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문제의 근원은 X파일?"
        2010년 10월 04일 07:47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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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황식 총리, 민주당의 지역주의를 뽀록냈고 김정은 대장은 민주노동당에 커밍아웃을 강제한다.역사와 세상은 냉정하게, 언젠가 덮고 넘어갔던 것을 만천하에 드러낼 것이다. 깨어있으라. 나와 당신에게도 그날이 도적같이 오리니. 준비되었는가? (@chez_GOM, 트위터)

    사실 민주노동당이 북의 김정은 후계 구도와 관련돼 발표한 이번 논평에서 말한 내용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다. 오히려 좀 있다가 이야기 하겠지만, 나는 논평의 그 오묘함을 곱씹고 있기까지 하다.(불만은, 말하지 않은 내용에 있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되었을 때 ‘3대 세습’이라고 해서 우리가 북이랑 대화를 안 할 수는 없는 것,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하나의 정치체제가 나름의 방식으로 후계자를 정했을 때, 그를 인정 안할 도리는 없다. 삼성의 황제가 이재용이 되는 것에 불만이 있다 하더라도, 증여세를 포탈하고 사법체계를 농단했을지라도, 막상 삼성과 법인 대 법인으로 대화나 계약을 해야 할 경우에는 신임 사장이나 회장을 무시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물론 삼성이야, 법인 대 법인으로 상거래 계약을 할 것만은 아니고, 사법부가 대한민국 국내법에 의거하여 잘못을 징치할 수 있겠지만, (어떤 미친 판검사가 눈 딱 감고 마음 독하게 먹으면 말이다) 북한 정권에야 전쟁을 각오하지 않은 다음에야 한국법을 적용할 수 있는가?

    전쟁을 각오하지 않은 다음에야…

    따라서 단순한 ‘반북정서’로 이북을 ‘매도’하는 사람들은, 특히 삼성과 대형교회의 세습이 난무하는 대한민국의 문제엔 눈감았던 사람들이었다면, 한편 일관성이 없으며, 무엇보다 실리적이지도 않다는 것은 인정해야겠다. 샤르트르도 말했듯이, 구체적 실천방법이 없는 다른 나라 이야기보다는 ‘지금 여기’의 문제 해결에 노력하는 것이 옳으며, 그런 뒤에야 다른 나라에 대해서도 비판을 할 자격이 생길 것이다.

    하여 ‘김정은 대장’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전혀 이해 안가는 건 아니다. 그래서 그 ‘변호’까지는 좋단 말이다. 그런데 ‘반북정서’에 사로잡힌 남한 사람들에게 여러 마디 하는 와중에 한 마디 쯤은 북에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북에 단 한마디도 할 말은 없나? 북으로부터는 듣기만 하나?

    기왕 남한 대중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했으면,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후보의 발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북한에게 완곡한 제언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러지 않고서 앞으로 어찌 남한의 세습을 비판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동당이 북한에 다소라도 비판적인 입장을 내면, 한반도 정세가 소용돌이 치면서 격한 대립에 휘말리기라도 한다는 말인가?

    “이번 당대표자회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 그리고 평화통일에 긍정적 영향으로 작용하길 희망한다”는 구절은 있으나, 사실 이번 민주노동당의 논평에서 겨냥하는 대상은 ‘북한을 비판하는 남한 사람들’로 여겨진다. 민주노동당은 북한에 대해 직접적인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는 것인가, 아니면 못하는 것인가? "북으로부터는 얌전히 듣기만 해야지, 어딜 감히 북에 의견을 전달하느냐"는 생각은 아니리라 믿는다.

    하여 생각해보니, “북한 후계구도와 관련하여 우리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북한의 문제는 북한이 결정할 문제라고 보는 것이 남북관계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할 것이다.” 라는 구절이 오묘하다. 이는 뒤집으면, ‘남한의 문제는 남한이 결정할 문제’라는 말이 아닌가? 그러니 앞으로 북한도 남한 문제에 왈가왈부하지 말라는 메세지요, 완곡하지만 확실한 ‘선언’이 아닌가?

    민노당, 북에 남 문제 간섭 말라고 말한 건가?

