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노자의 전혀 다른 옛날 역사
        2010년 10월 02일 08:1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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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표지 

    여기서 문제. 한국 사회 전반에 대해 넓은 식견과 관점으로 우리 사회 안의 문제를 제기하고 해법을 제기해 온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수의 전공은 무엇일까? 바로 ‘한반도 고대사’다.

    박노자 교수가 오랜만에 전공으로 돌아왔다. 한국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논객인 박 교수는 사실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로 받고 다수의 한반도 고대사 관련 논문을 발표한 고대사 전문 연구자이다.

    그런 그가 『거꾸로 보는 고대사』(박노자, 한겨레 출판, 12,000원)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에서 한국 고대사 특유의 민족주의에서 벗어나 고조선에서 통일신라시대까지 한반도에서 벌어진 일들을 균형 잡힌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책은 단일민족, 순수혈통을 강조하는 기존 고대사 서술이 다문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새 시대와 동떨어져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있다.

    박 교수는 ‘군사적 영웅담’을 중심으로 서술된 한반도 고대사가 “민족주의 사학의 보편적 문법”이라 말하며 “현재의 팽창적 야망을 은근히 부추긴다”고 말한다. 아울러 “일제의 만행을 중심으로 그려진 근현대사와 만주벌판을 호령하던 광개토왕의 이미지가 중심인 고대사의 짝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역사서술보다 세계성과 다양성에 초점을 맞추자”고 제안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 민족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는 ‘단군신화’부터 살펴본다. 고려 건국 이전까지만 해도 단군 이야기가 한반도 남부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13세기 후반 고려의 대몽항쟁 이후 백성들의 귀속의식 고취를 위한 표상으로 단군이 부각되었음을 논하며 시조 신화란 결국 권력과 권위의 구도를 상징화하는 것이란 점을 지적한다.

    또한 고조선을 ‘만주를 지배한 우리 민족 최초의 국가’로 보려는 시각이나, 고구려를 ‘만주를 통치했던 위대한 제국’으로 묘사하는 것 역시 그 과장됨을 지적하며, 개화기나 일제시대 때 국권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신채호를 비롯한 항일 독립투사들의 욕망이 투영된 해석을 지금까지 현재형으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경계한다.

    대신 승랑, 혜관, 파약, 원효 등 국가의 경계 너머 동아시아 사상가로 자리매김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고구려, 백제, 신라 등의 사회가 간직하고 있었던 세계성과 다양성에 주목하자고 이야기한다. 광개토왕의 ‘칼’보다 고대 한반도 젊은 남녀들의 ‘야합(중매 없는 자유 결혼)’이 더 매력적이라는게 저자의 생각이다.

    물론 저자는 구한말과 일제강점기라는 비극적 시기에 ‘국사’의 틀이 확립됐기 때문에 신채호를 위시한 민족주의자들이 ‘민족 수호’를 그 중심에 두고 이를 정리해나갈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성과 상호연관성에 기반을 둔 새로운 고대사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한다. 이 책이 그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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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 박노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 동방학부 조선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고대 가야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블라디미르 티호노프’라는 이름의 러시아인이었으나, 2001년 스승인 미하일 박 교수의 성을 따르고 러시아의 아들이라는 뜻의 ‘노자(露子)’를 붙여 ‘박노자’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이 된다.

    한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초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그는 이 시대의 대표적인 진보 논객으로 평가받지만, 사실 <가락국기에 있어서의 왕권신수설> <신라 경문왕의 유불선 융화정책> <6~7세기 신라 지배층의 선민의식> 등의 논문을 펴낸 한반도 고대사 전문연구자이다.

    그의 박사논문 역시 <5세기 말부터 562년까지 가야의 여러 초기 국가의 역사>이다. 현재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 한국학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자신의 첫 고대사 교양서인 이 책을 통해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고대 한반도가 지니고 있었던 다양성과 세계성에 주목한다. ‘위대한 고대사’가 지닌 함정을 지적하고, 서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새로운 고대사 패러다임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간 펴낸 책으로는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당신들의 대한민국 1,2》, 《좌우는 있어도 위아래는 없다》, 《우리가 몰랐던 동아시아》, 《우승열패의 신화》, 《하얀 가면의 제국》, 《씩씩한 남자 만들기》, 《박노자의 만감일기》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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