 어느 한쪽도 누구를 뭐라 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현장운동의 질서가 난잡해졌다고 할까. 원칙과 기준이 없어졌다.

    –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 사이에 노동조건 동시 개선의 고리가 끊어진 정도가 아니라,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들이 그 외의 노동자들에게 배제적 태도를 취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 노동운동의 대표성을 잃은 것이다. 조합원들이 자기 이해에 따른 정서는 어디나 비슷하지 않겠느냐. 그리고 그런 정서가 신자유주의적 조건 아래서 더 심해지지 않겠느냐. 이런 걸 돌파하는 게 활동가들의 몫이다.

    높은 임금 등의 노동조건이라는 게 기업으로부터 떼낸 정당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내하청이나 원하청 노동자들의 몫에서 떼어낸 부분이기도 하다는 점을 설명해주면서 활동을 해야 하는데, 현장 권력구조 때문에 그런 얘기를 강하게 하지 않는다. 어느 쪽 집행부든 이 문제에서는 대부분 조합원들에게 영합한다.

    조합원 단기기익에 영합하는 정파들

    그리고 그런 얘기를 하려는 일부 활동가들이 있더라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과 시스템은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투자되고, 앞에 얘기는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노조 안이든 지역에든 비정규특위나 담당자가 있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일을 할 여건이 만들어지기보다는 다른 일에 매달리게 된다.

    –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문제가 우리 노조운동의 미래 시금석이 될 것 같다. 현재의 현대차 조합원들이 법원판결에 동의하지 않는 것 아닌가?

    = 현장 상황을 소상히 알지 못한다. 해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법원 판결이 났다고 한 번에 해결되는 게 아니고, 결국은 주체 역량에 달려 있는 측면이 강하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된다는 비전을 먼저 확립해야 하는데, 대부분 정파적 구도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한 게 아닌가 싶다.

    – ‘정파적 구도’라는 건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직접고용 조합원이 될 경우 정파들의 힘에 변화가 온다는 말인가?

    = 이 문제를 풀려면 조합원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각 정파들이 그런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이 국면에서 잘 설득하지 못하고 이대로 가면 조합원들의 정서는 실리주의를 넘어 어용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사진=이재영

    정파, 밑에서 기어라

    – 그렇다면 민주노총 초기 정도 때처럼 조합원들이 잘 움직이고 사회 민심도 되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 어쨌든 풀어내는 건 사람이니까, 주체의 혁신이 먼저 돼야 한다. 운동의 질서를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할 것 같다. 현재의 권력 중심의 정파, 단사 노조부터 총연맹까지 권력을 다투는 정파에서 벗어나서 밑에서 기면서 원칙과 기준을 차근차근 세우는 운동을 펼쳐야 할 것 같다.

    – 선거조직으로서의 정파가 아니라, 조직 만들고 늘리는 정파를 말하는 건가?

    = 운동의 원칙과 기준, 내용을 만들고 채우는 운동, 현장으로부터 혁신하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실질적인 모범을 세우는 운동을 해야 한다.

    – 민주노동당 분당 이후에, 지금까지의 노동자정체세력화가 실패했다고, 다시 하자고 하는데?

    = 기존의 노동자정치세력화 잔류 세력과 민주노총의 결합이 민주노동당이다.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적 토대가 정치적 진출의 기반이었다. 2004년 이후에 당내의 정파구도가 본격화된 건데, 누가 잘못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과 노조의 정파구도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민주노총 안에서는 정파를 떠나 당이 갈라지면 어렵다고 느끼고 있었고, 잘 조율하지 못한 것에 대해 큰 한탄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실험은 역사적으로 애매한 위치다. 이념적 지향이 강한 방법과 노동조합이 주도하는 방법, 이 두 가지가 섞여 있다. 여기에다가 녹색과 신좌파가 합쳐졌다.

    분당으로 인해 실패한 건 맞는데, 이번 지방선거만 놓고 보자면 예전보다 더 숫자가 늘어난 거다. 열심히 하는 지역은 뿌리를 박고 있는 거고, 노동자 밀집지역에서도 성공하고 있는 거다. 산술적으로만 보자면 이런 성과를 합치면, 2012년 총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한 것이다.

    현재 노동운동의 어려움은 여러 가지가 겹쳐 있는 것인데 비해, 노동정치는 통합을 통해 비교적 수월하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현장 인식이 강하다. 나 역시 그렇다. 구체적인 조건과 경로는 잘 모르겠지만, ‘통합 플러스 알파’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정파, 내용 없으면 해산하라

    – 다시 정파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 2년에 한 번씩 선거하는데, 그 때 정파들이 이합집산하고, 그 이후 또 다른 사람들과 이합집산하고, 그러다 보니 자기가 생각했던 원칙이 뭔지 다 잊어버리고, 조합원의 실리주의에 영합해야 권력이 유지되고….

    정파들이 제대로 공부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여론도 많더라. 현안에 대해서도, 노조권력이나 출마에 대해서도, 당에 대해서도 생각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인간적 고리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현장조직들 대부분이 이렇게 움직인다는 이야기들을 하더라. 공부는 하지 않고, 평상시에는 친분 맺기만 하고, 선거 때는 선거운동만 하고. 어느 정파나 마찬가지다.

    – ‘전진’은 실질적으로 해소됐는데, 국민파의 여러 정파들도 해산되거나 재구조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뭔가 새롭게 재편돼야 한다. 별도의 내용을 세우지 못하면 해소하는 게 나을 것이다. 현장에서 그렇게들 이야기하더라.

    – 총연맹 위원장들도 다를 그런 얘기를 했지만, 결국은 안 됐다.

    = 총연맹 위원장들은 위에부터 그런 시도를 한 것인데, 구조를 바꾸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어떤 집행부가 오든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데, 결국은 구조에 갇히더라. 중앙에서의 노력은 한계에 부딪혔다고 본다. 밑에서부터 일어나는 운동과 결합하지 않고서는 어렵겠다는 판단이 든다.

    – 조합원들의 10% 정도라도 그런 운동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전무한 거 아니냐? 결국은 정파들이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 밑에 조합원들이 아니고서는 방법이 없다. 정파들은 서로의 불신이 고착화돼 있기 때문에 그런 흐름을 만들기 어렵다.

    – 안식휴가 후의 계획은 잡혀 있나?

    = 휴가 동안 현장과 지역을 돌고, 세계도 한 바퀴 돌면서 생각해봐야겠다. 실무직으로 복귀하기는 어렵겠지만, 노동운동은 계속해야 하지 않겠느냐. 민주노총에서는 대중운동 안의 지식인으로서의 역할, 조직의 통일단결에 집중해왔다. 복귀한 이후에는 할 말은 하는 역할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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