    그리고 ‘한반도를 아우르는 전국적 차원에서 변혁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제 한반도에 남한과 북한이 별도의 국가로 존재하며, 각 국가의 문제는 각 국가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말이 아닌가? 이는 내가 여태 알던 ‘민족해방파’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민족해방파’라고 단 하나의 정견만 가진 일괴암 같은 집단이겠냐마는, 그리고 세상 만물이 변화하는데 이들이라고 변하지 말라는 법이 있겠냐마는, 과연 변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자충수를 둔 것인지 무척 궁금하다.

    민족주의자들이 남한에서 자의든 타의든 ‘좌파’취급을 당하는 것이 한국의 특이한 사례이긴 하다. 하지만 이는 ‘북미관계 변화’의 종속 변수다. 언제까지 민족주의자들이 ‘좌파’로 고생하지는 않겠지.

    언젠가 분단체제가 해소되어, 이들이 ‘진정한 우파’로 거듭나길 기원하고 응원한다. 친일행적을 반공으로 덮으려는 사이비 우익들, 미군 만세를 외치며 ‘남의 나라 국기를 흔드는 세계에서 유일한 우파’들을 대체하고 말이다. 상식을 지키며 사람사는 세상을 바라고, ‘자주국방’을 꿈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진정한 우파’, ‘공정한 우파’가 한국에 좀 자리잡을 때도 되지 않았나?

    그러나 진정한 우파가 됐든 좌파가 됐든, 퇴화되어서는 곤란하다. 내가 처음 김세진 이재호 열사의 추모제에서 본 구호는 ‘반전 반핵 양키 고홈’이었다. 어느날 북한이 핵개발을 하면서, 추모제의 구호를 ‘반전 평화 양키 고홈’으로 바꾼 이들은, 어느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이제 ‘양키 고홈’ 부분은 어떻게 바꿀까?

    ‘한반도 악의 근원 주한미군 물러가라’고 하던 이들이, 김정일의 ‘주한미군을 인정할 수도’라는 발언에 ‘문제는 주한미군의 점령군적 성격이다’라고 슬쩍 빠져나갈 구석을 찾는 모습이야 인지상정으로 이해한다지만, 그럼 이제 한반도의 그 숱한 문제들의 근원은 그럼 외계의 X파일에서 찾아야 하나?

    문제의 근원 X파일

    ‘본사의 경영방침이 바뀌어서 물먹는 지사’ 꼴이 나지 않으려면, 역시 운동은 ‘지금 여기’의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하여 ‘이북이 주한미군을 인정한다 해도, 남한의 운동권은 여전히 미군기지 철거투쟁을 해야 한다’는 민족주의자들을 나는 존경한다) 그리고 그 문제는 지금 한반도의, 그리고 남한 사회의 가장 첨예한 모순, 혹은 가장 심각한 문제를 정조준하여야 하며, 그 해결 방법과 힘의 동원 전략에 있어, 역사가 현 단계에서 요구하는 올바르며 떳떳한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지역토호 앞에 맥을 못추는 민주당이 됐든, 북한 정권의 결정 앞에 입장이 궁해지는 민주노동당이 되었든 문제를 풀지 못하는 모든 이들을 가차없이 퇴장시길 수 있는 것이 역사의 힘. 그 냉정한, 소름끼치게 냉정한 역사는 언제고 때가 되면 진보신당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찾아와 물어 볼 것이다. 여성에 관해서, 생태에 관해서, 주거에 관해서, 이주민에 관해서, 에너지에 관해서, 국민연금에 관해서…

    “너 숙제 다했어? 숙제는 안했어도 그 문제 풀 줄은 안다고? 그럼 나와서 풀어봐!”

    여기에 대답을 못하는 이땅의 모든 공룡들은 얼어 죽게 될 뿐이다. 그리고 몸짓이 커야만 공룡은 아니다. 진보의 재구성을 외치던 그대는, 우리는 공룡인가 아닌가?

    추 신: 그런데, ‘김정은 체제’는 이제 첫단추를 끼웠을 뿐, ‘성립’까지 가려면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이것을 옹호하네 마네, 정당하네 부당하네 따지다가 막상 후계체제가 달리 성립되면, 그냥 헛짓한 차원을 넘어 피차 심히 민망하게 될까봐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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