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인권조례로 학교가 달라졌다고?
    By 나난
        2010년 09월 30일 02:29 오후

    Print Friendly

    얼마 전 모 일간지에 경기도 몇 개 학교를 소개하며 학생인권조례로 학교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는 기사를 읽었다. 여전히 많은 학교들이 기존의 관행을 수정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는데, 시간이 지난다고 이런 사례들이 일반화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든다.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도의회에서 통과되었다는 말을 전하자 교실 전체에 환호성이 울렸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 아이들은 제각각 자기 말을 쏟아냈다.

    "좀 맞아야 하는 애들도 많은데요"

    “선생님, 근데, 이거 학교에서 안 하면 그만이잖아요.”
    “어차피 바뀌는 것도 없을걸요. 뭐. 관심 없어요.”
    “저는 상관없어요. 저는 체벌 받을 일은 하지도 않으니까요.”
    “좀 맞아야 하는 애들 많은데요.”

    시작부터 별 수 없을 것이라는 자괴감에 빠지는 아이부터 보수적인 어른들보다도 더 큰 걱정에 휩싸인 아이들의 모습. 그것이 바로 학교의 현실이다.

       
      ▲ 올해 초 곽노현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자문위원장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에게 경기도학생인권조례 최종안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교육청)

    인권조례가 통과된 다음 주 월요일 아침 “중앙현관 출입금지(???)” 피켓을 그것도 아이들이 들고 있다. 인권조례안이 통과되기가 무섭게 없어진 ‘교문지도’ 대신 ‘현관지도’? 교문지도만 아니면 된다는 식의 어이없는 발상에, 게다가 “중앙현관 출입금지” 조치라니, 지금이 2010년인가를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문’은 이제 사람들이 드나드는 입구의 역할을 상실하고, 다시 권력의 표상으로 부활을 꿈꾸었던 것이다. 물론 며칠간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이는 학교에서 학생 인권 실현의 과정이 얼마나 험난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며칠 전 만났던 수원 동탄 신도시에 있는 N고등학교의 학부모에게 전해들은 그 학교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그 학부모는 자신의 아이가 강제 자율학습으로 시간낭비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방과 후에는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학생의 희망은 "방과 후 학습을 학교장이 강제로 시킬 수 있다."와 "그럴거면 전학가라"는 거짓과 폭력 앞에 좌절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반인권적 학교문화에 저항할 마지막 보루

    조례가 분명 법이고, 강제성이 있음에도 교육청이나 인권옹호관은 ‘시정권고’ 이상의 무엇도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반인권적 학교 문화에 저항할 마지막 보루인 학내 집회도 할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은 마음대로 생각할 자유마저 없으니, 권위주의적 권력자의 머리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거나, 아니면 아예 무관심한 것 이외에 학생들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학생회는 학생부에 의해 장악 당해 학교 권력의 꼭두각시놀음을 하거나, 학교 권력의 대리자 역할을 자청하며 학생들을 더 강하게 억압하는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대로라면, 꿈쩍도 않는 학교 권력과 학생, 교사의 무관심이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청 주도로 만든 경기도 학생인권조례라는 법, 그리고 그 법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 아이들은 그 속에서 무엇을 배울까?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라는 조폭의 논리와 “권력자에게 무조건 순종해야한다.”는 수동적이고 순종적인 인간이 대세임을 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모두의 인권이 소중한 것임을 어떻게 가르칠 수 있을까?

       
      ▲ 필자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이 이미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그리고 청소년·아동권리협약과 같은 국제법에 이미 보장된 권리임에도 다시 조례를 제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것이 실현되기 어려운 학교 현실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인권 상황이 구성원들의 자발적 노력에 의해 개선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어려운 학교라면 법이 가진 ‘강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현실이다.

    학생 인권과 교사 인권은 같이 가는 것

    그러나 반인권적 문화를 해소시킬 강력한 법적 집행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경기도 교육청이 학생인권조례를 만들었지만, 교육청도 누구도 학생의 인권을 대신 찾아줄 수 없다. 게다가 교과부는 경기도 학생 인권 조례의 내용이 아예 무용지물이 되도록, 학교장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분명해졌다. 스스로 인권을 주장하는 것. 그리고 학생의 인권과 교사의 인권이 반대말이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 그리고 반인권적 학교 문화에 대해 더 이상 굴복하지 않는 것이다. 인권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교사와 학생의 만남, 그리고 반인권적 문화에 대한 도전과 저항을 바로 지금 시작하자!

    필자소개

    페이스북 댓글